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공장에 부착된 사장님의 '사과문'
기아차공장에 부착된 사장님의 '사과문'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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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사내 게시판에 B4용지 크기의 '사과문'이 붙었다. 5일부터 회사내 직원 식당 등의 게시판에 부착된 이 사과문 아래쪽엔 '사장 김뇌명'이라는 회사대표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금번 사건과 관련하여 사과를 드리며 더욱 성숙된 노사관계를 만드는 전기가 되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이 '사과문'은 특히 광주공장 뿐 아니라 전국의 기아자동차 공장에 동시에 게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굴지기업의 사장이 노동자들을 상대로 공개된 공간에 사과문을 부착하는 것은 보기드문 조치로, 그 배경엔 회사측의 비도덕적인 노동자 감시행위와 그에 대한 노조의 강력한 반발이 깔려 있었다.

기아자동차노조(위원장 하상수)는 지난달 18일 회사측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사찰을 해왔다며 관련문건을 공개했다. 당시 공개된 경기도 소하리 공장 금형기술부의 `주간 노무동향 보고'등의 문건에는 조합원들을 성향에 따라 P(우호), M(중도), N(비협조) 등 세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일일.주간 단위의 조합원 설득작업계획 및 기대효과, 실적,발생 예상 비용, 과장급 이상 관리자와 조합원의 면담 내용 등이 적혀 있었다.

사측, 노동자 사찰하려다 발각 사과나서
기아차 광주공장 등 전국 현장에 사장사과문 나붙어
"노동자 스스로 회사부당노동행위 감시할 것"


노조측은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최고경영진 퇴진과 책임자 처벌 △부당노동행위 고소고발을 결의하는 등 조직적 반발을 했고, 이후 두산중공업의 노동자 사찰문건 공개와 맞물리면서 사태가 확대될 것을 우려한 회사측이 임시노사협의회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난 4일 임시노사협의회가 마무리됨에 따라 회사측은 △부당노동행위 금지 △조합원관리를 위한 현장부서인 지원과의 조직개편 △과도한 경쟁을 유발시키는 현황판 철거 등 모두 9개항을 시행키로 약속했다. 회사측은 또 노조의 공개사과 요구에 따라 5일부터 9일까지 대표이사 명의로 전공장에 '사찰'과 관련한 공개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사과문을 공지키로 했던 것.

사과문에는 "그 경위와 내용이 어떠했던 간에 이같은 일이 발생하게 된 점에 대해 회사대표로서 먼저 해당 부서원들, 그리고 노동조합과 전사원들께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전한다"면 서 "향후 이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으며 차제에 오해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사장의 다짐이 들어 있었다.

기아차노조 광주지부(지부장 이기곤)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회사측이 어떤 형태로든 사찰과 감시, 통제의 노무관리 기도가 없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앞으로 부당노동행위고발센터를 설치해 노동자 스스로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감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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