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장식품 나눠줄까 나눠먹을까
미술장식품 나눠줄까 나눠먹을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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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문화수도' 방향을 제대로 설정했는지, 타지역에 비해 분명한 차별성을 갖고 지역예술계를 키울지 판단할 수 있는 첫 실험대상이 도마위에 올랐다.
내년 초 문을 열 광주시 신청사(광주 서구 상무지구)에 설치할 미술장식품 선정작업이 조만간 진행될 계획이다. 이 작업은 건축비용 1% 이상을 환경조형물 설치에 쓰도록 의무화 한 문화예술진흥법과 그 시행령에 따른 것. 광주시는 이달 말 6억원대에 이르는 작품 공모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술장식품이 일부 작가들과 지역대학 교수 출신 작가들에게 집중되었기 때문에 이번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광주시 이달 말 6억원대 미술품 공모

1997년 시행령 발표 후 광주시에 심의가 통과(설치했거나 예정 중)된 미술장식품은 총 126점. 이중 99점이 조각이며, 회화 21점, 모자이크·환경도예 등이 6점 설치됐다. 이중 조선대 출신 조각가 김용씨와 공성순씨 작품이 각각 10점, 9점로 가장 많다. 다음은 정회만 교수(광주여대) 작품이 7점, 김행신 교수(전남대), 최규철 교수(전남대), 문옥자 교수(호남대), 정윤태 교수(조선대)가 각각 5점으로 뒤를 잇고 있다. 이 결과만 보더라도 미술계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단순한 '의혹' 수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미술권력은 미술장식품의 가격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미술계 한 인사는 "작품을 몇 개 했느냐보다 얼마짜리 작품을 했느냐가 미술권력을 대변해 준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로 문옥자 교수(호남대)는 97년 이후 롯데백화점, 한국통신 광주정보통신센터, 광주고등·지방검찰청 등 대형 공공시설에 모두 작품을 설치했다. 따라서 "액수가 큰 것은 몇몇 교수들이 대부분 차지하며 젊은작가들은 액수가 적은 작품들에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 미술계에서 흘러나오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젊은작가들 일수록 1%의 건축비용 전부를 받기는 힘든 상황. 일부 건축주들은 '이름 알려주는 데 만족하라'며 공식 서류와 다르게 이중 계약을 해 미술장식품 비용 중 일부만을 지불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공공작품에 참여할 기회가 흔치 않은 지역 젊은 작가들은 이것이라도 만족하며 숨죽이고 살아야 할 형편이다.

조각품 설치, 일부 작가와 교수에 편중돼
정윤태 문옥자 김행신 교수 심의위원 활동


몇몇 사람들 중심으로 미술권력이 형성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광주시는 작품 설치시 '미술장식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승인하도록 조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심의위원회 구성은 마치 문화권력의 집합체를 연상케 한다. 정윤태 교수를 비롯해 문옥자 교수, 김행신 교수가 포함되어 있는 조각 분야 심의위원 7명 대부분의 작품은 광주에서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공공예술 참여 폭이 넓혀질 기회는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공공장소는 더 이상 개인 작품 전시장으로 전락해선 안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광주전남문화연대는 "신청사와 같은 공공장소는 미술과 시민이 만나는 미술관 이상으로 큰 의미를 지닌 공간"이라며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이 미술품을 당국이 직접 기획해 몇몇 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우는 낡은 관행은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대안으로 ▲공모 대상 지역을 전국 또는 국제규모로 확대 ▲청사 건축설계와 미술품의 연관성을 위해 건축설계자 또는 관련 인사가 선정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작품 선정 일부 작가 집중 관행 벗어야

한편 미술계에선 또다른 대안을 내놓고 있다. "건물 앞에 무조건 장식품을 세워야 한다는 기준은 금남로에 역사적 의미는 떼어버리고 장식품으로 치장하자는 억지와 똑같은 이치다"고 지적하는 민예총 김경주 지회장은 "건축비용 1%를 시에 공탁으로 내놓아 보다 큰 액수로 광주의 문화를 키울 수 있는 예술작품들이나 공간 조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김지회장은 임기 내에 민예총 중심으로 건축주나 일부 인사들의 나눠먹기식 담합 의혹을 없앨 수 있는 제도 마련에 적극 앞장 설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일부 작가들에게 편중된 미술장식품들은 광주 환경을 획일화 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광주시는 이같은 의견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실행 단계에 옮기기까지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그럼에도 광주시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이 문제를 신중하게 해결한다면 '문화수도' 광주에 대한 희망도 보일 것이다는 기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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