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아닌데 핵으로 죽다니요"
'전쟁도 아닌데 핵으로 죽다니요"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1.03.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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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이 죽어가는데 담당 의사는 최선을 다했다네요 사체 부검해보니 방광이 없어요/ 그래도 원장 얼굴 한번 볼수없어/ 사망 윤귀심씨 큰딸 김화순씨//

"자궁경부암 1기 말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요즘 의술로 3기 자궁암 환자도 수술 후 다들 잘 살아가고 있어요. 어머니는 1기였습니다. 왜 어머니가 그런 고통 속에 돌아가셔야 합니까. 의사들을 도대체 믿을 수가 없습니다. 몸이 아파도 이런 의사들을 어떻게 믿고 내 몸을 맡기겠습니까"

자궁경부암으로 판정받아 전남대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고 수술한 뒤 17개월만에 윤귀심씨가 하체에 온통 괴사현상을 보이며 사망한 뒤 100여일이 또 지났지만 윤씨의 큰딸 김화순씨(광주시 서구 화정4동)는 아직까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MBC PD수첩이 방영된 다음날인 14일 "수술 당시 나교수가 '새 기계 들여와 처음 혜택을 보게 돼 할머니(윤씨)는 복이다'는 말까지 했어요. 의사선생님 말이라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결국은 여러 생명을 대상으로 새 기계 실험한 꼴이 된 것 아닙니까"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또 "그래놓고 아무런 사과 한마디 없습니다. 담당의사는 '최선을 다했다'는 말만 합니다. 얼마든지 살 수 있었던 사람이 방사선 때문에 죽었고 또 여러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최선을 다했다는 말로 모든 것이 덮어질 수 있습니까"라며 "병원장 면담을 수없이 신청했어도 단 한번도 얼굴을 못봤습니다. 방사선과 설팀장이란 사람은 '법대로 하자'는 식이예요"라고 말했다.

강삼석 전대병원장은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유족이나 가족을 만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병원측은 부검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너무 억울해 부검을 실시하도록 했는데 결과를 보니까 방광이 없어졌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분명히 있다고 말했었거든요. 이러니 전대병원 의사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습니까. 의사들 가족들이 내 어머니처럼 험한 꼴을 당해도 저러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돌아가실 때까지 밥 한술 편안하게 드시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습니다. 어머니 뱃 속의 내장이 다 드러나는 모습을 보고 억장이 무너졌어요. 치료를 받겠다고 신안 비금도에서 배타고 차타고 이 지역에서는 제일 좋다는 병원을 찾아왔는데 운구차에 실려 내려가는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눈물을 글썽이던 김씨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숨진 유애심씨의 남편 강복구씨/
전쟁도 아닌데 /
아내는, 무자비하게/ 핵으로 죽었어요/
애들 엄마는 죽고나서 그토록 가보고 싶다던 한라산에 뿌려졌어요 병원측에서 잘못 인정만 해주면...

"애들 엄마는 죽고 나서야 그렇게도 가보고 싶어하던 한라산에 뿌려졌어요" 자궁암으로 전남대병원에서 방사선치료를 받다 지난해 8월 숨진 유애심씨의 남편 강복구씨(43. 북구 두암동).

99년 4월 아내가 '자궁경부암 1기말'이라는 진단을 받고 첫수술을 할 때만 해도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세 차례의 수술과 계속되는 방사선치료로 자꾸만 짓물러지는 아내의 하복부를 보며 강씨의 불안감은 쌓여 갔다. 결국 어린 두 딸과 자신을 남긴 채 아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전쟁도 아닌데 핵으로 죽은 거예요, 정말 무자비하게. 고통만 받다갉…. 병원측이 인정만 해도 이렇게 억울하고 분하진 않을건데. 만약 힘있는 사람의 부인이 죽었다면 검찰도 무혐의 처리하진 않았을 거예요. 내가 가진 게 없어서……."

거칠고 투박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동안 강씨의 눈은 종종 붉어지곤 했다. 아내의 간병을 하면서부터 강씨도 일을 거의 못했고 조금씩 모아둔 돈마저 다 써버렸다. 지난해 말엔 12평 짜리 영세민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요즘엔 공사현장에서 날품으로 철근 일을 하지만 생계를 잇는 일이 만만치않다.. 그래도 먹고살아야 하고, 두 딸도 가르쳐야 한다.

"애들은 엄마가 하늘나라에 간 걸로 알아요." 유치원선생님이 꿈인 큰딸 미희(8)와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작은딸 미경이(6). 아직 어린 탓인지 표정은 밝다. 아내가 죽고 나서 연이은 폭음 때문에 강씨는 최근 간이 나빠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목에서 피도 났다.
"두 딸 데리고 살 것이 암담해요. 원앙도 둘이 있다 하나되면 벌써 힘이 없어지는데. 병원측이 잘못했다고 인정만 해주면, 인정만 해주면……."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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