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 노조 '상처뿐인 영광'
위생 노조 '상처뿐인 영광'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5.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전남 환경위생노동조합(위원장 양두철·이하 위생노조)은 지난 13일 광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95일간 지속됐던 농성투쟁을 접고 해산했다.

위생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7일 박광태 광주시장이 윤난실 시의원과 면담을 통해 조합원들의 고용승계를 약속하고 12일에도 노조와 수질보전과장이 고용승계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월5일부터 시작됐던 위생노조의 95일간에 걸친 대장정은 ‘상처뿐인 영광’으로 끝나고 말았다. 위생노조는 당초 ‘환경시설공단 광주시 직영’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에 돌입했었다.

이에 대해 양두철 위원장은 “완전한 승리를 이루지 못했지만 현실적으로 공단이관이 어렵고 복수경쟁 체제 도입으로 조합원들의 고용위기가 현안문제로 대두된 절박한 상황인 만큼 박 시장의 고용승계 약속을 일단 믿어볼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박 시장은 위생노조가 95일간 농성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위생노조가 취할 수밖에 없는 카드는 ‘명분 있는 철수’였다는 것.

양두철 노조위원장 ©김태성 기자

이에 앞서 윤난실 시의원은 7일 박 시장과 면담을 갖고 분뇨·정화조업 신규공모를 하지 않은 동구 광산구 북구 등 3개 구에 ▲신규업자 공모 자격기준에 고용승계 가산점 부여 ▲고용승계를 명시한 행정지침을 내려줄 것을 요청해 박 시장으로부터 ‘고용승계 행정지침’을 내리라는 지시를 이끌어 냈다.

박 시장 고용승계 약속…95일간 농성투쟁 풀어
환경시설공단 시 직영 당초 요구안 ‘물건너 가’


윤 의원은 “행정지침이 법률적 구속력은 없지만 위생노조 조합원들이 시 정책 변화에 따라 선의의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시가 도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광주시 5개구청 중 남구와 서구 2개구청은 이미 입찰업체 선정을 끝내고 작업개시를 서두르고 있어 시 일원화를 통한 직영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위생노조는 이 같은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고용승계를 1차적 과제로 설정하고 노조-시-5개구청 간의 적극적인 협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양 위원장은 “오늘 농성장 철수는 투쟁이 끝이 아니라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며 “박 시장이 약속을 어기고 고용불안을 다시 조장한다면 지금보다 더 결의에 찬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95일간의 장기투쟁에 지친 탓일까. 농성투쟁을 접는 위생노조 조합원들의 얼굴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신규업체가 선정되는 순간부터 현실화될 고용에 대한 확실하지 못한 미래 때문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