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 지방신문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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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3.04.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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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얻어먹고, 촌지 받아쓰고, 홍보성 광고 구걸하고…”
지난 2일 광주방송(KBC) 공개홀. 기자는 어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역사회에 투영된 지방언론과 언론종사자들의 참담한 자화상 때문이었다. 때마침 그 자리에는 미래의 언론인을 꿈꾸는 언론 유관학과 학생들이 자리를 같이하고 있어 그 자괴감은 더했다. 그 사실이 ‘성난 얼굴로’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줬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정말 우리의 참모습이었던가 라는.

솔직히 말하겠다. 그리고 부인하지 않겠다. 그것은 어쩌면 오늘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부인할 수 없는 자화상이자 당장 지워버리고 싶은 그늘진 초상이기도 하다. 토론회 내내 현실적 처지에 대한 역겨움과 단호히 머리를 쳐들며 단도리치는 내면적 자아의 강한 부정이 만들어 내는 묘한 서글픔의 이중주를 들어야 했다.

‘신문사 난립’ ‘모기업 방패막이’ ‘언론기능 상실’ ‘기자 자질’ ‘계도지’…
지방신문 토론회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해 언론종사자들의 폐부를 찌르는 ‘악성 종양’들이다. 결국 지방신문은 ‘악성종양의 집합체’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현실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신문불사’의 또 다른 신화가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 언론종사자들의 뼈를 깎는 자정의 목소리는 아직까지 들려오지 않는다. 지역사회와 언론종사자들이 느끼는 지방언론에 대한 체감지수가 그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그 인식의 격차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그리고 그 차이는 정녕 화해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일까. 숱한 물음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적어도 작금의 서글픈 언론현실에 대한 최대 원인제공자는 언론종사자라는 것 말이다. 정 그 말이 억울하다면 ‘공동정범’ 정도로 해두자.

그러니 오해는 마시라. 기자는 이쯤해서 지방언론에 대한 어줍잖은 변명 한마디만 하고 싶은 거다. 그 한마디를 하기 위해 사설이 길었다.
현재 지방신문의 최대 화두는 바로 ‘생존’이라는 사실이다. 어차피 자본주의 자체가 ‘적자생존의 정글’이라지만 지방신문이 처한 ‘생존의 위기’는 가히 폭력적이다. 언론인이라는 존재이유를 ‘무화’시킬 정도의 생존권적 위기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그래서 숱한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이해를 구하고 싶다. 때로 생존을 위한 본능은 가치문제에 선행한다는 사실에 대해. 염치없지만 호소하고 싶은 거다. 이제껏 흠씬 두들겨 패기만 했으니 앞으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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