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임대' 입주민
서러운 '임대' 입주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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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의 꿈'을 안겨줬던 임대아파트가 몇 년 전부터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입주 5년 전후의 임대 아파트 단지는 '데모 아파트'로 변한다.

주민들은 "회사측이 입주자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인상했다"는 주장을, 회사측은 "법에 의해 적법하게 인상했다. IMF 이후 한번도 인상하지 못했다"며 입주자들과 팽팽한 신경전을 펼친다.

입주자들은 주민총회와 법 자문, 입주자 대표회의를 만들어 집단시위에 나서며 절박함을 호소 하지만 각 지방자치단체는 '법 조항'을 내밀며 형식적인 의견수렴에 그치고 있는 점도 임대아파트 입주자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어쩌다 구청장이 지역구 표를 의식해 '입주자 면담'에 응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지자체 중재로 '혼쾌한 합의'를 이끌어 낸 사례는 단 한 건도 찾아 볼수 없을 정도로 무능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시늉만 할 뿐 '책임이 없다'며 '나 몰라라'식이다.

지난 11일 오후 광주시 북구청 광장에서는 주민 200여명이 회사측이 제시한 분양금이 높다며 '선 하자보수 후 분양'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또 2월26일에는 호반건설(대표이사 윤주봉)과 임대료 분쟁 중인 서구 관내 호반아파트 입주자 대표단 5명이 김종식 서구청장을 만나 해결을 위한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광주지역에서 분쟁중인 입주자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부실하자 책임회피 △임대보증금 및 분양금 일방적 인상 △각종 법적 분담금 기피 등을 들고 있다. 나아가 관련법 개정까지 주장한다.

하방수 광주시 서구 풍암동 호반1차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은 "주민들이 주장하는 것은 깡그리 무시하면서 임대보증금만 일방적으로 통보 하고 주민들이 반발하면 법을 내세워 내용증명 우편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자세부터 고쳐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하 대표는 또 "호반건설의 경우 입주 1년 이후부터 구청과 건설사가 아파트 공용시설물 보수를 위해 공동명의로 적립 하도록 하고 있는 '특별수선충당금'을 2년 동안이나 미납하는 등 자신들의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임대료 인상만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 아파트는 307세대는 호반건설로부터 '임대보증금 3.5% 인상분을 3월20일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계약해지 할 예정'이라는 내용증명을 받아 놓고 있다.

북구 일곡동 대림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이정오 입주자 대표는 "관리비, 각종 복리부대시설 일방적 사용, 식수 관리 미흡, 지하주차장 누수 및 오폐수 배관 부실 시공 등 23가지가 넘는 부실공사 및 하자가 발생해도 회사측은 '모르쇠'로 버티고 있다"며

"협상을 통한 분양료 조정을 수 차례에 걸쳐 통보해도 무반응"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이곳 입주자들은 수질검사와 물 탱크 방수용 페인트 성분을 검사기관에 의뢰 해놓고 있다.

회사측도 할말은 있다. 남호일 호반건설 주택관리팀장은 "임대 아파트를 지어 5년간 의무적으로 관리유지 하는 비용만도 1년에 최고 20억원에 이른다며 "임대보증금 인상은 조정이나 협상이 아닌 법에서 정한대로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 팀장은 또 "주민들과 협상은 더 이상 없으며 주민들이 선 조건으로 내세우는 '선 하자보수'는 임대보증금과 별개의 건"이라고 못박았다.

광주 호반·대림아파트 분쟁 속 갈등만 증폭
임대 건설사 '법대로'속 입주자와 자율협의 무시
지자체도 '법 한계'들며 "제도개선 의지 없어"


그러나 호반건설은 풍암동 호반1차 임대아파트 주민들과 지난해 10월부터 '임대료 5%'를 놓고 맞서오다 최근 3.5%로 결정하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당초 '5% 마지노선'을 1.5% 인하 할 정도 건설사의 임대보증금 산출이 적정성을 벗어났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송원용 광주 북구 대림아파트관리소장은 "주민들의 요구가 터무니 없다. 법대로 할 뿐"이라며 주민들의 요구에 대한 회사측의 입장천명을 꺼려할 정도로 극도의 불신을 보였다.

이처럼 임대아파트 입주자들과 건설사는 노사협상을 방불할 정도로 대치국면을 띠고 있다. 분쟁중인 입주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자체단체를 찾지만 답은 언제나 "법적 한계상 조정권한이 없다"는 답만 듣고 발길을 돌리고 만다.

마지못해 표를 의식한 단체장이 '면담'에 응해 간담회 주선 등을 꺼내보이지만 관련 법을 통달하고 있는 건설사는 콧방귀를 뀌는 형국이다. 이는 "지자체가 협상중재를 알선 하려는 노력은 고맙지만 지자체의 한계에 대해 명확한 선을 그어주었으면 한다"는 한 건설업체 관계자의 발언에서도 잘 묻어난다.

현재 광주에서 임대주택과 관련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 한 자치단체는 광산구청 한 곳뿐이다. 북구청은 이번 대림 분쟁을 계기로 설치여론이 일고 있다.

따라서 아파트 분쟁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입주자와 건설사 지자체, 지역사회의 공동의 해결 노력과 함께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한 시민단체 간부는 "각 지자체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당사자간 협의를 조정해 나가야 하며 또한 관련법 중 임대보증금 인상과 분양금 산출에서 입주자와 건설사 간의 감정 평가 외에 제3자 또는 지자체의 감정평가를 통한 중간 조정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

한 입주자 대표는 "암대아파트 분쟁은 대규모주택공급정책의 산물로 당분간 빈번하게 발생 될 수 밖에 없다"며 "입주자들의 권리를 확대하고 분쟁을 조정을 해결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지역사회와 지자체가 당사자간의 문제라며 회피를 하는 동안 대다수 서민들의 보금자리인 임대아파트는 '계약해지'라는 건설사들의 압력을 받으며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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