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매각-광주엔 스포츠가 없다
해태 매각-광주엔 스포츠가 없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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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타이거즈 매각-광주 연고유지 힘들듯/ 프로농구에 이어 지역 스포츠 고사 위기/ 경제논리 없는데 무작정 떼쓴다고 되나/ 뒷북치는 정치.행정논리만으론 안돼// "광주에는 스포츠가 없다" 해태타이거즈의 공개매각과 연고지 이전이 가시화되면서 광주지역 정서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야구팬과 시민들은 타이거즈의 광주연고권 이전만큼은 막아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프로농구에 이어 프로야구의 연고지마저 이전될 경우 광주는 프로스포츠 불모지대로 전락, 아마스포츠마저 고사될 수 있다는 상실감과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KBO의 해태타이거즈 공개매각 결정이 발표되자 타이거즈 홈페이지에서는 즉각 '이반투'(호남연고 야구단 연고지 이전 반대 투쟁위원회)가 결성됐고, 수많은 팬과 시민들이 연고지 이전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승씨는 '이반투' 발기문에서 "우리 자녀와 새싹들에게 남도인의 아니 핍박받는 인간의 우수성과 존엄성을 일깨워 주었던 해태의 지역연고지 이전은 결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또 호남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소외돼 왔을 때 해태야구가 호남인에게는 큰 희망과 자긍심을 줬고, 해태가 떠날 경우 광주는 프로스포츠 불모지대가 될 것이라며 연고 이전을 반대하는 의견들이 봇물을 이뤘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정서적으로는 타당하지만 경제논리로는 맞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구단소유주인 기업이 연고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이 관객의 호응도, 경기장시설, 지방자치단체 행정지원여부 등이란 점을 고려할 때 광주는 이같은 요건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강승훈씨는 "과연 새로운 야구단이 광주에 남을 수 있을까? 매 경기 관중 천명도 안되는 썰렁한 스탠드, 야구장에 가지 않고 그래도 애정이 있으니 광주에 남아달라? 이건 자기만족일뿐이다. 우선 야구장으로 가자"라고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행정지원여부와 관련해서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은 광주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오히려 따갑다. 올해 무등경기장에서 살기로 마음먹은 대학 1학년생이라는 윤현수씨는 "고재유광주시장은 스포츠를 싫어하는가보다. 비협조적이고 관심도 쓰지 않는다. 광주시의 무책임한 태도에 염증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 광주시는 팔짱만 끼는 스포츠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프로농구단 골드뱅크 클리커스의 연고지가 광주에서 여수로 바뀐 것도 바로 광주시의 안일한 행정 때문. 어처구니없게도 염주체육관의 난방시설 작동불량으로 경기를 할 수가 없어 떠난다는 게 여수로 떠나던 골드뱅크의 가장 큰 변이었다. 지난 1998년 광주시장까지 참석한 가운데 창단한 '광주신세계 쿨캣' 여자프로농구단이 슬그머니 '신세계 쿨캣'으로 바뀐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광주시와 전남도가 뒤늦게 채권은행과 KBO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지만 얼마만큼 성과를 거둘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광주연고를 주장할만한 별다른 경제논리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논리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시민구단', '기업 컨소시엄 구단', '전국구 구단' 등 대안에 대해서는 해태구단에서도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해태구단은 담보물권에 불과하다"며 "경제논리로는 광주연고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정치논리로 풀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주연고인 금호, 광양제철, 기아, 교보생명, 동원증권 등도 인수를 마다한 상황에서 '뒷북치는 정치논리나 행정'으로는 헛물만 켤 가능성이 크다. "무작정 떼쓴다고 되느냐"는 한 시민의 지적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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