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지원 '타는 목마름'-비상구 찾는 지방신문(하)
법적 지원 '타는 목마름'-비상구 찾는 지방신문(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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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비상구 찾는 지방신문(하)>


새해 정치권에서 언론계로 바람이 불고 있다. 정계, 학계, 언론계로 확산되고 있는 이 바람은 개혁이라는 방향에 맞춰져 있고 구체적으론 법적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부 학계에선 앞서 법적 지원에 대한 구체적 방안마련을 준비해왔으며, 언론계 현직종사자들 역시 기대가 적지 않다.
본지는 현재 논의가 일고 있는 정부의 언론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제화에 있어서 우선 지역언론의 현실에 대한 점검을 통해 지역언론 개혁의 당위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면 논의를 진전시켜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지원해야 언론개혁의 방향을 유지한 채 지역언론을 정상화시킬 것인가의 문제가 대두된다.
이에 지난호에 이어 두 번째로 '비상구 찾는 지방신문'(하)에서 언론육성 및 지원법을 둘러싼 논쟁과 법안에 담아야할 구체적 내용을 검토해보기로 한다.



■ 정부의 언론개입을 둘러싼 논란

정부와 언론의 관계는 한마디로 '불가원불가근'이다. 이는 불문율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권언유착'의 폐해가 뿌리깊은 한국의 현실에서 정부의 언론에 대한 개입은 어떠한 형태로든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현재 논의되고 있는 '법적 지원'에 대한 부분 역시 정부의 언론에 대한 '특혜'라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일반중소기업과 언론사간의 형평성을 들어 "언론사 역시 하나의 사기업에 불과한데 이들에 대해 따로 지원하는 것은 문제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이는 지방과 서울간의 지역적 차이까지 겹쳐 또 하나의 논란을 낳고 있다. 실제 월간 '신문과 방송'이 언론인 및 언론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지방신문의 제도적 지원에 대해 지방지 종사자들은 90.3%가 찬성했지만, 중앙방송이나 지방방송, 케이블TV 등에서는 반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역마다 지역언론의 상황이 각기 달라 정부의 지원에 대한 기대감도 천차만별인 것도 고민거리다. 광주에는 10개의 신문들이 난립해 각 신문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부산의 경우 부산일보와 국제신문 단 두 개의 신문사가 경영적으로도 안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의 개입에 대한 언론장악의도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재정상황이 열악한 지역언론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결국 '지원을 빌미로 지역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언론지원법의 외곽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는 '과연 지역언론이 법까지 동원해 지원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이다. 이는 그동안 지역언론이 지역사회에 대한 역할을 제대로 해오지 못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으로 지역사회의 합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 "지역에서 의견 모아 올려라"

지금까지 언론지원법에 대해 인수위나 노무현 당선자, 그리고 국회측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지역에서 목소리를 모아내면 이를 토대로 구체적 고민을 하겠다'는 정도다.

노당선자도 지원 대상에 대해 '일정한 기준과 요건을 갖출 것'에 대한 언급정도에 그쳤고, 민주당 김경재의원(순천)도 지난 12일 열린 국회 사회문화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지방신문의 경영상태가 매우 취약하지만 특히 지방분권시대를 위해 지방신문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면서 "지방신문이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고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일정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원칙적인 말만 되풀이했다.

언론관련법을 담당한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김성호 의원이나 정동채 의원측도 "소속 상임위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해본 바는 없으며,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바탕위에 지역과 학계의 논의진행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할 따름이다.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먼저 파야 한다는 의미다.

■ 지원법안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나

단순히 지역언론에 대한 억지지원책이 아닌 언론개혁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지원법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인가.

이에 관해 순천향대 장호순 교수가 지난해 7월 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지역언론육성 및 지원법 시안'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법안은 "지역언론의 건전한 발전기반을 조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서 민주주의의 실현과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입안목적을 밝히고 있다. 지역사회의 발전차원에서 지역언론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장 교수는 법안에서 특히 지원 대상으로 삼게될 '지역언론'에 대한 정의를 하고 있는데 △1년이상 지역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월간, 주간 또는 일간 언론매체 △전체 지면 중 광고의 비율이 절반이하이고 △발행부수공사에 등록된 언론매체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법안은 또 문화관광부가 지역언론 육성 및 지원의 기본방향과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것을 명문화하고 있으며, 지역언론발전기금을 마련하고 지역언론발전위원회를 통해 운영하는 등에 관한 조항을 담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절차와 내용 투명 공개 △편집권 독립이 보장된 언론에 한정 △약소언론 우선 지원 △한시적인 재정지원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지원의 원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들이 현실에서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전남대언론홍보연구소 민형배 특별연구위원은 "경영과 회계 등의 투명성을 전제로 정부의 지원이 이뤄진다고 했을 때 벌거벗을 각오를 하고 지원을 받고자하는 지역 언론사가 얼마나 될까"라며 "원칙과 실제에 대한 좀 더 면밀한 검토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원 내용에 현금지원을 할 것인가 제도적 지원을 할 것인가도 논란거리다. 기금마련을 통해 현금지원을 하더라도 급여 등 운영자금으로 쓸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기자교육이나 설비 또는 인쇄 등의 비용까지 포함할 것인가도 추가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외국의 사례

국내에서 처음 도입하려고 하는 지역언론관련 지원법은 외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사례를 국내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우선 사회적 인프라가 전혀 다른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경제질서가 정착돼 있고, 언론의 역할이나 언론에 대한 사회적 시각역시 한국의 경우와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각 학계나 타 언론매체등에서 일부 사례들이 공개된 바 있으므로 이를 정리해본다.

전국지와 지방지의 발행부수비율로 볼 때 미국은 지방지의 나라라 할 수 있다. 세계신문협회 통계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의 중앙일간지 발행부수 비율은 영국 72%, 일본 56%, 프랑스 28.7%, 독일 6.9%, 미국 6.1% 등의 순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전국지가 신문시장의 90%이상을 차지하는 것과 큰 대비를 이룬다.

구체적으로 신문에 대한 지원을 보면 프랑스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발행부수와 유가부수가 각각 25만과 15만부 미만이면서, 광고 수입이 전체 수입의 25%를 넘지 않는 전국 일간지 3종에 대해 462만 유로(한화약 57억7천500만원), 발행부수 및 유가부수가 7만·6만 미만이면서 소액광고 수입이 전체 광고수입의 5%를 넘지 않는 지방일간지 14개에 대해 138만 유로(17억2천500만원)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독일의 경우 언론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중소신문사를 중심으로 인쇄기 교체와 사옥마련을 위한 비용에 대한 저리 융자와 기자교육에 중점을 두고 지원해 앞으로 국내 지원대상에 대한 참고로 삼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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