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 가득한 제5회 서울여성영화제
설레임 가득한 제5회 서울여성영화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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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국제라는 타이틀을 걸지 않고도 백화점식 볼거리 제공이 아니면서도 대중에겐 강한 호소력으로, 소수자에겐 숨통을 트이게 하는 영화제가 있다. 오는 4월 11일부터 18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되는 ‘서울여성영화제’가 그것이다. 올해로 다섯 회를 맞고 있는 이 영화제는 여성의 눈으로 삶의 다양함을 조망하는 일부 경쟁부문을 도입한 비경쟁 국제영화제이다.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면서도 주변의 위치에 놓여있는 여성들이 그들의 독자적인 시선과 목소리로 사회와 역사를 재해석하는 영화제인 것이다.

필자가 서울여성영화제를 소개하고 있는 이유는 어떤 행사이건 여성의 ‘녀’자만 들어가도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들의 왜곡되고 편협한 세계관을 교정하고, 여성들에게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다시 성찰케 하는 기회를 이 영화제가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성주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적대자로서 남성을 위치 지우는 것이 결코 아니라 이제까지의 서양 중심의 가부장적 폭력과 강제의 논리에, 그리고 경계와 차별의 견고한 벽을 만들어온 이분법적 세계관에 도전함을 의미한다.

세계 여성영화의 흐름을 아우르면서 아시아 지역의 여성영화를 주로 소개하고 있는 서울여성영화제는 아시아 지역 여성영화 인력의 발굴과 여성영화제작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특히 새로운 문화 창출의 주역으로 여성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고무적인 영화제이다. 단편경선 영화에서부터 아시아 특별영화전까지 총 일곱 개 부문으로 구성된 서울 여성영화제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타자의 삶을 살아온 여성을 일관되게 탐구해온 캐나다의 레아 풀(Lea Pool)감독의 작품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필리핀 여성영화를 마련해놓고 있다.

필리핀 여성영화는 사회적 모순을 이슈화하면서 대중적으로 성공하는 영화를 만들고 있는 여성감독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근대화 과정에서 충돌하는 성과 가족, 종교의 문제들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이다. 지난해의 대만과 인도 여성영화 소개에 이어 필리핀 그녀들의 역사를 - 그의 역사 history가 아니라 그녀의 역사 herstory - 읽을 수 있는 흔치 않는 귀중한 기회라 생각한다.

한국영화 회고전에서는 여성의 솔직한 욕망으로 금기와 제약에 도전하여 가부장적 남성 관객에게는 위협적인 존재로 보였으나, 억압된 여성에게는 대리 만족의 쾌감을 주었던 배우 ‘도금봉’ 회고전이 준비되어 있다. 요부에서 억척스럽고 심지어는 영웅적인 모습까지 여성성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던 그녀의 영화를 만날 생각하니 가슴 설렌다. 내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 속에서 항상 시건방지고 두려운 존재로만 기억되었던 그녀를 이제는 나만의 시선으로 그녀 이미지가 보여주는 가치의 전복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것은 의식의 변화와 발전을 바라는 나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위경혜(영화평론가)
올해는 작품수도 작년에 비해 40 편이 늘어난 120 편이고 상영공간도 예전의 ‘동숭아트 센터’와 ‘하이퍼텍 나다’에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까지 추가되었다고 하니 일정에 맞추어 광주시민들도 한번 들려 축제를 즐기기를 권해본다. 작지만 꼭 필요한 영화제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서울여성영화제는 영화제 컨셉의 선명함과 차이의 드러내고 다양성을 인정을 계기를 마련하다는 점에서 광주지역에서도 꼭 열어보고 싶은 영화제이다.

마침 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회측도 지역의 요청에 따라 전국 순회 상영 프로그램도 있다고 하니 고려해볼 일이다. 영화축제란 그럴싸한 포장으로 주최하는 사람만 기분 좋은 일이 아니라 영화제의 진정한 주인인 관객이 기뻐하고 즐기며 서로 소통하는 것이어야 하기에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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