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행정에 빛바랜 광주문화'
'어설픈 행정에 빛바랜 광주문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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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삭막해지는 금남로(광주시 동구)를 아름다운 도시로 가꿔 도심공간의 미관을 확보하고 시민에게 휴식공간과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세워진 금남로의 20개 조각들. 총 4억원을 들여 작품성, 기능성, 공간성, 조형성, 내용성에 대해 평가를 거친 이 작품들은 미술인을 비롯한 문화단체에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금남로가 갖고 있는 인권, 5·18 상징성, 역사성 등의 공공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 또, 동구청은 추진과정에서 시민들과 문화인, 도시계획전문가들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할 간담회조차 열지 않은 독단적인 행정이었다는 비난도 받았다.

동구청은 늦게나마 토론회를 열었으며 2단계 사업은 시민과 관련전문가 의견 수렴과정을 거치겠다고 약속했다.

겨우 이 문제가 잠잠해질 무렵 금남로가 또다시 시끄러워졌다. 1차 사업 잔여금 4천만원을 쓰기 위해 작품들에 대한 조명시설 보완공사를 했던 것. 결국 동구청은 더욱 큰 비난을 받아야 했다.

금남로 조각의 거리와 현대미술관은 '한통속'
일단 사업 추진…반대의견 '피해가기'


그러다가 금남로는 침묵을 지키기 시작했다. 6·13 지방선거 이후 사업 최종 결정자인 구청장이 바뀌면서 사업의 속도가 떨어졌으며, 시민단체와 의견이 조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단계 사업에 투여될 1억3천만원의 예산은 긴 겨울잠을 자고 있다. 반대의견을 피해가려다 아예 사업에 손을 놓아버린 셈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조만간 시민단체가 의견을 제시하고, 합의가 이뤄지면 2단계 사업을 바로 추진할 것이다"고 밝혔으나 6개월 이상의 공백에서 행정기관과 시민단체의 팽배했던 의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만 끄기 급급했던 광주현대미술관 건립 문제도 동구청의 잘못된 행정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 그동안 부지 문제로 동구청과 중앙초교 학부모들 간에 심한 갈등을 보였던 광주현대미술관은 최근 '미니 학교' 부지 1천5백평을 존치한다는 방안에 합의하면서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이 방안은 당초 미술관과 주차장·조경 등 건축연면적 5천평 규모의 복홥문화공간을 확충하겠다던 당초 계획이 크게 후퇴되는 것으로 이번 합의는 국고로 회수될 뻔한 예산 붙잡기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광주비엔날레와 시립미술관, 문화예술회관 등과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이며 어떤 내용으로 현대미술관 속을 채울지 등의 알멩이 논의는 빠져 있다. 그럼에도 광주시는 문화수도 육성 방안을 제시하면서 광주현대미술관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문화수도 실무추진단 중 일부에선 현대미술관 역할부터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무등산 경관도로 조성·광주비엔날레 벽화 사건
책임 떠넘기기 행정의 '시작과 결말' 보는 듯


행정기관의 반대의견 피해가는 방법은 또 있다. 광주시는 관광분야 인프라 구축을 위해 30억원을 투자해 산수오거리에서 충효동 사이 12km와 충장사에서 산장 2km에 경관 가로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후 이같은 사업을 계획한 문화관광국은 사업추진 주체를 무등산공원관리사무소로 이양했다. 생태 보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공원관리사무소는 시민들과 각 단체의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계획했다. 그러나 간담회가 열렸던 2월 7일엔 이미 사업시행주체가 광주시 건설지원과로 다시 이양된 상태였다.

이에 생태계 파괴와 유흥시설 전락 우려에 대한 책임을 어느 곳에 물어야 할지 막막하다. 매 사안마다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을 때 행정기관의 태도는 한결같이 '책임 떠넘기기'였기 때문이다.

국제 규모를 자랑하는 광주비엔날레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97년 광주비엔날레가 특별전 공공 미술프로젝트 일환으로 수창초등학생들과 함께 제작했던 벽화가 갑자기 다른 벽화로 교체됐다. 광주비엔날레와 북구청, 수창초등학교 등 어느 쪽도 벽화 관리 보존에 책임을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비엔날레는 예술감독 논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회를 거듭하면서 광주 시민과의 막힌 소통이 큰 과제로 대두되고 있으나 비엔날레 이사회는 이 사안은 뒷전에 미룬 채 예술감독을 숫자를 어떻게 조정해야 독단적인 운영을 막을지 노심초사 하고 있다.

"우린 사업 기획하느라, 예산 따오느라 최선을 다하는데 매번 시민단체들 이것저것이 잘못 됐다며 비판만 하고 있으니 일할 맛이 나겠습니까" 행정기관에서 가장 폭넓은 분야의 사업을 펼치는 곳은 문화예술과. 문화예술의 규정이 어려운 만큼 행정을 맡은 이들은 "365일 일을 해도 전혀 티가 안나는 부서다"는 볼멘 소리를 내곤 한다.

그러나 행정기관이 매번 비판과 반대 여론에 부딪히는 이유는 위와 같이 몇가지 사례만 봐도 쉽게 드러난다. 사업의 성격과 목적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선계획 후논의' 방식만은 일맥상통한다. 논의를 하더라도 그 내용이 방대해 발제자와 토론자의 몇분간의 발언으로 겉만 핥고 지나는 식이다.

수년간 이같은 행정이 반복되고 있으나 광주시는 또다시 겉모습을 바꿔 문화행정 계획을 시도하고 있다. 결국 쳇바퀴처럼 되풀이되는 논의 속에 광주문화는 점점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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