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노동자는 없다?
광주에 노동자는 없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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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사내하청노조, 동광주병원노조...
3년째 미해결 사업장으로 지역노동현안의 일반명사가 되어버린 이름들이다. 이들 사업장에서 나타난 문제들은 지역의 문제를 넘어 전국적인 노동문제로 확산됐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동광주병원의 경우 '파업하면 문 닫는다'는 선례를 남겼고, 이후 조합원과 재정보증인들을 상대로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소송과 재산가압류를 통해 신종 노동통제의 교과서가 됐다. 또한 지난 1월말 현재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전국 50개 사업장에서 회사측이 노조측에 대해 2천200여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소송 및 가압류를 건 것으로 확산된 '선진 사례'로 기록됐다.

캐리어사내하청노동자들의 문제 역시 당시 제조업사상 최초의 파업을 통해 IMF이후 급속도로 확산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를 본격화시켰다.

'민주인권의 선진도시'라는 광주의 명예는 노동탄압에서도 '선진'이라는 비아냥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광주의 노동관련 문제는 단일사업장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여성노동자나 외국인노동자와 같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의 노동권침해문제와 같은 전국적 현상들이 광주라고 예외는 아닌 것이다.

최근 광주여성노동자회 고용상담실의 상담사례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441명의 여성노동자 상담인 가운데 48%인 221명이 고용의 문제로 상담을 해왔으며,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등 영세기업체에 특히 집중된 것을 나타났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임금체불문제는 심각해 고용문제로 상담한 이들의 대다수가 퇴직금이나 급여의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이미 2년 전에 법안으로 통과된 모성보호법도 현실 사업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 역시 인권은 물론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는 마찬가지. 약 7천여명으로 추산되는 광주전남지역의 외국인노동자들은 대부분 3D업종에 종사하며, 조선족동포의 경우 식당 등 주로 서비스업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 류승미 사무국장은 "이들의 문제는 현실적으론 신분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감수해야할 사주로부터 임금체불이나 저임금 등의 위협에 항상 노출돼 있다"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수도권과 달리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다보니 지역사회의 인식 자체가 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류국장은 이를 위해선 "우선 이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문제 산적…"노동탄압 선진지"
'파업하면 폐가망신' 선례들 남겨
'노동의 가치' 인정 시각 새롭게 해야


지난해 11월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문구류 등의 한국산업규격(KS)을 개정해 '살색'을 '연주황'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살색'이라는 이름이 황인종과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에게 인종차별의 의미로 받아 들여질 소지가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요구에 뜨른 것이었다.

인식의 변화는 이와 같은 일상에서부터 인종의 문제와 함께 노동에 대한 시각의 문제로 확산되어야 한다.
하지만 광주지역 소위 오피니언리더그룹의 노동에 대한 인식은 그리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의회 윤난실 의원(교육사회위)은 "광주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과 지역사회전체가 '경제살리기'라는 미명하에 성장과 발전 마인드로만 뭉쳐있다는 것"이라며 "지역사회의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노사분규 때문에 기업유치가 안된다', '가뭄에 무슨 파업이냐'는 식의 인식이 뿌리깊게 박혀있어 분배정의에 관한 문제가 지역사회에서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인식에는 지역언론의 역할도 일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지역본부 고기담 조직부장은 "지역언론들이 노동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보도하는 것은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면서도 "그러나 작은 사안에 대한 관심과 달리 전국규모의 큰 사안, 즉 노동정책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경제위기론','시민불편론'과 같은 보수적 보도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노동에 대한 인식변화를 위해선 노동계 자체의 발언력도 높여야 한다고 윤난실 의원은 주장한다. 이는 노동자들 스스로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민주노동당 광주시지부 안영돈 직무대행은 "광주시 행정당국의 시각이 편중돼 있는 게 현실이지만 반대로 노동조합의 활동이 모두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한 뒤 "민주노조운동 16~7년을 이어오면서 경제투쟁에 집중됐던 노조활동을 이젠 사회변화에 보다 적극 개입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를 '인권'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이 지역사회는 수많은 논의를 거쳐왔다. 역사적 정당성의 토대 위에 행정기관의 재정적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광주에서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 지역사회는 얼마만큼의 노력을 했는지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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