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사랑하는 학생 여러분께 드리는 글
<특별기고>사랑하는 학생 여러분께 드리는 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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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도 맑은 아름다운 오월의 아침입니다.
장마처럼 내리던 봄비가 그치니 바람결에 달콤한 아카시아 향기가 실려옵니다.

오늘은 참 기분 좋은 날입니다. 날씨도 맑고 여러분들의 밝은 표정을 보니 더욱 기분이 좋습니다. 일년 내내 마음대로 운동장에서 뛰어 놀고,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 해맑은 표정을 볼 수 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힘들었죠? 아침은 먹고 왔나요?
학교에선 여러분들의 부모여야겠다고 늘 다짐하지만 다짐뿐인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오늘은 스물두번째 맞는 스승의 날입니다. 학생회에서 마음을 듬뿍 담아 이렇게 정성어린 행사를 준비해 주시니 감사하고 쑥스러울 뿐입니다.

저는 책꽂이에 교육학자 프란시스코 페레가 지은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책을 꽂아두고 생활합니다. 이 책의 저자 페레는 늘 학생들을 대함에 꽃보다 더 귀한 존재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어른들의 잣대로, 어른들의 시선으로, 꽃보다 더 아름다운 여러분들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프란시스코 페레의 지적이 늘 마음의 공명을 울립니다.

철 따라 변하는 식물들의 변화처럼 여러분들의 변화무쌍한 욕구를 채워줄 수 있다면 여러분들의 내일은 희망에 차 오를 것입니다. 그 터전 위에 여러분들은 아름다운 한 송이의 꽃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학교현실은 여러분들의 욕구를 충분히 채워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넉넉하게 앉아있을 벤치도, 여러분들이 수다를 떨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한 책을 마음대로 빼볼 수 있는 넉넉한 도서관도, 선후배간에 격의없이 만날 수 있는 동아리방도 제대로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실은 오늘 여러분에게 대접받기보다 여러분에게 함부로 했던 지난날의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날이 되어야 마땅할 것 같습니다. 그저 사랑으로 감싸야 할 일을 먼저 호통부터 치지 않았는지, 여러분이 잘못했을 때 무릎을 꿇어앉히기 전에 여러분도 동등한 인격체이고 여러분의 인권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었는지, 여러분의 명랑한 모습을 버릇없다는 핀잔으로 나무라지는 않았는지 말입니다.

이렇게 학생 여러분들의 정성어린 대접을 받고 보니 학생의 날을 새겨보게 됩니다. 저는 학생! 의 날이었는지 어쩐지도 모르고 지나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형식적인 행사가 강조되다 보면 오히려 평소 가져야 할 존경심을 묻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노파심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 스승의 날이 학생 여러분이나 저희 선생님들 모두에게 행사에 그치는 형식적인 기념일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진심으로 사랑과 존경으로 함께 하는 날이기를 바래봅니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곁에는 묵묵히 사랑과 헌신을 베푸시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실망스러워 보이는 선생님일지라도 여러분을 이끌 수 있는 단 한 가지 이유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여러분보다 인격적으로 더 훌륭하고 존엄하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사는 지혜를 한 가지라도 가르쳐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세상이 변해도 변할 수 없는 것은 "우정과 사랑, 그리고 은혜"입니다. 학교가 여러분들의 정서를 충분히 채워줄 수 없다 할지라도 여러분들이 잊을 수 없는 것은 어버이의 은혜와 스승의 은혜인 것입니다. 수업 중에 다른 친구들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학생이 되지 않? ?것이 물질적인 선물보다 값진 스승의 날 선물입니다. 선생님들도 한번 더 인내심을 가지고 여러분들에게 부드러운 눈길을 보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서 일년 내내 맑은 하늘처럼 고운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2003년 5월 15일

* 이 글은 제22회 스승의 날을 맞아 운남중학교 학생회가 스승에게 보내는 편지에 답을 보내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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