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고속 청부테러 의혹
금호고속 청부테러 의혹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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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놈 쳐라' 간부지시"/ 동료 폭행 가해자 양심선언/ 금호측 "간부 개인의 일"축소/ 가해자 공탁금 수임료 지급 등/ 회사측 개입의혹...결과 주목// 금호고속이 회사측의 부당한 징계에 반발하는 운전기사를 동료직원으로 하여금 청부 테러했다는 양심선언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금호측은 이 사건이 '상사에게 잘 보이려는 한 직원의 과잉충성에서 비롯 된 것'이라며 개인간의 문제로 축소하거나 관계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에 대한 회사 간부의 자금지원 등 회사의 개입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실이 드러나 앞으로 결과가 주목된다. <사건 개요> 지난해 7월 3일 새벽 2시께 여수시 금호고속 숙소. 광주에서 승객을 싣고 출발해 전날 밤 늦게야 도착해 깊은 잠에 빠져든 운전기사 김모씨(44)의 방에 느닷없이 괴한이 들이 닥쳤다. 괴한에게 속옷바람으로 끌려나간 김씨는 팔목이 부러지는 등 전치 6주의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여수경찰서 조사 결과 김씨를 폭행한 사람은 다름아닌 같은 회사 동료 운전기사인 주모씨(38). 주씨는 경찰에서 폭행이유를 "김씨가 배차관리인에게 내가 코를 골기 때문에 여수에서 숙박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해 감정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주씨는 사건 발생 6개월만인 지난 16일 피해자인 김씨를 만나 회사의 지시로 테러했다고 털어놨다. 주씨는 공증을 받은 진술서에서 "지난해 7월 1일 오후 4시께 광주시 광천동 버스터미널내 거북다방에서 김준환 영업과장이 불러내 만났다"며 "그 자리에서 김과장은 '박삼랑 부사장이 나한테 김XX을 처버리고 들어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주씨는 지난 21일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를 찾아가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테러를 당한 김씨는 지난 99년 8월 회사측이 보너스를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는 불만을 제기해 6개월간 정직을 당한 후 중앙노동위원회로 부터 '회사측의 부당한 징계'라는 판결을 받고 복직한 상태. 김씨는 복직 이후 지난해 6월 27일부터 회사측 징계의 부당함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인물을 터미널 등지에서 동료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주씨는 또 "적당히 손을 봐라. 해고는 안되게 하겠고 해고되더라도 서울로 복직시켜주고 일못한 임금은 보전해 주겠다고 지시받아 다음날 여수로 배차받고 김XX을 테러했다"며 "김과장이 너도 다쳐야 한다고 해서 엄살을 부려 같이 입원했다"고 진술했다. 뒤늦게 심경변화를 일으킨 이유에 대해서는 "해고된 후 네차례에 걸쳐 3백만원을 받았지만 이후 김과장이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아 때늦은 후회를 하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전치 2주의 진단으로 병원에서 치료받은 주씨는 폭행혐의로 구속 수감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후 복직했다가 의원면직 처리됐다. <회사의 개입 의혹> 금호고속이 회사차원에서 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주씨의 주장은 변호사 선임료 지불 주체와 관련 금호가 풀어야 할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주씨의 공탁금 500만원과 변호사 선임료 500만원이 회사 간부에 의해 지불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물론 주씨에게 직접 테러를 지시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김준환 과장(47)은 이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김과장은 "무단결근한 주씨를 사무실로 불러 김XX이 때문에 골치 아픈데 너까지 말썽이냐고 했더니, '그럼 제가 혼내볼까요'라고 해 만류했다"며 "그런데도 주씨가 나한테 잘보이기 위해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주씨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공탁금과 변호사비 등으로 내가 빚을 내서 1천만원 정도를 썼다"고 주장했다. 테러를 지시하지 않았는데도 주씨가 알아서 '과잉충성'을 했으며, 단순히 주씨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거액의 빚으로 대신 소송비용등을 지불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당시 주씨의 변호를 맡았던 신택호 변호사측 사무장은 "변호사 선임을 위해 사무실로 찾아오고, 선임료를 지불했던 사람은 금호고속 순천영업소장이다"고 말해 김과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엎었다. 주씨의 병원 입원비를 정산했던 쪽도 순천영업소 총무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호의 해명과 의문점> 주씨의 양심선언에 금호측은 발칵 뒤집힌 것으로 알려졌다. 주씨측은 공증받은 진술서를 21일 노무관리총책인 상무이사에 전달한데 이어, 22일에는 박정구 금호그룹회장 비서실에도 팩스로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는 금호측은 회사 차원의 개입사실만큼은 전면 부인했다. 김과장과 주씨간에 벌어진 문제이며, 변호사선임료 등 주씨에 대한 일체의 비용도 회사 공금에서 지출된 것이 아니라 김과장 개인돈이라도 밝히고 있다. 박삼랑 부사장 역시 "주씨의 공증 진술서를 받아보았지만 그 전까지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고, 김 과장에게 그같은 일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호의 해명은 여러면에서 궁색한 변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선 김과장 주장부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직접 테러를 지시하지도 않았는데, 주씨가 '충성심'을 보인데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 때문에 빚을 지면서까지 1천여만원을 밀어줬다는 것인데…, 과연 이 말을 믿을 사람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시 3일간 무단결근하던 주씨가 김과장과 만난 바로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김씨와 같은 노선인 여수로 배차를 받은 것도 석연치 않다. 주씨가 여수로 배차 받았던 것은 금호측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6월 2일, 14일 두 번 뿐이었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오비이락"이라고만 답하고 있다. 회사측의 개입의혹을 뒷받침하는 또 한명의 등장인물은 금호고속 순천영업소의 백모소장. 백소장은 결정적인 부분에서 김과장과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백소장이 "변호사 선임은 직접 의뢰했지만, 선임료는 모르는 일이다"고 말한 반면, 김과장은 "선임도 내가 했고, 선임료도 내가 직접 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씨의 변호사측은 선임을 의뢰하고, 변호사비를 직접 지불한 사람은 백소장이라고 못박았다. 두 사람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금호측은 자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과장은 여기서 처남으로부터 각각 500만원씩 현금으로 빌려 선임료 등으로 썼다고 말했다. 은행계좌거래증거는 없는 것이다. 한편 전 금호고속 노조대의원 박모씨의 설득으로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을 찾아간 주씨는 양심선언 이후 연락이 끊긴 상태다. 민주노총은 "주씨 등이 진실을 밝히려는 과정에서 금호측과 생계대책보장 등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상태여서 신중하게 대처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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