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루'와 영화 생산지로서의 광주
영화 '블루'와 영화 생산지로서의 광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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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액션 블록버스터를 강조하며 전체 영화 분량의 30%를 광주에서 촬영했다는 이 정국 감독의 새 영화 <블루 Blue>가 모 주간 영화잡지의 박스 오피스에서 5위를 달리고 있다. <블루>는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자부하듯 총 제작비 50억 원에, 극장에서 봐야만 실감할 수 있는 스펙타클한 장면, 일반인에게는 낯선 해군 특수 잠수부대 SSU 라는 생소한 장소에 대한 매력을 물씬 풍겨주고 있다.

탁 트인 바다라는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나 <유령>에서 쓰인 것보다 훨씬 나아진 심해 장면을 묘사하기 위한 특수기술이나 효과의 등장은 눈여겨볼 만 한 하다. 또한, 영화 인물의 성격을 제대로 드러내기 위해 배우들이 받았던 훈련의 혹독함에 대한 후일담은 영화 작품에 대한 관객의 재미를 더하기도 하다.

그런데, 주연 배우들과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2월초에 있었던 광주극장에서의 시사회를 보고 났을 때의 기분이란 그리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먼저 드는 생각은 감독이 혹시 '블록버스터 멜로드라마'를 꿈꾸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감독이 직접 밝혔듯이 이 영화의 장르는 멜로드라마이며 서사구조는 한 여자를 두고 벌이는 두 남자의 우정과 사랑이라는 고전적 관습이다. 문제는 이 멜로 드라마라는 장르와 블록버스터라는 장치가 만나는 지점이 어설프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성애적 사랑을 둘러싸고 인간적인 욕망이 부딪히는 멜로 드라마의 영화적 관습에, 이왕에 해양이라는 공간을 빌어 블록버스터의 위용을 보여 주려면 볼거리와 광활함이라는 주무기인 블록버스터의 특징이 적절하게 배치되었어야 할 것이다. 두 가지를 멋지게 엮으려 하다보니 사건의 전개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돌출적으로 또는 선험적으로 제시되어 영화적 재미가 자연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영화란 생각만큼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며 같은 영화라 하더라도 보는 이에 따라 다른 점수를 매기니 이 문제는 넘어가도록 하자.

정작, 영화 <블루>와 관련해서 중요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거리는 영화 생산지로서의 광주의 가능성인 것이다. 심해의 수중 장면을 찍기 위해 필요했던 수심 5 미터의 장소로 염주체육관이 채택되었고 광주시의 도움 하에 전체 분량의 30% 이상이 광주에서 촬영되었다. 영화 장소로 광주시가 사용되었다고 해서, 촬영기간 동안의 스텝과 배우들이 이 지역에서 쓴 제작비용의 일부가 광주에서 흡수되었다고 그것이 이 지역의 영화를 포함한 영상 산업의 발전이나 문화적 향유의 기회를 증폭시켰다고 말할 수 있을까?

광주에서 영화를 촬영한다는 것은 그것이 지역의 영상 발전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발전시켰을 때 진정한 의미의 유용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한 편의 영화제작이라도 지역 영상 산업의 인프라 구축에 자극이 되어 영상 산업체와 연계를 맺고 문화적 재산으로 축적되어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블루>가 그렇게 보여주고자 했던 심해장면의 특수기술이나 효과를 지난 1월말에 개관한 광주영상예술센터가 적극 활용하여 기업체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영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쓰이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미끈한 배우들과의 만남에 흥분을 하던 광주시민들과 함께 시사회장인 광주극장을 나서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사회와 사람과 맺는 관계에 관심이 가있는 내게는 1933년부터 극장이며 예술 전용극장으로 지정된 그 극장을 나와 번화가로 접어드는 길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라는 공간에서 근대부터 현재까지시간의 틀 속에서 녹아 있는 사람과 광주지역 영화의 역사를 꼭 한번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작업이 연구자인 내게는 영화 생산지로서의 광주를 만들어 가는데 첫걸음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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