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많아야 비엔날레 성공?
감독이 많아야 비엔날레 성공?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 10월에 열릴 5회 광주비엔날레는 총 3명의 감독이 지휘봉을 잡게 됐다.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이사회는 '3인 공동 예술감독' 방식을 채택한 바 있다. 이어 예술감독추천위원회와 예술소위원회는 감독 명칭에 대해 예술총감독 1인과 예술감독 2인 체계를 두기로 한 것.
이들 위원회는 윤진섭 호남대 교수, 이용우 뉴욕매체예술센터 관장, 장석원 전남대 교수 등 3명을 예술총감독 후보로 이사회(오는 11일 열릴 예정)에 상정했다.

이로써 6개월 넘게 논의되던 예술감독에 대한 논의가 조만간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엔날레 예술감독 체계 적절성에 대해 미술계에선 여전히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사회는 예술감독 1인의 독단적인 운영을 막기 위해 3인 공동예술감독 방식을 내놓았다. 그러나 논의 도중 '한 배를 이끄는 선장이 3명일 순 없다'는 지적이 일면서 감독들을 대표하는 총감독을 뽑기로 한 것.
결국 예술총감독 1인·예술감독 2인 체계는 이사회가 6개월동안 비판했던 지난 4회 비엔날레의 운영체계인 예술감독 1인·큐레이터 2인 체계를 반복한 것이나 다름없다.

5회 행사 총감독 1인-예술감독 2인 지휘
'감독' 숫자 장난일 뿐 4회 체계와 똑같아


중심없는 이사회 논의는 '감독'이란 명칭을 남발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사회는 예술감독 체계 논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 추천 공고를 냈다. 그리고 이미 후보들를 추천받은 상황에서 예술감독 체계를 '공동 3인'에서 '1-2체계'로 전환했다. 체계가 바뀌자 명칭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역할 분담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사회는 당초 감독 3인을 뽑기로 했으니 감독 명칭은 그대로 사용하자며 총감독 1인에게 전반적인 운영을 맡기고 다른 두 감독들은 전문성을 갖춰 전시분야에 주력하도록 하자고 결정했다.

그럴듯한 그림이다. 3인 감독제는 4회의 문제점이었던 1인 예술감독제의 보완이라는 논리가 성립하며, 감독들의 의견 충돌 염려는 1-2체계를 만들면서 보완된 듯 하다. 하지만 이는 숫자 장난일 뿐 4회와 변한 것이 전혀 없다.
이에 대해 일부 미술계에선 "숫자로만 비엔날레를 운영하려다 논의 자체가 말장난 수준에서 그쳤다"며 이사들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비엔날레가 계속 이같은 오류를 낳고 있는 것은 이사회가 전문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대미술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할 수 있는 사람들보다 각계각층 대표들의 모양 갖추기에 주력하고 있는 이사회는 광주비엔날레 성격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상태다. 특히 4회째 행사를 치르면서 광주의 지역적 특성과 세계적 미술계의 흐름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그리고 현대미술계의 현황과 흐름을 파악한 기획들을 짜내야 현재 이사회는 이런 전문성이 없는 것.

6개월 논의 물거품…전문성 결여가 원인

따라서 미술계는 이사회의 예술총감독 결정 과정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총감독 자격에 우선순위가 무엇이냐에 따라 행사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내년 열릴 5회 광주비엔날레 행사가 이젠 지역을 넘어 아시아 지역에서 자리를 굳히기 위한 중요한 시점임을 고려할 때 예술감독 선정의 의미는 더욱 크다. 따라서 미술계는 지금이라도 비엔날레 이사회가 다양한 비판들을 겸손히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예술총감독 선정을 앞두고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광주광역시지회(광주미협·지회장 박철교)가 '재단 이사장 사무총장 관련부서 간부진 퇴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지난 이사회에서 김포천 이사장이 자신의 신임여부를 물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

그러나 미협이 전문 미술인을 차기 이사장으로 요구한 것과 박철교 미협 지회장이 현 비엔날레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점을 미뤄봤을 때 이번 성명은 비엔날레 발전을 고민하기보다 이해관계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