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실용적인 지병문 교수님!
너무나 실용적인 지병문 교수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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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강의서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다./ 학생들은 취직공부나 해라" 발언/ 학생들 뜨악/ 강의 도중 집단 항의 퇴장 / //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다. 학생들은 취직공부나 열심히 해야 한다" 이 말의 주인이 대학 강단을 지키고 있는 교수라면 믿을 수 있을까. 전남대가 정석종 총장의 '학생 3류 발언'으로 들끓은데 이어 이번에는 한 정치학 교수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발언의 내용과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이 대학이 처한 현실과 이상을 곱씹게하기 때문이다. 작은 소동이 일어난 것은 지난 6일 정치외교학과 전공과목인 '정치학 방법론'의 첫 강의 시간. 강의를 들은 학생들을 더듬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보면 대강은 이렇다. 나오는 사람들: 지병문교수, 정외과생 및 복수전공자를 포함한 학생 30여명 첫 강의에 대한 기대감으로 학생들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이윽고 강단에 올라선 지교수. 지교수: 대학생들이 4년 내내 놀기만 하다가 취직이 되지 않는다고 불평 한다 학생들, 다소 뜨악해하지만 지교수의 말은 이어진다. 지교수: 고등학교때나 열심히 하고 대학에 와서는 맨날 MT다 뭐다 챙겨먹고 다니고 놀 궁리만 한다. 내가 서울에 가보니까 학원에 순전 대학생들뿐이더라, 너희들은 뭐냐? 잠시 창밖으로 운동장쪽을 흘깃하더니. 지교수: 저 운동장에서 공차는 놈들은 뭐냐? 한심하다. 토익의 만점이 몇점인줄이나 아느냐, 700점이 넘는 사람 있으면 손들어 봐라. 없어 맨날 놀지만 말고 공부나해라 배부른 소리하지 말고… 마침내 자신의 대학관마저 솔직하게 쏟아낸다. 지교수: 학부생들이 대학을 '학문의 상아탑'이라고 하는 것은 썩어빠진 생각이다. 학문은 교수와 대학원생이 하는 것이다. 학부생은 컴퓨터나 영어등 취직공부를 해야 한다. 참다 못한 최용선 학생(25·경제3) 벌떡 일어서며 용선학생: 교수님 너무 하시는 것 아닙니까? 지교수: 너 정외과생 맞아? 나한테 따지는 거야? 수업받기 싫으면 나가! 학생 7명 집단으로 우르르 강의실을 퇴장한다. 이후 학생들 수강신청을 변경하고 대책모임을 갖는다. 오마이뉴스에는 "전남대 교수, 학생비하발언"제하의 기사가 실린다. 지교수의 발언에 학생들이 집단으로 항의하며 반발한 이유는 지교수가 너무 권위적이고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비하하고 모욕했다는 것 이날 강의도중 퇴장한 정외과의 A모씨(불이익이 우려된다며 실명사용에 난색)는 "평소에도 권위적인 교수로 알려져 있었지만 막상 자신의 주장만 반복하며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몰아부치는 것이 몹시 불쾌했다"고 말했다. 또 한 정외과 학생회 관계자는 "수업을 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활동을 벌인 결과 문제삼을 부분이 있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기는 힘들 것 같다"며 "그 교수를 경험해 온 정외과 학생들은 대체로 이해하고 그냥 넘기는 편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학문적 성과도 있지만 학과장, 시민단체 활동도 하는 '힘있는 교수'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지교수는 광주전남정치개혁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지교수의 발언은 그러나 그것이 대학교수의 대학관과 학문관이라는 점에서 더 큰 논쟁거리를 제공한다. 대학이 학문탐구 대신 취직공부하는 학원화되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사회적으로 증폭되고 있고, 같은 맥락에서 '인문학의 위기'로 한국대학의 위기를 분석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 강단에 선 교수가 그같은 발언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대학밖에서는 시민운동단체의 대표로 현실정치를 개혁하자는 이상을 부르짖으면서도 대학안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주장을 펼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교수는 이와관련 "발언의 요지는 4년동안 취직에 필요한 실용적인 공부를 많이 해라는 것으로, 대학이 학문한다고 하면서 실용적인 면을 도외시해온 점을 지적하고 연구개념의 학문은 학생들 몫이 아니라는 말이 왜곡됐다 "고 말하고 "첫 강의때마다 이같은 발언을 해왔고, 여러 학생들로부터 '공부하도록 자극을 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이메일도 받는다"고 문제 제기를 한 학생들에게 서움함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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