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박물관 '광주의 풍수' 발간
민속박물관 '광주의 풍수' 발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라는 고을 이름 때문에 옛날 광주에서 화재가 자주 일어났다.’
‘여러 이무기들이 신안동의 태봉산을 여의주로 여겨 신성시했다.’
광주지역의 풍수와 민속의 관계를 다룬 책자가 최근 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

광주민속박물관이 광주와 인근지역의 풍수인식, 그리고 이와 관련된 신앙 및 행동규범 등을 망라한 조사연구서 ‘광주의 풍수’를 펴낸 것.
광주민속박물관은 이를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옛 광주읍성을 중심으로 한 11곳과 광주시내 및 인근마을 20곳을 대상지로 선정, 현지조사를 벌여왔다.
‘광주의 풍수’는 크게 ‘읍성풍수’와 개별마을의 풍수론을 담은 ‘마을풍수’로 구성돼 있다.

민속박물관측은 “공동체적 풍수인식의 실례를 파악한다는 취지에 따라 특정인이나 문중의 풍수적 이해를 반영하는 음택풍수나 집터는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히고 “단순한 명당마을 보다는 살기 좋은 마을을 건설하려는 주민들의 노력이 현저한 곳과 풍수와 관련된 일화 속신 금기 신앙 조형물 등이 풍부한 지역을 집중 조망했다”고 밝혔다.

책자에 따르면 광주읍성은 풍수상 ‘배 형국’으로 분류되며 이 같은 ‘배 형국’은 나주와 담양 등 읍성풍수에서 보편화 된 현상으로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배 형국’풍수론은 경제적 번영과 출중한 인물의 배출을 염원하는 동시에 고을주민들에게 ‘한 배를 같이 탔다’는 공동체 의식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광주.인근지역 31곳 대상 풍수와 민속관계 집중 조망
국내 처음 특정지역 풍수상황 포괄적 조사 가치높아


책자는 또 마을을 우주의 축소판으로 인식하는 마을풍수에서는 주변의 자연지형을 동식물이나 각종 기물에 비유해 설명하는 ‘형국론’이 우세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같은 ‘형국론’에서는 용에 관한 비유가 많이 발견되는데 이는 용이 산세의 역동성을 잘 표현하는 동물일 뿐 아니라 농경사회에서 비를 내리게 한다고 믿는 용신신앙과 결부돼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마을을 배에 비유하는 ‘배 형국’이 마을풍수에서도 다수 파악되는데 특이한 점은 배 형국의 마을에서는 우물을 파지 말라는 금기가 자주 발견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농경사회의 소중한 자원인 물의 남용을 막고자 하는 조상의 지혜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광주지역에는 숲 입석 장승 조탑 연못 등 풍수와 관련된 다양한 비보가 전해지는데 이는 풍수가 적극적인 비보의 조성을 통해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책자는 이어 마을풍수의 가장 큰 특징을 주민들의 풍수관이 풍수전문가들의 그것에 비해 훨씬 비체계적이고 내용 면에서 크게 빈약하다는 사실을 꼽았다. 그럼에도 마을풍수가 오랜 세월동안 가뭄 화재 질병 등 공동체 생활에서 직면한 문제들의 원인을 규명·대처하는 역할을 했으며, 신앙 금기 비보의 조성 등 다양한 민속현상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연구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민속박물관측은 “이번 책자가 광주지역의 풍수와 민속의 관계를 조명한 최초의 책”이라며 “국내에서 특정지역의 풍수상황을 포괄적으로 조사한 첫 번째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속박물관은 또 “그 동안 풍수를 단순히 미신이라고 단정짓고 폄하했던 것에서 벗어나 이번 책자 발간을 계기로 향토사와 민속학 분야에서 풍수가 재인식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