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매화 산수유 개나리 축제 등 행사 다채
왕인축제 고인돌 축제 등 역사기행 테마도

연둣빛 생명이 짙어 가는 길목. 봄꽃에 취한 남도는 벌써부터 축제가 한창이다. 올해로 일곱 번째 맞는 광양 매화축제가 그 것. 섬진강을 따라 해사하게 피어난 매화의 자태에 푹 빠져 황홀경을 헤매노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바람에 떨어진 꽃잎을 무동 태우고 흘러가던 섬진강에 애틋한 그리움을 실어보내면서 오래 머물 것 같았던 눈길은 이내 샛노랗게 염색한 산수유의 도발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만다.
북상하는 훈풍에 실려가던 꽃 소식이 얼결에 구례 산동에서 “꺄르르”하고 노란 꽃으로 대책 없이 터져 버린 것이다.

유난히도 눈이 많았던 지난 겨울의 한파 속에서 동장군과 힘겨운 씨름을 하면서도 씨눈을 고이 간직한 봄꽃들이 재채기처럼 앞다퉈 꽃망울을 터트릴 때쯤이면 ‘꽃 천지’남도는 꽃과 함께 하는 축제가 지천이리라.

잎파리보다 먼저 세상에 얼굴을 내민 개나리가 동심의 천진한 미소로 상춘인파를 유혹하는 동안에도 무에 그리 애달픈지 진달래는 핏빛으로 남도의 산하를 물들이고 잠시동안 뭇 사람의 가슴에 전염병처럼 열병을 퍼트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아픔이 여물 무렵, 상처는 철쭉으로 인해 덧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장자의 ‘호접몽’마냥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모를 깊은 사색의 세계로 몰입할 수 있는 흔치 않는 이색체험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남도의 모든 축제가 꽃과 나비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영암의 왕인문화축제, 화순의 고인돌 축제, 여수의 진남제, 장성의 홍길동 축제, 순천의 낙안민속문화축제, 완도의 장보고 축제 등은 축제의 형식을 빌어 역사 속 여행이라는 색다른 맛과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양매화축제(8∼23일)
그곳에 가면 하얀 면사포를 머리에 인 은근한 수줍음이 상춘객의 발길을 붙잡고 놔주지 않는다. 새색시 같은 봄처녀가 뿜어내는 향기에 취할라치면 시도 때도 없이 방망이질 해대는 속앓이에 약도 없다. 광양시 다압면 섬진 매화마을. 그곳은 지금 지난 8일부터 시작된 매화축제가 매화 향 그득한 농주처럼 맛있게 무르익어 가고 있다.

섬진강이 한눈에 굽어보이는 청매실 농원에 들어서면 매화도 매화려니와 매화나무 아래 푸르름을 더해 가는 청보리가 무척 인상적이다. 청백의 색감이 대비되며 만들어 내는 몽환적 분위기에서 봄의 질감을 살짝 만질 수 있을 것만 같다.

산자락의 이동로를 따라 걷다가 어느 순간 시야가 확 트인 곳에서 마주한 섬진강의 풍경은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다. 여기에 농원의 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 천개의 장독도 볼거리 중 하나다.

15일 매화축제 개막식을 시작으로 매실차 및 녹차 시음회, 전 국가대표 감독 차범근 팬 사인회, 매화사진 찰영대회, 한마음 새끼꼬기, 매화 묘목 무료배포, 매화 꽃 길 걷기, 전통 놀이 체험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곁들여진다. 문의-청매실농원(061)772－4066, 광양시청(061)797－2363


구례 산수유꽃 축제(21∼23일)
구례군 산동면 상위마을.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60%를 조달하는 대표적인 산수유 마을이다. 산수유 군락지만 30만평 규모. 그래서 논두렁 밭두렁 여느 집에서건 산수유 나무 한두그루쯤 발견하는 건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산동마을은 매년 3월 중순께만 되면 숱제 노란 산수유 꽃으로 치장하고 봄바람에 들 뜬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전국에서 산수유 꽃을 화폭이나 카메라 렌즈에 담으려고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이다.

상위마을 사람들은 200년전부터 산수유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일설에 따르면 옛날 중국 산동성 처녀가 지리산으로 시집올 때 산수유를 가져와 심었다고 한다. 산동이라는 지명도 그때 붙여진 것이란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산동면 원달리 달전마을에 가면 수백년 수령의 원조 산수유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산수유 꽃은 4월초까지 피었다 지며 열매는 가을에 수확한다. 산수유 열매는 한약재와 건강식품으로도 인기가 좋다. 산수유 꽃 축제는 오는 21일부터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주제로 지리산온천관광지 일원에서 3일동안 계속된다.

축제기간에는 도립국악단 공연 산수유 가요제 팔도품바 경연대회 중국기예단 공연 등 본행사와 향토음식전시 산수유차 무료시음 농촌체험 황토염색 체험 등 부대행사도 푸짐하다. 문의-구례군청(061)780-2224


여수 영취산 진달래축제
소월의 영변 약산 진달래의 애틋한 이별을 애통해 하는 사람들 때문일까. 매년 3월말에서 4월초가 되면 여수 영취산에는 가슴 가득 그리움의 열병을 앓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영취산은 창녕 화왕산 마산 무악산과 더불어 남도의 3대 진달래 절경으로 꼽힌다. 영취산 진달래는 키가 작지만 촘촘하게 무리 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영취산 진달래 군락은 450m봉 아래 사면, 450m봉을 지나 작은 암봉이 있는 부근, 정상아래 사면, 진래봉 부근 등 크게 4개 지역에 분포해 있다.

영취산 진달래 축제는 매년 4월 첫째 주에 개최되지만 올해는 좀더 빨리 진달래를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진달래 개화시기가 빨라져 오는 28일부터 축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행적기도 기온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3월말에서 4월 첫째 주가 좋을 것 같다.

어디 핀들 영취산 진달래가 아니랴만은 그래도 산의 정상에서 감상하는 진달래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오래 아프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올 봄엔 진달래 꽃마중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진달래 흥취에 빠지더라도 사물놀이 공연 흥국사 홍교밟기 철인산악대회 영취산 일원 봉우재 사진촬영대회 향토음식축제 등 행사는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다. 문의-여수시청 061) 690-2225


화순 고인돌축제(4월25∼27일)
화순 운주대축제를 지역이미지에 걸맞는 ‘2003화순고인돌축제’로 명칭을 변경해 4월25일부터 27일까지 3일동안 공설운동장과 세계유산 고인돌공원 일대에서 개최한다.

축제의 내용도 돌 문화에 스며있는 역사와 전통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행사를 가미해 고인돌과 관련된 태고의 신비를 체득하고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세계유산고인돌공원 일원에서 수려한 풍광을 감상하며 펼쳐지는 고인돌 축조과정 체험행사와 고인돌 설치미술전, 세계유산 고인돌 발굴보고회 등은 선사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 단계 높혀 줄 것으로 기대된다.

공설운동장 주무대에서는 전국애견·경견 전람회 아동장기자랑 현대무용단 공연 민속경연대회 청소년 한마당 잔치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밖에도 화순 옛모습 사진전시 향토먹거리 장터운영 짚풀 민속공예 전시 봄꽃·야생화 전시 기념우표 전시 및 맞춤형 우표만들기 등의 행사가 상설 운영된다. 문의-화순군청 061)374-0001

영암 왕인문화축제(4월4∼7일)
100리에 걸쳐 만개한 벚꽃이 웅장한 꽃비로 낙하하는 4월 초순. 1,600여년전 일본에 백제의 선진문명을 전수해준 왕인박사가 축제의 형식을 빌어 화려하게 부활해 그날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다.

월출산의 너른 품과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의 정기를 한 몸에 받은 영암 땅은 왕인박사와 도선국사 등 숱한 인재를 배출하면서 고려시대까지 한·중·일 교역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왕인박사는 일본 응신천황의 초청으로 천자문과 논어, 도공, 야공, 직조공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아스카 문화를 꽃 피운 위대한 선각자로 추앙 받고 있다.

이번 왕인문화축제는 4월4일부터 7일까지 왕인박사 유적지를 중심으로 향토성 짙은 민속공연과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주요행사로는 왕인박사춘향대제 월출산바우제 왕인기자굿, 천자문천등행렬 왕인학문의 길 탐방 향토음식전 다도시연 아스카문화 사진 전시회 도일기원굿 등이 있다. 문의-영암군청 061) 470-2350

함평 나비마라톤 대회(4월27일)
보라색 자운영과 노랑 유채꽃이 흐드러진 4월의 봄날, 나비의 고장 함평에서는 전국 아마추어 건각들의 큰 잔치 함평나비마라톤대회가 열린다. 올해로 벌써 세 번째다.

경기는 오전 10시 함평공설운동장을 출발하는 것으로 시작해 풀코스(42.195km) 하프코스(21.097km) 단축코스(10km) 건강달리기(5km) 등 4종목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나비축제’가 열리는 함평천부변공원 팽나무 숲 등이 마라톤 구간 내에 자리하고 있어 맑은 공기를 마시며 달릴 수 있다. 이와 함께 완주구간 전역에서 만나게 되는 자운영과 유채꽃은 마라토너들에게 색다른 남도의 흥취와 멋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강변과 숲을 넘나들며 자연을 완상 하다보면 혹 나비처럼 가벼운 심신으로 다스한 봄날의 정취 속으로 날갯짓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남도의 푸근한 인심과 먹을거리를 덤으로 얻는다면 두말해 무엇하리. 참가문의- 함평군청 061) 320-3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