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항쟁은 아시아의 파리꼬뮨, 조지 카치아피카스 교수
광주항쟁은 아시아의 파리꼬뮨, 조지 카치아피카스 교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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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항쟁이 발생한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5ㆍ18의 에너지는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광주항쟁의 가장 중요한 점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사회(free society)의 미래상을 확인해 준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광주의 의미는 프랑스에서의 파리꼬뮨과 러시아에서의 포템킨 전투와 비견할 만하다" 신정치과학(New Political Science)이란 계간 학술지 지난해 봄-여름 호에 '광주항쟁을 기억하며'(Remembering the Kwangju Uprising)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글의 서두에 나타나 있는 문장이다. 이 계간 학술지의 편집책임자이자 글의 저자인 조지 카치아피카스(George Katsiaficas) 웬트워스대학교 인문사회과학부 교수(52)가 5ㆍ18연구차 광주에 왔다. 지난해 5월 전남대학교에서 열렸던 '새천년 민주주의와 인권'심포지엄에 참가해 광주항쟁에 관한 소견을 밝혔던 카치아피카스 교수는 광주항쟁을 집중연구하기 위해 전남대 교수아파트에 숙소를 정하고 6개월 일정으로 광주에 체류하고 있다. 카치아피카스 교수는 MIT 수학당시 마르쿠제와 노암 촘스키의 제자였고 60~70년대 미국 전역을 휩쓸었던 반전 학생운동에서 열정적 활동을 했으며 이후 세계각국의 사회운동을 연구하고 있다. 또 지난 99년 시애틀전투로 불리는 시위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는 활동에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초봄 함박눈이 내린 지난 8일 오후 3시 전남대학교 5ㆍ18연구소 사무실에서 인류학과 김명혜 교수 도움으로 카치아피카스 교수를 만났다. 광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처음은 아니시죠. -지난 99년 11월 광주를 방문하고 시애틀로 가서 NGO 포럼에 참가했었고 지난해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가했었습니다. 두 번의 기회에서 광주의 지인들, 특히 광주시민연대, 전남대학교 관계자들, 청년글방 인사들과 친분을 맺게 됐습니다. 지난 1월 광주에 세 딸들과 함께 광주에 왔는데 딸들을 다시 보스톤에 보내고 지난달 28일부터 공식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광주에 온 목적은 무엇이며 어떻게 활동하실 계획입니까. -광주항쟁을 중심으로 87년 민주화운동, 부마항쟁 등 한국의 사회운동에 대한 연구목적입니다. 광주문제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켄트주학살사건(70년 미국의 베트남 참전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이 거세게 일었을 때 군의 발포로다수의 학생이 사망한 사건)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 광주출신의 한국학생을 만났습니다. 이 학생이 여러 사람들에게 광주항쟁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일반 미국시민들은 물론이고 활동가들도 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요. 세계 사회운동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광주항쟁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명해볼 계획입니다. 이 곳에 머물면서 가능한 한 많은 관계자들을 만나보려 합니다. 당시 시민 지도부, 시민군, 시민 등 관련인사를 만나보고 각 기관과 언론에 남아있는 자료들을 수집하는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하려 합니다. 주요 관심분야는 무엇입니까. -민중들과 사회운동의 행동과 경험에서 나타나는 직접 민주주의(direct democracy)와 또 이들을 통해 볼 수 있는 사회상을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나타나는 급진적 이론가들의 사고와 실제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식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민중들과 활동가들의 행동과 사고가 이론가들보다 훨씬 급진적입니다. 독일, 덴마크, 스위스, 이탈리아 등지의 여성해방, 반핵, 빈민, 반전, 동성애 운동 등을 연구하면서 개인주의보다는 공동체주의에 바탕한 직접민주주의 운동이 유럽문명에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느꼈습니다. 반면 독일 녹색당의 사례에서는 사회운동의 에너지가 기성정치로 진입할 때 신념의 통합을 유지하기가 쉽지않다는 점도 느끼고 있으며 이 분야에도 연구를 진행중입니다. 교수님의 연구에서 광주가 중요한 이유는. -하나의 사회운동은 여타 다른 사회운동과 상관관계 속에서 힘을 얻어 나타나게 됩니다. 지난 68년 베트남전 당시 체코, 불가리아, 멕시코, 미국 등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인 운동이 전개됩니다. 명백하게 적국이었던 미국과 베트남에서 같은 내용의 운동이 전개될 수 있는 것은 내셔널리즘을 초월한 연대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80년 광주항쟁은 87년 민주화운동을 촉발시키는 계기였고 87년 필리핀 민중항쟁, 88년 버마, 92년 태국, 98년 인도네시아 민주화운동 등 아시아 여러나라 사회운동을 불러 일으킨 기제가 됐습니다. 이는 한 지역의 사회운동이 국제적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중요한 실례입니다. 특히 광주의 경우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조건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한 점이 큰 의의를 갖고 있습니다. 나는 이를 '아시아의 파리꼬뮨'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80년 이후 20여년 동안 국제청년캠프 등 평화적인 방법으로 운동의 정신을 살려나가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5ㆍ18과 87년 민주화운동은 2차대전 이후 세계사에서 가장 강력한 사회운동 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항하는 운동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99년 11월 광주 방문 후 보스톤으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마침 그 때 시애틀에서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와 이에 반대하는 NGO포럼이 함께 열렸습니다. NGO관계자들에게 두 번의 강의가 계획돼 있었고 첫 번째는 진행했는데 두 번째는 계엄령이 선포되는 바람에 취소됐습니다. 두달 뒤 그 곳의 동료와 함께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에 대한 책을 출판했습니다. 이념적 지향은 무엇입니까. 레프트, 라이트, 아나키스트.. -좌, 우 또는 무정부주의 등의 용어는 너무 오래된 분석틀입니다. 아나키스트같은 개념은 벌써 200년이 넘은 것으로 이런 낡은 분석 틀은 미래의 가능성을 제한하게 됩니다.굳이 명명을 하자면 나는 올 패러다임입니다. 희망컨대 이번 한국 사회운동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같은 분류가 부적합하다는 것을 밝히고 재분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최근 남한 정치사를 따져볼 때 다른 국가의 좌익이 공산주의적이었던데 반해 남한의 사회운동은 공산주의적이 아니라는 점이 독특합니다. 이같은 현실은 이념의 스펙트럼을 재분류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80년대 말 90년대 초 공산주의의 몰락이후 남한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매우 관심이 갑니다. 신정치과학(New Political Science)이란 무엇입니까. -계간 학술잡지입니다. 주제별로 책도 출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주요하게 다룬 내용들은 '다문화 주의의 약속', '사이버스페이스의 정치학', '아프리카 정치사상에 대한 탐구', '남미의 사회운동' 등입니다. 지금은 '공산주의의 몰락'에 대한 주제로 편집 중입니다. 또 하나 이번 광주에서의 연구결과를 갖고 한국의 사회운동에 대한 특별호를 제작할 방침입니다. 이와함께 책으로도 출판하게 됩니다. 70년대 학생운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하셨다는데.. -당시 MIT 학생이었습니다. 베트남전 반대운동을 벌였던 흑표범당(BPPㆍBlack Panther Party)에 관여해 실형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당시 MIT 교수였고 현재 뉴스위크지 칼럼을 쓰고 있는 노암촘스키 교수와 함께 반전운동을 벌이며 뉴 레프트 스톰 트루퍼(New Left Storm Trooper)라고 불리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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