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 더러운 전쟁…국회 파병결의 반대해야
다음은? - 더러운 전쟁…국회 파병결의 반대해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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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구축함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이 긴 꼬리를 감추며 삽시간에 어둠 저편으로 사라졌다. 푸르스름한 미명에 쌓여 있던 ‘바그다드의 새벽’은 이내 아비규환의 공포 속으로 빠져들었다.

순간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은 우습게도 단잠에 빠져있을 ‘바그다드의 아이들’이었다. 그것은 이제 막 평온한 잠자리에 들었을 ‘워싱턴의 아이들’과 비교되면서 극심한 분노를 수반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일 미국은 세계적인 반전여론에도 아랑곳 않고 ‘더러운 전쟁’을 개시함으로써 21세기 ‘신 아메리칸 제국’의 탄생을 알렸다. 자유와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현란한 수사로 치장하고 있지만 이번 전쟁은 단지 ‘부시맨’의 전쟁일 뿐이다. 91년 아버지 부시가 ‘사막의 폭풍’을 등에 엎고도 이뤄내지 못했던 숙원을 아들 부시가 ‘충격과 공포’를 통해 기필코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아들 부시가 훨씬 화끈(?)하다. 적어도 아버지 부시는 ‘유엔 지지’라는 형식적 정당성을 갖췄지만 아들 부시는 ‘마이 웨이’의 독선과 오만을 미국의 자존심으로 포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반전여론과 유엔 동의는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에게는 자존심을 흠집 내는 한낱 고려할 필요가 없는 거추장스런 액세사리에 불과할 뿐이다.

<세계여론 묵살…석유 패권 노린 '더러운 전쟁'>
<국익도 좋지만…노무현 정부 파병 재검토 필요>
<공포 떠는 바그다드 아이들 생각하면 분노 끓어>


그뿐인가. 아들 부시는 이번 전쟁에 지난 91년 아버지가 쏟아 부은 폭탄의 10배에 달하는 화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 91년 걸프전으로 이라크군의 전력이 절반이상으로 줄었는데도 말이다. 그 결과 무고한 민간인들이 엄청나게 살상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입으로는 ‘평화’를 외치면서도 민간인들의 무고한 죽음을 애써 외면하는 이 같은 모순된 행위야말로 이번 전쟁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불타는 바그다드

이와 함께 ‘부시맨’의 배후에서는 보이지 않는 ‘검은 손’들이 전쟁이 가져다 줄 막대한 이익에 대한 ‘주판알’을 쉴새없이 튕기고 있다. 비록 전면에 나서고 있지 않지만 이들 ‘검은 손’이 미국을 움직이는 석유와 군산복합체 자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간 미국이 수행해왔던 수많은 크고 작은 전쟁의 배후에 이들 자본들이 ‘독버섯’처럼 자리하고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부시부자는 그 동안 정치적으로 큰 빚을 졌던 이들 채무자들에게 보은을 위한 ‘추악한’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대량 살상무기로부터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을 전쟁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이는 ‘자국민 보호’를 위해선 시간과 장소, 대상을 막론하고 ‘위협세력에 대한 예방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철저한 힘의 논리다.

문제는 소위 그 ‘위협세력’이라는 것을 ‘세계패권 유지’라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꿰 맞춰 분류하고 ‘일방적’으로 요리한다는데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미국의 패권적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된 ‘희생양’이 다름 아닌 아프가니스탄이었고 이라크였다. 그리고 다음 목표는 북한과 이란이 될 것이다.

미국은 이번 이라크 전쟁의 명분에도 불구하고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현존하는 명백한 위협의 증거’를 찾아내지도, 제시하지도 못했다. 후세인과 알 카에다의 연루의혹에 대한 해명도 없었다. 다만 이라크군의 무장해제와 후세인 축출을 통한 체제변화라는 ‘미국의 흉중’이 어느 순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그리고 간단없이 전쟁은 시작됐다. 위협을 판단하는 ‘유일한 잣대’는 미국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수출하고 있는 최대 무기수출국이 아닌가. CIA를 비롯한 각종 특수부대를 동원해 반미국가에 테러를 지원하고 수출하고 있는 나라 역시 미국 아니었던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지구상 대부분의 국지전을 일으켰던 나라 역시 미국이다. 이 같은 미국이 과연 세계평화를 운운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의 ‘핵무장’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으면서 ‘증거 없는 의혹’으로 이라크를 거세게 몰아붙이는데는 석유자원 확보라는 음험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불법적인 ‘석유전쟁’은 즉각 중지돼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정부의 이라크 전쟁지지와 파병 결정은 너무 성급하고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이라크 다음 표적으로 북한을 지목하고 있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제아무리 ‘국익’으로 치장하고 포장하더라도 ‘불의의 전쟁’이라는 흙탕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 한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정부의 결정은 ‘북핵문제’로 야기될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지원과 지지를 상쇄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해보자. 동해상에 배치된 미 구축함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이 긴 꼬리를 감추며 어둠 속의 평양을 향해 사라지고 있다. 그 다음 어떤 광경이 떠오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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