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도청이전 투구와 호남정치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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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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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우 기자

정치는 없고 정치적 이용만 난무
지역민 가치통합 리더십 아쉽다
정동채 강운태 전갑길의원 - 시도통합 찬성 표명
박광태 김태홍 김경천의원 - '입장 표명 없어'

"중앙당과 지구당위원장으로 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습니까"

지난 14일 광주시의회 소회의실, 광주·전남 통합논의 입장 정리를 위한 시의회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이형석 운영위원장이 도청이전이냐 시도통합이냐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이유로 든 것이다.

결국 이날 성명은 도청이전과 시도통합에 대한 결론은 유보한 채 주민투표를 실시하라며 공을 광주시에 넘겨버렸다. 이에따라 광주시는 법적 근거도 없는 주민투표를 위한 실무적인 검토작업에 들어갈 수 밖에 없게 됐다.
이위원장은 이날 "주민투표 요구는 결국 의원들이 중앙당과 지구당위원장들의 입김을 배제하고 주민들이 직접 도청이전 문제를 풀기 위한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로인해 시의원들은 뭐하는 사람들이냐는 질타를 받고 있다. 의회가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스스로 정리하거나 밝히지도 않고 엉뚱하게 방법론만을 제시함으로써 주민의사 수렴과 대변이라는 의회 본분을 포기하고 구경꾼임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 통추위와 김중권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 김대표는 "지역서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바로 지방정치의 현주소와 호남정치 '비극'이 그것이다.

우선 지방정치 현주소는 이번 결정을 시의원들이 했지만 사실은 이들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지구당위원장들의 대리전이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이는 물론 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호남정치의 특수성이며 '비극'이기도 하다.

예컨대 현재 광주지역 국회의원중 도청이전반대 및 시도통합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정치인은 18일 현재 정동채·강운태·전갑길 의원인 반면 박광태·김태홍·김경천 의원은 아직껏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의원들이 어떤 합의를 이뤄내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이번 성명은 지구당위원장들의 지침이 없거나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 눈밖에 나서 좋을 것이 없다는 지방의원의 현실적(?) 판단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11일 '도청이전 일시중단'이란 내용의 6인 의원 명의의 성명서 발표에 동참하기로 했다가 뒤늦게 빠진 한 시의원의 행보는 실소마저 자아내게 한다.

박선정 의원(서구)이 주도한 이번 성명에 대해 한 시의원이 지구당위원장에게 물어보고 결정하겠다고 한 뒤 실제로 물어보았고 그 결과 불참하겠다고 통보했다는 것.

14일 열린 간담회 석상에서 당초 6인 성명에 포함됐던 장영태·노대영 의원이 체면손상을 감수하며 공개적으로 자신의 이름이 도용당했다고 주장한 것도 사실 향후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한 고육책으로 해석되고 있다.

즉 노대영 의원은 지구당위원장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지역구(북구) 출신인데다 비례대표인 장영태의원도 북구에서 차기를 노리고 있는 사정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성명을 주도한 박선정 의원은 역시 성명에 참가한 안성례 의원과 함께 이미 지난달 20일 도청이전 일시중단을 촉구하며 '돌을 던진' 정동채 의원을 지구당위원장으로 모시고 있으며 방대영 의원과 서상백 의원은 각각 자민련출신 비례대표와 무소속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정치적 입지가 자유롭다.

성명에 아예 참여하지 않은 대다수 시의원들이 6인 성명에 대해 '돌출행동'이라거나 '충성경쟁'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던 것도 이같은 맥락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14일 광주시의회의 비켜가기식 도청이전관련 성명은 이미 도청이전 반대 및 시도통합이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정치인들에게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박선정 의원은 "시의회가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 하려면 최소한 도청이전을 일단 중지할 것을 촉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미 뜻을 밝힌 정동채 광주시지부장과 협의, 도청이전문제에 대한 다각적인 대안을 마련해 행동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특히 '전남도청이전 반대 및 광주전남통합추진위원회' 임택 사무처장(동구의회 운영위원장)은 시의회의 성명과 관련, "광주 도심공동화보다 더 심각한 것이 정치공동화"라며 "지방의원들이 스스로의 판단과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임의원은 "지구당위원장의 생각이란 것도 정권 핵심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 아니냐"며 전략상 김대중대통령 부자를 겨냥하고 있는 기존 통추위의 입장을 반복했다.

물론 이들 두 지역 정치인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계산된 발언이며 행보라는 것이 아무런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다른 지역 정치인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예컨대 임의원을 비롯한 통추위에 참여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대부분 시도통합운동을 내년 지방선거와 연계 민심얻기 차원의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난이 그것이다. 특히 초창기 통추위를 주도했던 동구의회 의원들이 대부분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영일 전 의원계열이었다는 점을 들어 특정인의 정치적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고 신랄히 비판한다.

정동채 의원과 측근들의 행보도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듣기는 마찬가지다. 돌만 던졌지 줄세우기, 바람몰이, 명분쌓기, 변죽울리기 등 구태의연한 방법<본지 3월2일자 기자닷컴-정동채의원이 '돌던진 책임'지려면>을 되풀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도청 이전투구'는 지역정치인들끼리도 물고 물리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제 도대체 누구를 위한 도청이전이며 시도통합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도청이전 '그 이상'을 생각해야 할 때다<본지 창간호 도청이전 '그 이상'을 생각한다>

정치인들 입장에서 볼때도 이대로 가다가는 '정치공동화' 책임에서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할 상황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도청이전이나 시도통합 자체에 매몰돼 자신의 입장만을 정당화하기에 급급하거나 반대로 아예 이미 지역 최대 현안이 돼버린 도청이전문제에 대해 모른척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시도통합이나 도청이전을 선택적으로 바라보지 말고 어떤 경우에도 광주·전남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지역민에게 제시하며 지역사회의 가치통합을 이루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도청 이전투구'는 지역민들의 입장에서도 교훈적이다. 최근 정치인들의 행보는 내년 선거를 앞둔 치밀한 계산에서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도청이전파든 시도통합파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을 확실히 심판하겠다는 각오와 실천만이 더 이상 호남정치의 '비극'을 확대재생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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