<넘치는 패션몰-하>서울입맛·광주입맛 다르다
<넘치는 패션몰-하>서울입맛·광주입맛 다르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5.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듯 광주에 들어서는 대형 패션몰들은 처음과 끝이 매번 달랐다. 분양을 앞두고 상인들에게 온갖 상술을 펼치며 좋은 전망을 예고하는 관리팀. 그러나 일단 오픈 한 뒤엔 뒷짐지고 나몰라라 하는 것이 광주 영세상인들이 패션몰 관리팀에게 느낀 공통점이었다.
유통 관계자들이 손꼽는 패션몰 성공 실패의 주요인은 서울과 지역의 조건이 다름에도 서울의 성공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했다는 점이다.

서울과 부산 지역은 생산과 소비가 가능한 체계다. 그러나 광주는 생산 없이 소비만 가능한 도시다. 그럼에도 광주밀리오레는 지난해 전남지역 상가들의 도·소매역할을 기대하고 매장수를 늘려 개점했다가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뒤늦게 찜질방, 헬스클럽, 극장 등 다른 활성화 방안들을 찾고 있다.

패션몰의 집약지인 광주시 동구가 도심 공동화 현상이 빚어지는 것도 패션몰의 운영형태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10년 전만 해도 충장로는 유통 상권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신세계, 롯데, 현대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광주 상권에 큰 변화가 생겼다. 더구나 백화점이 도심이 아닌 주변가로 한발 물러나 자리잡으면서 광주의 유통 경제도 자연히 분산되기 시작했다. 더구나 광주 외곽 신도심 개발로 이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지금은 충장로의 맥을 이어가는 것은 대부분 10대 청소년들 중심으로 젊은층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20대 중반부터는 백화점으로 몰리고 있는 추세다. 전국에서 '빅3' 백화점이 밀집된 지역은 서울을 제외하고 지역에선 광주 밖에 없다. 그만큼 다른 도시에 비해 백화점의 영향이 큰 도시가 바로 광주이기도 하다. 주말 백화점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10만명에 이르는 것을 보더라도 이같은 해석은 쉽게 나온다.

생산 소비 가능 서울과 달리 소비만 가능한 광주

따라서 충장로 상권 역시 다양한 계층을 노리기 보다 젊은층 층을 타겟으로 영업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충장로 상권은 패션몰의 활기와 영업시간의 융통성,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고객 유입 효과가 높은 데다 충장로에 산재한 극장가, 통신기기 매장, 지하상가 등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되면 신세대들의 거리로 되살아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들이 시장을 확대시키지 못한 채 기존 업체들간의 '시장 나눠먹기'에 그치고 지하상가가 활성화 되지 못한다면 급격한 규모 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충장로 상권들이 신세대 고객을 끌어 들일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 개발과 그들의 욕구에 맞게 충장로 가두점포와 지하상가를 효과적으로 재개발하려는 노력보다는 '잘 되는 집' 따라가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유통업은 다른 업체들과 달리 날씨처럼 작은 것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사람들의 심리로 먹고 살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인들은 보다 체계적인 영업을 위해 관리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요구 속엔 수많은 문제와 불신을 낳았던 개발비의 투명한 사용, 적극적인 홍보 활동의 의미가 크다.

상인들이 요구하는 개발비 주 사용목적은 바로 홍보다. "개인적으로 상가를 운영하긴 하지만 옆집이 비어 있으면 내가 영향을 받는 게 당연하다. 홍보는 관리팀에서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바로 개발비라고 생각한다" 이는 상가 활성화를 위해 홍보가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고객 요구에 맞는 형태·달라진 충장로 감지해야

특히 최저가의 상품으로 청소년층을 겨냥하고 있는 보배로운 나라, 여인천하 등 단일 패션몰이 꾸준한 경쟁력을 보이는 까닭은 통일적인 관리 홍보가 큰 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세일을 하더라도 전 매장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 소비심리를 자극, 매출 신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형 패션몰은 매장 간의 경쟁도 중요하나 한 매장이 실패하면 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는 큰 파장도 예상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관리팀은 이같은 상인들의 요구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패션몰들이 "이름 알려주는 것 자체가 최고의 홍보다"며 "매장 운영과 관련된 홍보나 전략은 상인들의 능력이다. 그것이 바로 분양의 의미이기도 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패션몰들의 '따로 운영'은 유통산업이 경기 불황을 이겨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상인들과 건물주간의 불화만 조성돼 이젠 새로운 패션몰이 들어와도 기대보다 불신이 앞서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20세기까지 유통산업이 공급자 중심의 구도였다면 21세기는 단연 소비자 중심 시대다. 앞으로는 소비자들의 구매심리와 경향을 이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패션몰들 시행착오가 그 대안을 마련하는데 톡톡히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는 기대가 적지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