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과 인간존엄은 비례합니다.
국익과 인간존엄은 비례합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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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국에는 로또와 전쟁으로 뒤숭숭합니다.
로또 열풍이 매주 '기대와 허탈'이라는 광풍의 연속이라면, 지금 온 나라에 퍼지고 있는 파병반대-국회 비준 부결-반전평화는 '평화와 희망의 열풍'입니다.

전국방방곡곡 각계각층의 반전평화 지향세력들의 거대한 열풍에 의해, 애초에 민심에 무지했던 국회의원들이 허둥대면서 하나 둘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모두가 놀랄만큼 국민들은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 반전 평화의 물결은 2000년 총선의 낙선낙천운동 물결과 작년 월드컵의 붉은 열기,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 보여준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열풍에서 이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현대사에서 전쟁의 치열함속으로 뛰어든 적은 여러 번 있었습니다. 91년의 걸프전 파병, 93년 소말리아 파병, 99년 동티모르 파병, 2001년에는 아프카니스탄 파병 그리고 베트남전 파병이 있었습니다.

외국군대를 받은 한국전쟁을 제외하고는 우리는 늘 국제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파병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여러 형태로 있어왔고 소위 '국익'으로 불리워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가 애타게 그리는 진정한 의미의 '국익' 「평화」는 보이지 않습니다.

"공병대·의료단 중심 이라크보내자"
반전여론 의식한 바로 면피용 발언
편법으로 지킨 국익은 예속과 굴종


30여년 전에도 미국은 베트남을 침공해 놓고 우리에게 일방적 파병을 요청해왔습니다. 악의 화신 부시의 전화로 이라크 파병이 국익으로 둔갑되어 온 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있는 것처럼 존슨 대통령의 친서로 파병이 시작되었습니다. 64년 7월 무더위속에서 첫파병은 '이동외과병원' 130명과 '태권도 교관단' 10명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시작이었을 뿐입니다. 전쟁은 65년 1월 비둘기부대를 필두로 65년 8월 맹호 청룡부대, 66년 3월 저의 셋째 형님이 다녀왔다던 백마부대가 계속 파견되는 장기전이 되었습니다.

이 끝없는 죽음의 파병은 미국이 불의의 전쟁에 패배하는 순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그 불행한 역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라크 침략에 나서고 있는 미국의 요구가 공병대와 의료단에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들어 의료단 중심의 파병을 하자는 일부 국회의원의 생각은 반전 여론을 의식한 또 다른 면피용 발언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70년대 '자유수호' 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시작된 불의의 전쟁 참가와 베트남 민중에 대한 학살의 대가는 소위 '국익'이었습니다.

그때 우리가 얻은 국익은 달러로 대변되는, 우리가 주말이면 내달리는 고속도로와 파병군대가 가져온 TV였으며 북한의 무력침략시 미군의 지원 약속이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여름 전 국민이 촛불을 들고 효순이 미순이를 목놓아 부르며 폐지되기를 절실히 원했던 SOFA가 베트남 파병의 대가인 것을 우리 정부는 국익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국익은 외세로부터 벗어나고자 발버둥친 베트남 민중에 대한 학살이었으며 미국의 달러에 예속된 관계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라크 파병을 두고 다시 '국익'과 '한반도 평화'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맨 앞에 노무현 대통령의 우울한 결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국익'을 앞세운 보수야당인 한나라당이 국민 여론을 외면하며 한시라도 파병을 늦출 수 없다며 외쳐대고 있습니다. 파병 반대의 열풍속에서도 파병 찬성의 기준으로 되고 있는 '한반도 국익'은 그렇게 늘 있어왔습니다. 그 '국익'은 예측하건대 북핵 문제의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입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와 북핵 문제의 해결은 오직 우리 정부의 자주적 외교와 국민의 힘만으로 가능합니다. 설령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가 미국으로부터 보장된다는 약속을 받았다손 치더라도 인간 살상에 동참하는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결론은 베트남전 파병에서 각인한 바 있습니다.

이제 또 다시 그런 오류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인간의 존엄을 말살해가며 편법으로 지켜지는 잘못된 국익은 예속과 굴종에 다름 아님을 역사로부터 배웠던 것입니다.

'국익'은 인간 존엄과 평화가 지켜지는 가운데 생기는 것입니다. 한반도의 국익은 안하무인의 미국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국민의 자주적 힘으로 지켜집니다. 국익과 인간존엄은 결코 반비례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단연코 이라크 파병 문제의 해결은 정부의 파병안을 국회에서 부결시키는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국익'이며 국민들의 힘으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리라는 사실입니다.

모두가 다함께 승리하고 한반도에 '평화 열풍'이 울려 퍼지는 종결점이 국회에서 일어나길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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