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에 무슨일이
경마장에 무슨일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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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경마장 1년 갈수록 시민관심 줄어 시민단체 반대캠페인도 시들 연착륙 전망 가운데 최근들어 불법 카드깡 등 성행 사행심 조장 방지대책 없어 반사회적 시설 주장 계속 개장 이전부터 말도 많았던 광주 스크린 경마장이 광주시 동구 계림동에 자리잡은지(2000년 4월22일 개장) 벌써 1년이 돼간다. 스크린 경마장은 당초 심각한 교통혼잡 유발을 비롯 지역자본 역외유출, 돈세탁 등 자본 흐름 왜곡과 사행심 조장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돼 광주 YMCA를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특히 민주성지로 불리우는 광주에 '공인된 도박장'이 들어선다는 것 자체가 광주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제기의 강도가 점차 엷어져가고 시민들의 기억속에서도 흐릿하게밖에 남아있지 않을만큼 스크린 경마장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졌다. 개장 초 예상됐던 여러 문제점들이 즉각 사회적 이슈로 나타나지 않은 탓도 있었고 스크린 경마장 인근 주민들이 경마인구의 왕래로 인한 부대효과를 기대하며 시민운동단체의 움직임에 반발을 보이면서 반대캠페인 자체가 흐지부지 됐기 때문이다. 반대운동을 주도했던 YMCA도 올해들어 아예 손을 놓고 지켜볼 뿐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스크린 경마장은 광주에서 '연착륙'했다는 분석까지 나타나게 됐다. 광주시 역시 지난 한달동안 스크린 경마장으로부터 8억원에 가까운 지방세를 거둬들였다. 이는 시의 전체 지방세수입 중 1%를 넘는 금액이다. 수많은 시설 가운데 이만큼 '짭짤한' 수입원을 찾기도 힘들다는 분석이다. 시나 스크린 경마장을 관할하고 있는 동구는 스크린 경마장에 대해 가타부타 판단을 하지 않고 있다. 사실 문화관광부 승인사항인 스크린 경마장 시설에 대해 이들 지방자치단체가 세수입 이외에 관여할 부분이 없는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18일 경마장 주변에서 이른바 카드깡을 통한 불법 사채놀이가 경찰에 적발되고 또 이와 유사한 형태의 불법적인 돈거래가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려했던 문제점들이 터져 나오면서 스크린경마장을 다시 드려다 보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개장 1년을 앞두고 스크린경마장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점검해본다. <스크린 경마장 마권발매 규모와 지방세 수입> 스크린 경마장에서 거래되는 자금의 규모는 어느정도일까. 개장월인 지난해 4월, 4차례 치러진 경마에 '배팅'된 자금은 총 28억원. 하루 7억원이 경마장에서 거래됐다. 8차례 경주가 있었던 5월 마권 발매금액은 73억4천만원으로 껑충 뛰었고 하루평균 거래액도 9억원을 상회했다. 6월에는 114억원, 7월 138억원 등 100억원이 넘는 돈이 마권구입 창구를 통해 유통됐다. 이후 꾸준히 10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다 지난 1월 98억원으로 잠시 100억원을 하회했으나 다시 지난달 158억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이래 연말까지 거래금액은 1,000억원을 간단히 넘겼고 올해 2월말까지 10개월 조금 넘는기간동안 1,263억원에 이르러 광주에서 가장 영업실적이 좋은 롯데백화점의 매출을 따라잡고 있다. 그렇다면 광주시가 스크린경마장에서 벌어들이는 세수입은 어느정도인가. 경마장은 규정상 마권발매액의 72%를 고객에게 환급하고 5%는 운영경비로 잡으며 4%를 이익금으로 남기고 있다. 나머지 19%로 지방세목인 마권세를 비롯, 국세인 교육세, 농업특별세, 법인세 등을 처리한다. 이 중 지방세는 10%이지만 경기장이 경기도 과천에 있는 관계로 경기도와 광주시가 반으로 나누어 5%씩 차지한다. 이렇게 계산할 때 광주시는 개장 첫달인 지난해 4월 1억4천만원을 스크린경마장에서 세수입을 올렸고 다음달 3억6천만원, 6월 5억7천만원이 들어온 뒤 지난달까지 매월 5억원~8억원의 지방세를 꾸준히 징수했다. 개장 이후 지난해말까지 광주시가 벌어들인 지방세 수입 누계는 43억3천만원. 2001년 2월까지 총누계는 63억2,6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마권세 수입은 전체 지방세 수입의 약 1.3%(지난해 광주시 지방세수입은 4천1백억원 규모)에 해당된다. 시 관계자는 "이는 전 시민을 상대로 징수하는 주행세 또는 구청 사업소득세와 비슷한 규모이다"고 밝혔다. <교통혼잡문제> 당초 스크린경마장이 들어설 때 가장 우려됐던 부분이 교통혼잡 부분이었다. 사행심 조장이나 광주의 정서에 반한다는 지적들은 다분히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지만 교통문제는 시민들에게 직접 불편을 주기 때문이다. 경마장이 개장하기전인 지난해 3월 녹색소비자연구원 김성희원장은 ▲광주 스크린 경마장이 들어설 건물은 왕복 2차로밖에 안되는 도로 가에 있고 건물내 주차장도 차를 대기 힘든 기계식 비율이 자주식(일반 평면)보다 훨씬 높다는 점 ▲한꺼번에 많은 차량이 몰려 스크린 경마장으로 가는 길이 막히면 주변 백화점과 광주역 일대의 교통대란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불이 나도 소방차 진입마저 어려운 상황을 들어 경마장설치를 반대했다. 이와 반대로 당시 건물주였던 대림산업측은 개장 이전 제출한 교통영향분석에서 ▲이미 지난 93년 신풍프라자 신축공사 당시 99년을 최종목표 연도로한 교통영향평가에서 심의를 통과한 점 ▲판매시설에서 관람집회시설로 건축물 표시변경이 이뤄지더라도 93년 당시 평가서 내용에 비해 1/2수준의 교통량 밖에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등을 들어 교통혼잡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정확한 기준을 세우기 위해 개장 이전 이 건물이 교통영향평가 대상인지를 시에 질의했지만 시는 대상기준보다 규모가 작고 관람집회시설(마사회 입주 후)이 판매시설(입주 전)보다 교통유발 정도가 적은 것으로 돼 있어 '평가 대상이 아니다'고 답변, 실제 교통영향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1년여가 지난 3월 현재 경주가 열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건물 인근 주택가 이면도로는 경마장을 찾는 차들로 채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 YMCA가 시민중계실을 통해 경마장 입주에 따른 피해사례를 접수한 결과 총 7건의 신고 중 6건이 불법주정차를 호소하는 내용이어서 시민들은 마사회 입주 전보다 훨씬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려했던만큼 인근도로에 심각한 병목현상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다만 스크린경마장을 이용하는 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앞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는 볼 수 없다. <사행심 조장과 불법사채업 등 반사회적인 모습들> 광주에서 경마는 아직까지 '국가에서 공인된 도박'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처음부터 민주성지에 경마장이 들어선다는 것을 극구 반대했던 것도 이같은 반사회적인 측면이 강하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반면 스크린경마장측은 시민들이 우려하는 역기능을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대다수의 이용객들이 건전한 레포츠로 받아들이고 있고 경마장 수익금 중 일부는 공익사업에 사용되는 등 공익성이 강하다는 주장으로 이같은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공익적 또는 반사회적이라는 주장은 어차피 관점의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최근까지 어느 한쪽의 주장을 입증해줄만한 뚜렷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아 쉽게 규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18일 동부경찰에 속칭 카드깡을 이용한 불법 사채놀이가 적발되면서 경마장의 어두운 측면이 드러난 셈이다. 지난해 7월에도 경마도박으로 3천만원을 잃었다는 제보가 YMCA에 접수된데 이어 이번 불법사채업자들이 붙잡혀 경마장내 한탕주의가 만연해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이번에 드러난 사건으로 볼 때 이같은 불법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실제 이들을 통해 대출한 이용객들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 개장초기 우려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마사회측은 경마를 도박이 아닌 레포츠로 즐길 수 있도록 마권구매수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한 사람이 얼마든지 살 수 있고 실제 이를 규제하는 움직임도 없어 유명무실한 규정에 그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한 수사경찰관 역시 "이 곳 이용객들은 여러 부류가 섞여있긴 하지만 시원스런 말들의 질주를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이용객보다는 크건 작건 대박의 꿈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당초의 취지에 벗어난 점을 우려했다. 이처럼 바람직스럽지 않은 현상들이 점차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들의 출입을 통제할만한 어떠한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입구에서건 마권발매 창구에서건 규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시민단체들이 합의서 형태로 '청소년 출입금지와 사행심 조장 감시 모니터링'을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대응> 개장 이전 인간 띠잇기 캠페인과 매주말 항의집회까지 벌이며 스크린경마장 입주를 결사 반대했던 시민단체들은 현재 맥이 풀려있는 상태다. 애초 우려했던 교통난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는데다 사회문제화할만한 피해사례 접수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상권활성화를 바라는 인근 주민들의 요구가 가장 힘들게 하고 있다. YMCA 안평환 간사는 "현재 어떤 방향으로 이 캠페인을 지속해 나갈지 확정하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캠페인을 접어야 할 실정이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만 이 시설이 학교정화구역 내에 위치해있으나 당시 관계 학교에서 회의를 통해 이를 묵인했던 점에 대해 당시 회의에 참가했던 인사들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함께 공익사업에 쓰일 기금운용과 사행심 조장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체계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지난 18일 발생한 불법 사채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정리되면 스크린경마장 문제는 다시 사회 이슈화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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