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서민들 어려움 외면말라
대림산업, 서민들 어려움 외면말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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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마련한 집인데"/ 광주 일곡동 대림아파트 주민들 임대보증금 관련 패소/ 720가구중 610가구 거리로 나 앉을판/ 2년동안 공식만남 단 한차례/ '법대로 선례 안돼' 협상하라/ “10평도 안되는 비디오 가게에서 4식구가 먹고 자며 겨우 마련한 내집이었습니다. 이제와서 어디로 가란 말이오”. “꼭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습니까. 서민들을 길거리로 내몰아야 직성이 풀린다는 겁니까”. 지난 달 초 광주지방법원 민사법정. 광주북구 일곡동 대림 임대아파트 주민인 유진(33)·김진복씨(39) 등 4명은 한동안 망연자실, 꼼짝할 수가 없었다. 임대 보증금 증액분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사측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 집을 비워야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이날 판결로 유씨 등 4명은 위약금과 부당이득금, 관리비의 150%을 비롯, 소송비용, 강제집행비용까지 물게 됐다. 만약의 경우 이사를 가야 할 주민은 이들뿐이 아니다. 현재 회사측의 '보증금 일방 증액고지'와 관련, 납부를 거부하며 2년여동안 회사측과 다툼을 벌이고 있는 주민들은 대림아파트 전체 7백20여가구 가운데 6백10가구. 이미 4가구의 주민이 1심에서 패소한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90%에 달하는 주민들이 회사측의 소송여하에 따라 집을 비워야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주민들은 “만약 회사측이 평소 껄끄럽게 여기는 주민만을 골라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100% 당하게될 처지가 됐다”고 토로했다. 지금 대림아파트 사태가 주목받는 이유는 보증금증액과 관련, 이와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게 될 지도 모를 다른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하다는 점 때문이다. 보증금문제로 주민들과 다투는 다른 회사들도 대림 아파트사례를 거울삼아 “법대로” 운운하면 주민들은 움츠려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유씨는 “이제 입주자들은 회사가 올려달라는대로 줘야한다. 패배감에 더욱 마음이 아픈 것도 그때문이다”고 말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대다수 주민들이 회사측의 비위를 거슬리기보다는 보다 이른바 ‘선처’에 매달리게 되는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사태를 법정소송까지 몰고 갔던 회사측의 입장은 지금도 단호하다. ‘집을 비우고 나가던지, 증액분과 연체금 등 추가비용일체를 물던지!’이다.“ 회사관계자는“증액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면 언론에 알리거나 플래카드를 내걸기전에 먼저 우리와 접촉했어야했다. 회사는 엄연히 이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데도 뭉치면 동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행동에 나선 것은 한마디로 집단이기주의의 발로다 ”고 말했다. 회사측은 이와함께 “조만간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매일 5가구씩 (건물명도)소송을 제기하던지 뭔가 수를 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 ‘ 그러나 이처럼 사태가 최악의 상황에 이른 것은 1차적으로 회사측의 책임이 크다. 회사는 지난 96년 입주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제14조(특약)10항(임대보증금의 증액납부)에 매1년 경과시마다 임대보증금 등을 ‘갑(회사)이 별도 결정하여 1개월전 을(주민)에게 통보하고…’란 조항을 슬그머니 삽입했다. 이후 회사측이 이 조항을 근거로 지난 99년11월 ‘임대보증금 5%인상’(23평 1백70만원, 20평 1백50만원)을 알리는 등기우편을 전체 7백20여가구에 일방 통보하자 주민들이“일방적인 임대보증금 인상은 부당하다”며 99년 12월 전체 주민 96%의 서명으로 임대보증금 동결 요청안을 회사측에 발송하고 주민협의회를 구성, 대응에 나선 것. 주민대책위는 지난 해 3월문제의 특약조항에 대해 공정거래위에 질의를 보냈고 ‘현행 약관조항은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차임등의 급부내용을 변경할 수 있어 약관법상 무효’라는 판정을 받아냈다. 대책위측은 이를 회사측이 일방적으로 증액을 결정, 통보한 것은 잘못이며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야 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회사측의 해석은 전혀 다르다. 회사측은 “이는 회사뿐아니라 주민들에게도 ‘조정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는 것으로 반드시 주민들과 협의를 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그 해 7월 광주지법에 전·현직 입주민대표 4명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 사태는 법정으로 비화됐다. 지난 2월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계약서상 특약 조항이 약관법상 무효이나 주택임대차 보호법은 보증금의 증액청구가 약정한 차임의 20분1(5%)를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증액요구시점이 계약체결일로부터 2∼3년이 경과했으며 인근 다른 임대아파트들의 임대차보증금의 액수보다 적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주민들의 주장은 이유없다 ”며 회사측의 승소판결을 내렸고 부대복리시설 손괴문제 등에 대해서는 위 사안에 적용될 수 있는 규정이 아니라고 밝혔다. 패소 판결이 나자 그동안 오직 판결에만 실날같은 기대를 걸고 있었던 입주민들은 심리적 허탈감과 함께 심한 무력감에 빠졌다. 소송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당장 이사를 가려해도 위약금과 함께 2000년 1월이후 기간에 대한 부당이득금, 관리비의 150%를 내야한다. 물론 그대로 거주한다해도 위약금과 연체이자(년18%)를 추가 물어야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증액분을 못내 내려달라는 사람들이 그액수 만큼 더 물어야한다니 기가막힌다” 고 푸념했다. 침체된 분위기는 회사관계자가 최근 패소한 4명의 주민들에게 전달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다시 격앙된 상태. 회사측이 이들에게 “항소를 포기한다는 각서와 함께 본의 아니게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던 점을 깊이 사과하고 위약금과 소송비용을 부담토록 하는 회사측의 조치를 따르겠다는 내용의 공개 사과방송을 하면 선처를 고려하겠다”고 한 것. “우리에게 무슨 분풀이를 하는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까지 말하는 주민이 나올 정도. 대책위측은 “어차피 전체 주민들의 의사로 시작된 것이니 끝까지 주민들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대림산업 송원용 광주사업소장(51)은 “회사도 생존권이 있고 이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이런 식으로 이자도 안내면 사업자보다도 결국 국민주택기금 등을 통해 지원한 국가에 더 큰 손해가 돌아가지 않는 가”라며 “그동안 실추된 회사의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납득할만한 주민들의 입장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소장은 “임대보증금문제는 대책위와 회사측간 협의해야할 의무가 아니다”고 말한 뒤 이제 법원판결도 나온 만큼 위약금과 소송비용은 물고 공개 사과절차가 따른다면 원만히 해결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태가 꼬이게된 또하나의 원인은 양측의 대화부재. 양측은 지난 99년 3월 회사측의 비공식 증액 통보이후 판결시까지 근 2년여동안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지난 해1월 북구청장이 개최한 청문회 자리 1차례. 오직 통보와 거부의 공문만이 오갈 정도로 대화가 차단됐던 것. 이 부분에 대해서도 “대책위가 법적 효력이 없었고 보증금은 협의사항이 아니다”당초부터 회사가 협상의지가 없었다”고 주장이 맞서고 있으나 양측모두 사태를 대화를 풀어보려는 의사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집은 사람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일정한 공간이자 한데 모여사는 가족의 동아리이기도 하다. 더욱이 임대아파트는 무주택 서민들의 보금자리이다. 물론 세입자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보호와 혜택을 기대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사회적인 약자인 세입자는 임대인이 올려달라는데로 내던지 집을 비우고 이사를 가던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자본주의하에서 기업의 생존조건은 이윤이다. 대림아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20년 내리 흑자기업이자 지속적인 불황속에서도 지난 한 해 건설수주액 3조원을 초과 달성한 재벌기업이 단지 이윤만을 추구한다고는 어느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쾌적하고 풍요로운 삶을 창출한다는 기업이념에 걸맞는 사회적인 조정력을 발휘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광주에서 대단위 임대아파트에서 보증금증액문제로 법정 소송까지 간 적은 없었기에 더욱 그렇다. 춘래불사춘. 그곳은 지금 좌절감과 패배감, 내쫒길지 모를 공포감이 휘감고 있다.“설마 몰아내랴”는 우려속에“벼랑길로 내몬다 해도 끝까지 버틸 수 밖에 없다”는 아우성이다. 어느쪽이던, 보금자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겪는 고민으로서는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 삶의 보금자리를 놓고 법에 의지하는 부적절한 선례를 남기거나 마냥 법대로만 외치는 볼썽 사나운 모습은 모두에게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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