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내리면 가만 있지 않겠다 - 의사협회 김재정 회장
진료비 내리면 가만 있지 않겠다 - 의사협회 김재정 회장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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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내리면 가만있지 않겠다/ 국민이 의료보험료 더 내야 한다"/ [긴급인터뷰: 의사 입장] 대한의사협회 김재정 회장 // 의료보험재정 파탄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에게 거듭 잘못을 사과했고, 급기야 보건복지부 장관이 교체됐다. 의료보험 재정 적자해결을 위해 정치권이 해법 찾기에 고심하고 있지만 의료보험료 인상 외에 뾰족한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22일 민주당이 재정적자를 보완하기 위해 서둘러 내놓은 방안에는 지역의보의 국고지원 50% 확보, 처방료와 진찰료의 합리적 조정, 차등수가제 도입,보험료 부당청구 대책마련 등이 제시돼 있다. 그러나 수가와 관련된 문제는 의료인들의 동의 없이 결코 결정될 수 없는 사안. 의료보험재정 적자 중 50%를 육박하는 1조 8000억원이 의료보험 수가 인상에 기인한 것임을 감안할 때 정부가 의료계를 어떻게 설득시키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작년 7월 의사들은 '국민 건강권' 확보를 내걸고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국민 건강권'에 적신호가 켜진 지금 의사들은 아무 말이 없다. <아무런 말이 없는 의사들> 지난해 의사 폐업을 주도했던 대한의사협회 김재정(60)회장은 3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료보험 재정적자 해결책으로 의료보험료 인상과 국고보조 확대를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논의되는 수가조정안에 대해 "가뜩이나 적은 의료보험료를 가지고 처방료와 진찰료 통합, 차등수가제, 총액 제한제 등을 주장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합리적인 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상할 수 있지만 수가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특히 수가인상으로 인해 의사들 소득이 증가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수가인상은 의약분업 발생 비용이며 소득증가는 일부 의사들의 한정된 이야기"라고 답했다. 다음은 김재정 회장과의 일문일답 내용. -의료보험 적자 중 1조 8000억원이 수가 인상분이다. 일부에서는 국민 주머니 털어서 의사와 약사들 배불려 준다는 지적도 있다. "77년 의료보험이 시작된 이래 의료보험료율은 3%로 지금까지 제자리다. 의료보험 시작부터 워낙 저수가 정책을 시행해 왔기 때문에 정부는 20년 동안 약의 마진으로 의사들에게 보상을 해왔다. 의료보험 통합을 하면서, 의약분업을 실시했고 약가 마진의 30.7%를 인하했다. 우리 나라의 의료보험률은 파키스탄의 7.0%에 비해서 1/2도 되지 않는다. 그에 비해서 의료질은 높다. OECD국가 중에서 총액기준으로 의료비 지출도 최하위권이다. 좋은 진료를 위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누더기 수준의 의료보험이 의보통합과 의약분업으로 누더기 마저 터진 꼴이 됐다. 의약분업 실시 이후 작년 7월과 9월에 진행한 수가인상은 의약분업으로 인해 당연히 생긴 결과다. 국민들은 정부가 의사 입을 막기 위해서 수가를 올려주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인 인상 분은 올 1월에 올린 7.08% 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지난 2년간 수가를 올려주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인상 분이라고도 말하기 힘들다." -작년 의사 폐업 당시 가장 큰 명분이 '국민 건강권' 확보였다. 이번 의보재정 파탄 또한 국민 건강권에 중대한 사건인데 의사들도 뭔가 입장 표명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작년 6월 27일 투쟁 때 의약분업을 실시하면 4조 20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현 상황에서 정부는 국민들이 적정하게 의료보험료를 내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국민들은 적정한 보험료를 내야하고 의사들의 진료에 대해서는 적정하게 평가를 해 줘야 한다. 이와 함께 의료보험 통합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흑자 직장의보와 적자 지역의보를 통합해 결국 적자만 낳았다." -지역의보와 직장의보 통합이 문제가 아니라 고소득 자영업자에게 소득에 맞는 의료보험료를 부과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 아닌가. "지역의보에서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신이 얼마 벌었는지 누가 정확하게 이야기하겠느냐.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렇기 때문에 균등한 과세가 어려운 것이다. 튼튼한 직장의보와 빈약한 지역의보를 합쳐서 결국 재정적자를 불러왔다." "의료보험료 더 올려야 한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수가정책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진료비와 조제료 통합이나 '행위별 수가제'의 '포괄수가제'로 전환, 차등수가제 도입, 총액진료비 제한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수가를 낮춰도 의료 질이 유지되고, 병원 경영이 정상적으로 되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 그러나 지금 당장 재적적자를 만회하겠다고 수가 조정책을 쓴다면 의사들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이미 정부는 수가정책을 통해 원가부분을 맞춰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차등수가제나 진찰료, 처방료 통합의 문제를 포함해서 현재의 수가를 내린다면 의료계도 가만 있지 않겠다. 총액 진료비도 마찬가지다. 적은 파이를 가지고 나눠 쓰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다른 곳에서 재정적자를 만회해야 한다." -국민들은 알권리 차원에서 병원에 진료비에 대한 가격표와 영수증, 2장의 처방전 발급을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의향은 없는지. "(이 부분에서 김재정 회장의 목소리의 톤이 높아 졌다)처방전 2장 발행하는 나라는 전세계에 한군데도 없다. 다른 나라에서 의약분업 수 백년 해보고 처방전 1장 발행한 것은 다 이유가 있는 일이다. 처방전을 한국말로 써주기 때문에 그것 자체로 알권리는 충분히 보장됐다고 본다. 국민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피해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걸 가지고 다니면 환자 비밀은 다 노출된다. 그건 사생활 침해다. 처방전 접어서 장롱 속에 넣어두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굳이 2장을 발행해서 낭비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가격표 문제는 현재 행위별 수가제기 때문에 진료비를 일일이 따질 수 없다. 초진료, 재진료 정도만 가격표를 붙일 수 있을 뿐이다. 영수증은 환자가 원하면 모두 발행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처방전 두 개 발행하는 나라는 세계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치료 중심 의료체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잉진료와 부당진료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도 의원급의 경우 모두 치료중심이다. 자꾸 과잉진료와 부정진료를 지적하는데 어떤 사회나 어떤 직장에서나 한두명의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물론 부당 진료를 합리화하는 것은 아니다. 21일 서울 보건대학원 양봉민 교수가 문화일보에 부당 진료만 막아도 2조원은 아낄 수 있다고 글을 썼다. 양 교수에게 어떤 근거로 그런 글을 썼는지 확인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작년 약값을 제외한 총 진료비가 13조 2000억원이었다. (수첩을 꺼내보면서) 외래환자 진료비는 총9조 1700억원이었고. 이 상태에서 어떻게 2조원이 부당 청구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억울하다. 아마 부당청구 되는 금액은 1000억원도 못 미칠 것이다. 양봉민 교수가 제대로 해명하지 않으면 변호사와 협의해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유포로 고발할 생각이다." -의약분업 이후 동네의원 수입 증가로 대학병원 의사들의 개원 바람이 일고 있다는데. "의약분업과는 무관하게 어쨌든 빨리 개원을 해야 한다는 심리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수가인상 때문에 동네의원이 배가 불러졌다는 것은 환자를 많이 보는 경우에 한정된 이야기다. 의사 사회도 20대 80으로 양극화 돼 있다. 50명 이하를 보면 유지가 안 된다. 일본의 경우 30명만 진료를 해도 품위가 유지되지만 우리경우는 지역에 기부금도 내고 하려면 150명 이상 환자를 봐야 그 수준이 된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환자를 볼 수 있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치료를 위한 환자의 경우 판단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전문가가 보면 순간적으로 몇 초면 판단이 나오는 것 아니냐. 실력의 문제다. 의료지식은 시간 가지고 따질게 아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1시간이 넘는 인터뷰 내내 김재정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자료들을 책상에 펼쳐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수가인상과 그로 인한 손실 관계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했다. 김회장은 인터뷰 도중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위해 기자 바로 옆자리로 자리를 옮겨 앉기도 했다. 그가 계산기를 두드리며 일관되게 주장한 내용은 의보수가인상이 의약분업 비용에 불과하는 것이었다. 김 회장이 제시한 의료보험 재정적자를 만회 방법은 오직 의료보험료인상과 국고지원확대 뿐 의료계의 고통분담 방안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의약분업이 됐지만 기존의 의료체계는 바뀌지 않았다. 150명의 환자를 봐야 품위 유지가 가능하고, 처방료 2장 발행에 대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7만 의사를 대표하는 회장님의 생각이라면 의사와 국민들의 거리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김재정 회장은 작년 의료폐업의 성과에 대해 "23년 동안 지속 돼온 절뚝발이 의료보험의 모순점을 국민들에게 알렸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러한 평가와는 달리 의사폐업과 이번 의보재정 파탄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못하다. 국민들은 의료계가 부당진료나 과잉진료가 심각하다는 지적에 억울하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병원의 경영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번 의료보험재정 적자에 지혜를 모을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7만 의사들이 의보재정 파탄이라는 '국민 건강권' 적신호 상태에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수원/노순택 기자 won@ohmynews.com 기사제공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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