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 그래도 양비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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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현 기자
  • 승인 2003.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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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방송과 신문들이 전교조와 교장단의 갈등을 '이전투구', '실력대결', '반미친북교육' 등으로 난타하며 '양비론'으로 즐기고 있다. 여기에 보수교육단체들은 배고픈 승냥이가 사냥감을 만난 듯 '마녀사냥'에 나서고 있다.

'제3자'라며 개인 집단들도 '전교조 때리기'는 마찬가지다. 충남 보성초교 교장 자살의 원수를 대신 갚으려는 듯 지성과 차분한 논리는 없고 격한 감정만이 판을 치고 있다.

한국 국.공.사립초중고 교장회장 협의회는 "전교조의 반미친북 교육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교육부에 요구하고 있다. 교장단의 엇나간 집단행동은 해방전후 한국현대사를 뒤틀어 놓은 보수우익들의 행태를 그대로 닮았다. 수십년 경력이라는 교장들로부터 교육철학은 찾아볼 수가 없다.

'서 교장 살인자', '과격한 친북투쟁집단'에 과거의 역사를 저당 잡힌 전교조는 "서 교장 자살사건을 기화로 전교조의 교육적 열정을 송두리째 부정하려는 비이성적이고 반교육적인 보수수구집단의 힘에 밀려서는 안된다"며 전조합원의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18일 전교조가 발표한 '학교자치와 교장 선출 보직제 추진본부'발족도 보수언론과 보수단체의 '딴지'에 걸렸다. 전교조가 아무리 "현행 교원 인사·승진제도는 단위학교 책임경영’이라는 명목 아래 교장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집중시켜 왔다"며 "학교자치를 위해서는 교장선출보직제가 첩경"이라고 외쳐도 '이전투구'와 '힘 겨루기'라는 양비론과 비난 뿐 이다.

'학교자치와 교장선출 보직제'는 이미 2001년에 전교조가 학교자치와 교육 민주화 실현을 위한 정책사업 중 하나였다.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의 객관적 가치를 들어 '양비론'으로 때리는(?) 시각이다. 차라리 전교조를 접해 본 다음에 비판하면 좀더 낫다. 오직 서교장 죽음 이후 빚어진 '감정적 미움'만이 비난의 논거로 제시 될 뿐이다.

지난 89년 전교조 출범 후 수천여명의 평교사들이 역사와 교육 앞에 부끄럽지 않는 스승으로 남기 위해 학교에서 쫒겨나고 감옥에 갔을 때 과연 교장들은 무엇을 했는지? 그래도 양비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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