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은행 노조가 투쟁에 나선 이유는
광주은행 노조가 투쟁에 나선 이유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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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새 출발 광주은행/ 노조가 투쟁에 나선 이유는?/ 금융개혁 외치는 대주주 정부/ 임원진 선임부터 원칙없는 인사/ 관치금융 폐해 되풀이 할건가/ 최근 4년간 손실총액 1조490억/ 부실여신의 가장 큰 원인은/ 임원진의 무리한 경영스타일/ 새 행장 경영쇄신 기대 어렵다// 광주은행이 국책은행으로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말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후 지난 5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엄종대씨(전 국민리스 사장)를 새 은행장으로 선임함으로써 국책은행으로 새로운 체제를 갖춘 것이다. 그러나 광주은행 고객인 광주시민은 물론 은행에 몸담고 있는 직원들의 시각은 곱지 않다. 이날 주총을 앞두고 광은 노동조합원들은 주총장을 점거, 신임 행장 선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은행측의 밀실주총으로 노조원의 단체행동은 힘을 얻지 못했지만 그러나 이들이 투쟁까지 나선 이유는 뭘까. 기업 경영에서 대주주가 전횡하여 방만한 경영을 펼치다 보면 결국 경영 부실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광주은행도 그 사례에서 비껴나지 않는다. 금호그룹이라는 대주주의 그늘에서 지방은행이라는 독자적인 간판을 내린 셈이다. 그런데 국책은행으로 공식 출발하는 모양새도 이 같은 구도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노조는 대주주인 정부가 임원진 선임에서부터 원칙없는 낙하산 인사를 시작해 관치금융의 첫 사례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개혁을 외치는 정부의 태도가 그동안의 기업 경영에서 보여졌던 대주주의 경영 방식과 다를 것이 없다며 앞으로 은행 진로를 우려하는 것이다. 지방은행인 광주은행이 정부의 완전감자 명령을 받고 공적자금을 수혈하면서 국책은행으로 탈바꿈한 배경은 누적된 은행손실에서 비롯된다. 은행측이 발표한 최근 4년간 손실 총액은 1조4백90억원. 그러나 노조는 1조2천억원으로 추산하며 가장 큰 요인을 부실여신으로 본다. 노조가 밝힌 부실여신의 세부 내역은 광은금고 1천억, 덕산그룹 1천억, 아시아자동차 5백50억, 한라중공업 7백50억, 화니·가든백화점, 라인건설, 해태, 무등산온천호텔 등이 부도나면서 떠안은 손실을 업체당 50억∼2백5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이들 기업의 협력업체 부도까지 포함하면 부실여신만 해도 손실 총액의 60∼70%를 점유한다. 대주주인 금호측의 여신 규모는 더 크다. 주식에는 5백억원을 투자하고 수익증권을 포함한 여신은 3천8백억원 규모. 대기업 편중여신이 그대로 반증된다. 여기에 주식투자 손실이 1천9백억, 대우채 매입에 따른 손실도 1천5백억원으로 추산되며 현재 광주은행 건물(신본점) 신축 후 가중된 자금압박도 경영 악화를 초래한 큰 요인 중 하나다. 이 같은 부실여신은 은행 임원진의 일방적인, 무리한 경영 스타일에서 시작되고 더 올라가면 이들 임원진을 선임한 대주주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1989년 선물환 손실 수습을 위해 외부에서 모셔온 송병순 행장은 6년 재임 중 신본점 신축을 강행했고 광은금고 설립 등 자회사 늘리기에 앞장섰다. 뒤를 이은 박영수 행장은 광주은행장 자리를 딛고 개인적 영달을 노렸지만 결국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당시 주택은행장, 은행연합회장 설도 분분했고 서울에 개인 캠프를 차렸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돌았다. 박행장은 임기를 못채우고 1999년말 용퇴를 선언했고 남헌일 부행장의 행장 대행체제가 이어진다. 남 행장대행은 전무이사 시절부터 은행내 줄서기 문화를 제도화했다고 할 만큼의 정평이 나 있는 인물. 그래서 인지 행장 대행시대를 두달로 마감했다.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노조의 입장을 짚어보아야 한다. 남 행장대행은 30여년 재직한 광주은행 창립멤버로 한때는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은행 직원들은 그를 자신의 야망 달성에 급급하여 조직문화를 혼탁하게 한 장본인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노조는 그가 재임 중이던 지난해 2월 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임원의 경영능력, 임원 선임의 주요 기준 등 임원의 경영활동 전반에 관해 물은 결과 조사대상자 75%가 임원진의 외부인사 선임을 원한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결과와 낙하산 인사 반대라는 여론은 상반된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 검증되지 않은 인물도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그런 점에서 전임 강락원 행장은 낙하산 인사의 대상이지만 투명한 경영을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한다. 대주주의 입김으로 발탁된 전임 경영진의 방만하고 무리한 경영이 지방은행이라는 실체를 무너뜨렸고 국책은행이라는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그 피해는 소액주주, 은행 직원은 물론 광주은행을 이용하는 광주시민에게로 직결된다. 그래서 은행 직원들은 새 행장에 대해 경영 쇄신을 기대해도 될 것인가, 아니면 자리 나눠먹기식 인사 관행을 또 되풀이하는 것인가, 아직 규정할 수 없어 은행 진로를 불안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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