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23주년> '정치성 되살려야'
<5·18 23주년> '정치성 되살려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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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주기 5·18 기념식을 앞둔 광주가 ‘정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해마다 반복되는 연례행사로 별반 새삼스러 울 것도 없지만 올해 들어 꽤나 그 정도가 유난스럽다. 오죽했으면 이 지역 각계인사들이 잇따라 ‘광주·전남인 선언’을 통해 ‘광주를 가만히 놔 두라’고 까지 통사정을 해대겠는가.

기실 ‘5월정신’을 기념하겠다는 데 오히려 반가운 마음이 앞서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그 ‘5월정신’이라는 것이 정치인들의 정쟁에 휘둘리다 보면 ‘도깨비 방망이’로 변하니까 문제다.

한 두해도 아니고 여러 해를 지내면서 두 눈으로 확인한 사실이다. 특히 올해 5월은 ‘포스트 DJ’의 호남 정치세를 선점하려는 각 정치세력들의 이전투구로 얼룩지면서 벌써부터 ‘5월정신’이 아전인수식으로 여기저기 끌려 다니느라 애를 먹고 있다.

신당창당 논란으로 ‘분당’의 기로에 선 민주당은 신구쥬류간 ‘5·18 신당보고’논란으로 옥신각신 하더니 ‘없었던 일’로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하지만 묘지를 찾은 신구주류 의원들은 저마다 가시돋힌 발언들을 한마디씩 토해냈다.

한화갑 전 대표는 “분당하겠다는 사람들이 5·18 정신을 팔고 있다”며 “이제껏 무임승차 한 사람들이 그럴 자격이 있느냐”고 신주류를 겨냥했다.
반면 신주류의 정동영 의원은 “5·18 정신은 언제나 ‘개혁’이었으며 지역분열 구도와 낡은 정치의 틀을 깨는 데 민주당이 앞장서 부서질 때 그 공간에서 새로운 정치질서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한나라당 당권 주자들까지 가세해 ‘5월정신’을 들먹이는 상황이니 그야말로 광주는 ‘정치의 과잉’상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이를 온전히 ‘정치의 과잉’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5월의 광장은 ‘정치구호와 최루탄이 뒤범벅 된’ 살아있는 민주정치의 표본이었다.

각 정치세력 ‘광주정신’ 아전인수 해석
정치력 부재와 무기력한 현실 훌훌 털자


이를 두고 보수언론들은 ‘5·18 정치색 배제’라는 검은 활자를 통해 잔뜩 위압감을 풍기며 광주를 호통치곤 했었다. 어찌 우습지 않았겠는가. 5·18과 같은 고도의 정치적인 행위에 대해 정치색을 배제하라고 호통치는 모습이란.

하지만 광주는 어느 순간 그 광장으로부터 ‘폭력’을 추방한다는 미명하에 ‘정치’를 도륙시키고 말았다.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돈과 관’이 개입하면서부터 생긴 일이다. 결국 광주는 ‘푸른 고등어’처럼 생동하는 정치적 자산을 고스란히 ‘자반 고등어’라는 젓가락질 거리로 헌납하고 만 것이다.

북치고 장구치는 ‘5월 광장’의 한켠에서 ‘탈 정치’가 무르익어 갈수록 5·18의 전국화와 세계화는 오히려 요원해져만 갔다. 그리고 23년이 지난 지금 광주는 ‘정치력 부재와 무기력’한 현실에 휘청거리며 정치권의 ‘정치 쇼’를 관람해야 하는 ‘구경꾼’의 신세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대북특검 문제나 이라크 전쟁 파병 등 정국현안과 신당에 대한 지역사회의 담론을 만들어 내지 못한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아직까지도 ‘호남소외’라는 버터에 근근히 연명하려는 세력이 ‘생명 연장의 꿈’을 이어갈 수 있는 것도 그 같은 풍토 때문이 아닐까.

'5월의 정치성 회복’과 ‘탈 정치의 유혹’속에서 맞는 23번째 5·18은 아직도 제자리를 차지 못하고 있는 우울한 ‘광주정신’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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