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문화수도를 해부한다
[투데이오늘]문화수도를 해부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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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호[광주대 언론홍보학부 교수]

문화수도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예총과 민예총의 갈등이 점차 격렬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갈등을 지역의 고질병인 대립하는 세력들 사이의 주도권 쟁탈전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문화수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시각의 차이와 접근방법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문화수도 문제는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풀어내는 방법은 복잡다기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매우 간단한 것이다. 세상의 복잡한 문제들도 그 살을 제거하고 보면 매우 단순한 모습의 뼈대가 드러난다. 문화수도를 둘러싼 논란을 해부해보자.

광주는 전통적·현대적 문화도시 아니다

먼저 '문화수도'라는 어휘의 문제이다. 원래 문화에는 수도가 있을 수 없다. 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새로운 시대에 상업적 문화생산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도시를 문화도시라고 부른다. 파리, 로마, 아테네, 북경, 교토 등이 전통형 문화도시라면, 뉴욕, 파리, 칸느, 밀라노, 할리우드 등은 현대형 문화도시에 해당한다. 하지만 문화수도라고 불리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광주는 문화도시인가. 광주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은 무엇인가. 광주학생운동, 5월항쟁 등 광주를 의향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정신적 유산은 있지만, 광주 어디를 둘러보아도 자랑스럽게 보여줄 만한 문화유적은 없는 게 사실 아닌가. 따라서 광주는 전통형 문화도시는 아니고, 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광주의 대표적인 문화산업은 있는가. 아니면 앞으로 광주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전국이나 세계를 대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문화산업 분야는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답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광주는 현대적 문화도시도 아니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십년 간의 집중 투자와 제도적 지원이 아니고서는 이 일을 성사시키는 것은 극히 어렵다.

문화수도의 핵심과제는 시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지역내 문화생산역량의 강화, 문화소비의 민주화와 고급화 등의 개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문화수도'나 '문화도시'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외면해서는 안될 본질적 구성요소 내지 개념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은 구체적 건설 방법이 아니라 추상적 성격을 지닌 접근방법이나 메타방법론에 해당한다.

각설하고, 우리에게 던져진 화두는 문화도시가 아니라 문화수도다. 문화수도란 가감 없이 해석하여 문화에 관한 정책결정기능의 소재지를 말한다. 문화관광부가 광주로 이전해야 광주가 문화수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일도 매우 어렵다. 하지만 문화수도가 되는 것이 문화도시로 성장하는 것보다는 훨씬 쉽다. 중앙정부에서 결정만 하면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이전 통한 문화도시육성으로

문화수도는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제시되었다. 서울에 과잉집중된 대한민국의 미래는 매우 비관적이다. 서울은 폭발 직전에 도달한 시한폭탄이다. 서울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이루려면 지방으로부터 끊임없이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방을 몰락시키면서 홀로 성장한 서울은 더 이상 성장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없다. 최근 분권문제가 조국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등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행정수도의 이전은 집권의 관성을 통제하고 분권의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지렛대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과 중앙집권세력은 수도 이전이나 지방분권에 대하여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서울만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다는 오만이 깔려 있다. 그러나 서울에만 중앙정부가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또한 서울에서 빠져 나온 중앙정부가 꼭 어느 한 지역에만 있을 일도 아니다. 다른 지방도 수도를 감당할 수 있다.

광주는 문화수도를 감당할 수 있다. 부산은 해양수산부를, 대구는 산업자원부를, 전주는 농림부를 감당할 수 있다. 지역들끼리 연대하여 중앙정부의 기능을 분산배치하는 것은 시대정신에 맞다.

/류한호(광주대 언론홍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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