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으로 올라간 놀이터
옥상으로 올라간 놀이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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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설은 느는데 땅은 부족하고…운동장은 줄고

10년 전만 해도 초등학교에서 '체력장 검사'를 하는 날이면 단연 으뜸 화제는 '100m 달리기' 신기록이었다. 그러나 최근 100m 달리기가 사라졌다. 지름 100m도 되지 않은 운동장들이 많아지자 50m×2 달리기가 생기더니 이젠 숫자를 바꿔 60m 달리기가 생겼다.

이처럼 도시의 학교 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학교 터를 확보하기가 어렵게 되면서 운동장 없는 학교가 세워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고, 조만간 운동장 없는 학교가 실제로 선보일 예정이다.

학교 건축 허가 결정권을 갖고 있는 광주시교육청 측은 "한정된 땅에 계속 학교가 늘다보니 운동장 크기가 줄어들고 있다"며 "운동장 크기를 규정한 법이 없기 때문에 운동장 없는 학교도 허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예전엔 운동장과 학교건물 비율이 6대4 정도로 30개 학급이면 교실은 교무실, 양호실 등을포함해 35개면 충분했다. 그러나 요즘은 30개 학급에 70개 시설이 필요하다. "운동장 대신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는 '다목적 강당'을 비롯해 교재연구실, 시청각실 등 교육의 성격에 맞도록 다양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교육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 교육청 관계자의 말이다. '어학실습실 없다'는 항의는 있어도 '운동장이 작다'는 항의는 없는 실정.

땅이 없어지고 흙이 사라지자 놀이터도 건물 위로 올라갔다. 광주시청 옆 ㅈ 어린이집과 ㅎ 어린이집은 4-5층 높이 건물 옥상에 놀이터를 만들었다. 교사들은 "옥상 담을 높이 쌓아 아이들이 다칠 위험은 없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이미 옷에 흙이 묻지 않는 놀이터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그네를 타도 벽만 보인다"며 "가끔 높이 올라가면 다른 건물도 보인다"고 자랑하는 것이 현실이다.

체력장 '100m 달리기'가 '60m 달리기'로
부지 부족 현상 심각…환경 날로 나빠져
휴식 공간 확보, 지역 연계해야 비로소 가능


유치원을 운영하는 광주시교육청도 다를 바는 없다. "앞으로 학교 내 병설 유치원도 안전 보호 시설을 갖춰 옥상 놀이터를 만들 계획이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신 건물을 단층으로 지어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말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마저도 공간에 비해 수요가 커지면 건물 층수가 늘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땅과 숨쉬지 못하는 아이들. 전남대 심리학과 윤가현 교수는 "정신적 성장과 신체적 성장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하며 "운동장이 사라지면 신체적 활동은 못하면서 정신적 성장만 진행돼 발달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광주시 교육기관들은 학교 늘리기에 촉각을 세울 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 확보는 뒷전이다. 시교육청 측은 "경기도는 학교 지을 땅이 부족해 아파트 1층에 학교를 세울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며 이같은 교육 현실이 단지 광주의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도권 일부 학교들은 담장을 허물어 지역과의 공동 휴식 공간을 조성하고 있기도 하다. 땅 부족 현실을 뛰어넘어 학교와 지역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얻은 '지혜'다. 이는 광주 내 공원 관리는 시청에, 어린이집 운영은 관할 구청에, 학교 운영은 시교육청에 각각 문의해야 하는 '따로' 행정에선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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