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여 ! 통제중심의 학교권력을 거두소서
대통령이여 ! 통제중심의 학교권력을 거두소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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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우리 교육의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고졸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서울대를 중심으로 서열화되어 있는 우리 교육의 학벌주의는 학력지상주의의 온상입니다. 영부인의 학력마저도 채 고졸이 아니라는 것은 더 큰 희망의 공명입니다. 당신들의 학력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음습한 학벌주의 멍에를 털어 낼 수 있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교육의 희망을 위해 당신은 관행을 깨주십시요. 당신의 고졸학력이야말로 최소한, 학연을 끈으로 당신의 통치질서를 붙들어 매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겠지만 서열주의 학교문화의 관행을 깰 때 아이들을 살리고 병든 교육현실을 개혁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성적으로 기죽어있는 아이들을 줄 세우기 관행으로부터 해방시킬 때 다양성을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성숙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당신들의 고졸학력, 서열주의 학벌주의 멍에 털어낼 상징


당신은 대통령직에 재임하는 동안 꼭 몇 가지를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개혁이 가장 더디고 어려운 곳이 학교라는 사실을 아십니까? 복지부동의 산 현장이기에 아이들에겐 살아있는 무서운 호랑이면서 상부 라인과 만나면 교사들은 종이쪽이 되고 마는 학교현실을 아셔야 합니다. 서열을 넘나드는 검찰의 파격적 인사가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권력을 민주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처럼 교육개혁은 수직적인 연공서열로 승진하는 교단의 서열주의를 무너뜨리고 쌍방향의 수평적인 책임구조로 바뀔 때 가능하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그것이 교육의 역동성을 살리는 진정한 길입니다.

교육행정은 통제하는 조직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 가는 산파역이어야 합니다. 여전히 교무실에선 교사들이 상부지침에 얽매이고, 교실에선 아이들이 창의적인 의견을 소통시킬 통로가 막혀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교장.교감 선생님을 제외한 나머지 학교 구성원들에겐 권력이 수평적으로 분산되어 있지 않습니다. 학교구성원들이 상호 평가하고 공개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 때 학교는 젊은 아이디어로 넘쳐나면서 교사들은 교실에서 아이들과 신바람나는 수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당신이 보여준 교육의 이해로는 교무실의 희망을 일굴 수가 없다는 것도 아셔야합니다. 국민적 합의가 없이 정보를 집적.통제하려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과열된 교육열을 개방으로 해소하려는 WTO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 더 더욱이 ! 반전평화교육을 반미시각으로 보려는 단발마적인 교육의 이해는 여전히 권위주의시대의 관료의식을 털어 내지 못한 것입니다. 당신이 허물어줄 성역은 권위와 침묵만을 미덕으로 존중하고 중앙으로만 집중시키려는 수직적인 학교관리시스템입니다. 벌써 대통령이 되고 나니 행정조직만 믿고 국민은 통제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요?

당신의 학력이 고졸이라는 비난으로 기울게 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이 즐겨하는 토론과 격려를 교단에서도 제도화해 주셔야 합니다. 교장을 뽑고 교육과정을 토론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합리적 논의와 합의과정이 맨 아래 교사들로부터 모아져 교감과 교장 그리고 교육부의 잘 잘못을 견제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대통령인 당신도 잘못하면 국민이 탄핵할 수 있는데 학교의 관리자들은 내부의 형식적인 견제를 제외하면 어떤 견제도 실질적으로 받지 않고 있음을 아십니까? 시대에 어울리는 학교제도의 개혁은 상호간의 교육주체들 간에 견제장치를 만들어 수직적으로 집중되어있는 학교권력을 수평적으로 분산시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능력·양심이 사회질서될때 교육대통령으로 부를 터


우리는, 학벌을 넘어서 능력과 양심이 사회질서가 될 수 있을 때 비로! 소 당신을 교육대통령이라 부르겠습니다. 학부모가 학교를 알고, 아이들이 학교를 알고, 교사들이 학교를 알 수 있도록 투명한 제도를 운영할 때 내 자식의 성적관리소가 아닌 인간적인 삶을 담아낼 수 있는 지역의 학교로 기능하게 될 것입니다.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다양하게 교과서를 만들고 수업방법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열어주고 개방시켜 줄 때 공교육은 정상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의 교과서로 전국의 학생들을 똑같이 정형화시키고 똑같은 교재로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이라면 아이들의 능력을 다양하게 키울 수 없지 않을까요. 교단의 매너리즘을 해결하는 방법은 우선 학교를 다양화시키고 상호견제 구조를 만들면 교사들만의 학교가 아니라 지역주민의 삶을 담아내는 학교가 될 것입니다. 당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낸 힘이 학력 콤플렉스여도 좋습니다. 그 콤플렉스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용기가 될 때 학벌주의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이제 아름다운 바보였던 당신이 거꾸로 국민들이 아름다운 바보가 될 수 있도록 바른 선생님이 되 주셔야 합니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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