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공부방 한마당' 열리던 날
'어울림 공부방 한마당' 열리던 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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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에선 모두가 '꿈나무' 율동 연극 그림 갈고 닦은 실력 뽐내 학생 학부모 함께 하는 마을잔치 '지식'보다 '사람' 가르치는 곳 '왕따' 없이 누구나 꿈나무를 키운다 "그래서 난 공부방 선생님 되고 싶어요" '파란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방림신용협동조합 지하 공연장에서 초등학교 3~4학년 쯤 되어보이는 학생들이 열심히 율동 연습을 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맹구와 오서방이 등장하는 '봉숭아 학당' 연습이 한창이다. 오늘은 1년에 한번 열리는 '어울림 한마당'이 있는 날. 이 행사는 공부방 학생들이 1년 동안 갈고 닦은 실력들을 부모들에게 한껏 뽐내는 자리로 이젠 방림동의 '마을잔치'로 자리잡고 있다. 8년째 열리는 '어울림 한마당'의 올해 주제는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 그래서인지 공연장 벽에 붙여있는 공부방 아이들의 20년 후 모습이 더욱 인상깊게 다가온다. "허준보다 더 훌륭한 의사가 될 거예요. 돈이 없어서 수술을 못하거나, 병원비가 부족한 사람은 공짜로 해줄꺼예요" "지구를 지키는 과학자가 될래요. 그래서 우리나라를 아주 깨끗이 치울 꺼예요" 자신보다는 남을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그림과 글 속에 가득 담겨 있다. 여러 작품 가운데 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방림초등학교 1학년 나은지 양의 작품. '제목 : 공부방 선생님. 세상은 아름답게 변하고, 그 때 공부방은 20년후까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써진 글 옆에는 치마를 입고 예쁘게 웃고 있는 여자가 그려져 있다. 나은지 양의 20년 후 모습인가 보다. 의사, 군인, 과학자 등 커다란 꿈들 속에서 '공부방 선생님'이라는 글자가 유난히 눈에 띄는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은 이곳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오늘 공연에서 부를 팝송을 연습중이던 중학교 2학년 박진경양은 이 공부방을 드나든지 8년째다. "학원은 불편한데 공부방 오면 편해요. 선생님들도 잘해 주시구요. 엄청 좋아요" 박진경양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공부방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런 학생들을 못본체 할 수 없었던 교사들은 지난해부터 박양과 같은 중학생들을 위해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진경이와 함께 공부를 하는 김희나양(동아여중·2) 역시 처음엔 "우리 공부방 안좋은 점도 써줘요"라고 하더니 곧이어 "근데 우리 공부방은 안좋은 점이 없어서 어쩌죠"라며 공부방 교사들 자랑을 늘어 놓는다. 공부방 칭찬하는 것은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이곳에 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신현자씨(35)는 "지식보다는 인성교육에 중점을 둔다는 점이 참 좋다. 우리 애들은 소극적인 성격인데 공부방에 보낸 이후 붙임성이 좋아졌다"며 아이들을 이곳에 보내기로 한것은 잘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또 학교에서는 잘하는 게 없어 항상 뒷자리만 지키는 '왕따'도 여기서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꿈나무가 된다. "공부방을 처음 찾았을 때 '나는 못해' 라는 생각으로 글쓰기 시간 남의 것을 베껴쓰던 애들도 이젠 자기를 마음껏 표현할 줄 아는 자신감을 찾았다"며 글쓰기 교사로 있는 정경미씨는 공부방에서의 활동을 뿌듯해 한다. 자원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김인근씨(조선대 선박해양공학과·2)도 "못한다고 무조건 야단치기 보다는 따뜻한 관심으로 인간 관계를 높여가는 것이 공부방의 장점이다"고 소개한다. 공부방 사람들의 자랑을 듣는 사이 '어울림 한마당'은 '개똥벌레' 연극이 한창이다. 더럽다고 다른 벌레들이 놀아주지 않는 개똥벌레에게 친구로 지내자고 다가가는 어린이. 차별이 없는,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는 꿈나무들이 꿈꾸는 세상은 이런 세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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