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넘어 공공문화 불씨로
욕망을 넘어 공공문화 불씨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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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이사회는 이용우씨(51세, 미술비평)를 제5회 행사의 예술총감독으로 선정했다. 지금까지 한사람의 감독을 중심으로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해 온 방식과는 달리 3인의 복수감독을 두기로 하고 먼저 책임과 권한에서 대표성을 갖는 총감독을 먼저 선정한 것이다.

미술계 인사들과 재단 이사들이 후보를 추천해서 예술감독추천위원회가 1차 거르고 예술소위원회에서 재차 검토한 뒤 마지막으로 이사회에 올려지기까지 3단계의 절차를 거쳤다. 게다가 이사회에서 후보의 제안발표와 함께 제5회 기본방향에 대한 영어 소견발표와 질의 응답까지 거쳤으니 어느 후보의 푸념처럼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혹독한 시험을 치른 셈이다.

절차가 결과를 그대로 담보해 주는 건 아니지만 진짜 적임자를 찾아 '모셔와도 시원찮은 판에' 이렇게까지 까다롭게 진행된 것은 설령 단편적 평가라 할지라도 일부에서 계속 제기해 온 '실패·책임' 비판과 요구에 대한 대응과 함께 내부적으로도 보완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년 전에 끝났을 수도 있었던 예술감독 선임이 중간에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던 것도 그렇고, 최근 이사장 재신임을 둘러싸고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지역 미술단체들의 성명서들은 개인과 집단의 욕망, 피해의식으로 변한 소외감, 불확실한 의심과 흔들기라는 해석도 있다. 10여년 전 창설 때와는 너무나 달라진 문화흐름과 그 변화된 취향과 요구를 따라잡지 못하는 '문화도시 광주'의 기반환경에 대한 현실인식과 그 발전적 대안 찾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용우씨도 제안발표에서 이제 광주비엔날레 10년이면 그 역사를 새롭게 얘기할 때이고, 복잡다양한 한국미술계의 소모적 대리전쟁터나 지역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문화의 쟁의 장소'로 거듭나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편가름과 나누기와 첨예한 대립으로 미리부터 반대·비판자가 기다리고 있는 비엔날레로는 어떤 발전도 기약할 수 없는 만큼 지역성과 국제성, 전통과 아방가르드가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며 정형화된 '비엔날레 양식과 권력구조'에서 차별화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또 한가지, 비엔날레 이사장을 미술인이 못할 것도 없지만 꼭 미술인이어야만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다. 광주문화연대의 지적대로 이사장과 이사회는 재단의 운영을 책임지며 전시기획과 진행은 미술전문인인 예술총감독에게 맡기기 때문이다. 지역미술인을 이사로 추가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지만 서울이나 타지역 미술인들도 마찬가지 소외감과 그로 인한 냉담한 태도가 굳어가고 있고, 미술 외 시민사회나 학계 경제계 등 다른 분야에서도 설립배경과 형평성을 제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예술총감독으로 선정된 이용우씨
사실 지역미술축제로 족한다면 굳이 다른 지역이나 다른 분야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비엔날레는 미술계나 지역 미술인들의 잔치는 아닌 것이다. 미술을 매개로 광주의 문화와 역사를 거듭나게 하면서 그 돌파구를 열어 가는 시민공동의 문화프로젝트인 셈이다. 자리와 명예에 대한 욕망은 개인적이고 피상적일 수 있지만 걸머져야 할 책임과 역할은 공적이면서도 막중한 현실의 짐이다.

비엔날레가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생산성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광주의 문화도시 간판을 뒷받침하는 실질적 내용물이 되고 있고, 지역에 기반을 둔 여타 관련분야 사업과 활동들에 제공하는 브랜드가치와 문화적 인프라는 결코 쉽게 만들어질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일부 지역일간지에서 '불씨는 여전'하다고 표현한다. 그 불씨가 불협화음과 공멸을 불러오는 불씨가 아닌 물적 기반이 빈약한 광주문화에서 시민사회 의지와 노력이라도 효과적으로 모아 역량을 새롭게 지펴내는 불씨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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