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제자의 인권침해엔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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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현 기자
  • 승인 2003.05.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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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찬반논란을 넘어 보수색채의 교원단체가 한무리를 이루며 교육부와 진보적인 교육단체에 완력을 보이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교총, 교장단의 주장을 찬찬히 살펴보면 인권침해에 대한 입장은 어디에도 없어 주장의 진실성 여부에 의문을 품게 된다.
애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국가인권위원회가 네이스에 문제 삼았던 '인권침해 소지' 논거와는 달리 이들 보수적인 교원단체들은 자신들의 힘을 동원한 교육부총리 퇴진과 CS업무거부, 네이스 관련 공문접수 거부뿐이다.

또 지난 28일 오전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를 찾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간부는 박대표로부터 '국가인권위가 지적한 인권침해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학생성적 등이 사회진출이나 결혼 때 모두 노출이 되고 학교별로 통합되면 학생 정보가 모두 공유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인권위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봐야 한다"며 되레 인권위를 공격하는 웃지 못할 촌극을 빚기도 했다. 한마디로 충남 보성초교 교장 자살 사건 이후 미운 털이 박힌 전교조에 대한 반발심리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가 학생과 학부모의 인권을 중심에 놓고 반대를 한 반면 이들의 주장은 반 전교조, 반 교육부총리로 모아진다. 물론 네이스 혼선에는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특히 교육행정의 수장인 윤 부총리의 잦은 말 바꾸기는 정책혼선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나 부총리의 말 실수 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아이들의 천부인권의 소중함이다. 이는 교육부총리의 퇴진을 넘어 그 어떤 행정의 효율성과도 바꿀 수 없는 인간의 기본권이다.

아이들의 성적과 질병, 품행 등 은밀한 내용들이 교사와 학부모를 떠나 모르는 누군가가 엿보고 있다면? 아이들의 성장과정은 저마다 개성을 갖고 자라기 마련이어서 교사들의 평가도 아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개성에 따른 교육과 평가가 바로 교육행위의 본질이다.

그러나 네이스는 이를 무시하고 계량화로 아이들의 성장을 평가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한 인간의 성장과정이 전자라는 획일적인 기준에 의해 지배를 받을 수 있는 끔직한 교육현장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럴진대 교총, 교장단, 시도교육감은 비용과 정책의 혼선을 이유로 '딴죽걸기'를 하고 있다.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끝내 '전자의 덫'을 놓으려는 이들의 엇나간 주장에 국민들은 쓴웃음을 보내고 있다. 시도교육감 교장단 교총은 제자의 인권보호를 놓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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