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 고객 이렇게 모신다
백화점들, 고객 이렇게 모신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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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기준 맞춰야만 '왕'대접// 고객 모시기에 가장 정중하다고 자처하는 백화점들. 이제는 고객도 선별해서 모시고 있다. 백화점카드 고객만 사은품도 준다? 백화점이 현금을 환영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카드고객 우대인가. 지난 한주 동안 롯데 신세계 현대 등 광주시내 3개 백화점들은 일제히 대고객 사은행사를 벌였다. 이번 행사는 백화점들이 그동안 실시해온 사은행사와 형식이 달라져 일부 고객들에겐 혼선을 불렀다. 이 고객들은 유통업의 상거래 논리에서 백화점이 주인인가, 고객이 주인인가에 의문을 제기한다. 나모씨(광주시 남구 봉선동)는 지난 18일 롯데백화점에서 백화점카드로 상의 한벌(10만2천4백원)과 화장품(9만원)을 샀다. 사은품을 받을 수 있는 카드 구매액 20만원 기준에서 7천6백원이 모자랐다. 그래서 20만원을 채우려고 스타킹(1만2천원)을 현금으로 산 뒤 정작 사은품 교환장소에 가니 당일에 발생한 동일인의 카드매출 영수증만 유효하다는 말을 듣고 분노했다. 결국 나씨는 7천6백원을 맞추기 위해 지하1층 매장에서 빵을 사고 사은품으로 1만5천원의 롯데상품권을 받았다. 또 다른 사례 하나. 같은 시간 백화점 안내 데스크에 한 고객이 "현금 내고 물건을 샀는데 사은품 받을 수 없냐"를 물어왔다. 안내원은 당연히 안된다고 대답하고, 그 고객은 그냥 돌아섰다. 백화점들은 그동안 현금구매든, 카드구매든 관계없이 총구매액으로 합산해 사은품을 주는 행사를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사 백화점카드로 구매한 고객만을 대상으로 사은행사를 한 것이다. 이 기간중 대부분의 고객이 이같은 사실을 모른 채 현금구매를 한 뒤 항의하는 사태도 생겨났다. 현금으로 매상 올려주는데도 푸대접이냐는 항변도 나왔다. 소비자는 백화점의 일방적인 결정이나 제시에 그냥 따르라는 것이냐며 '소비자가 왕'이라는 표현은 구호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바꾸어 실시하고 있었는데, 고객들에게 인지가 안돼 아직도 혼선을 빚고 있다"며 "사실 카드구매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은행사시 매출이 기대에 못미친다"고 말한다. 그러나 카드매출의 경우 이용 고객의 자료가 그대로 보존되므로 고객의 수요패턴을 파악해 백화점 영업전략의 기본 데이터로 활용하는 큰 효과가 있다고 풀이한다. 바로 고객의 요구도를 파악하는 것이 영업과 직결된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또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자가 이를 수용하고 있는데 문제 될 게 없다"고 반응한다. 실제로 소비자들 대다수는 앞의 나씨처럼 백화점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어 사은품을 받기 위해 모자라는 금액만큼 또다른 물건을 사게 된다. 또 아무 말없이 돌아서는 고객도 많다. 백화점은 바로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선 눈앞에 보이는 공짜 사은품은 결국 백화점이 판촉비용으로 충당하고, 나아가서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제품원가에 전가되는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짜 사은품을 받기 위해 발생되는 카드매출 그 자체에 내가 받아오는 사은품의 값이 포함되어 있다는 논리도 다시 새겨봐야 할 것이다. 유통전문가들은 "상거래 행위에서 소비자 권리는 스스로 확보하는 것이다. 고객이 주인이 되는 것은 고객의 몫이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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