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 끼어들면 교사-학부모 멀어져요
봉투 끼어들면 교사-학부모 멀어져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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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학부모 "줄까말까" 촌지고민 해결법/ '성의표시 쯤이야' 도 문제/ 첫 만남부터 명확한 입장 가져야/ 일부 교사들 '촌지거절' 안내문도/ 교사-학부모 함께 당당해지자// 학기 초. 학부모들의 고민은 뭘까. 자녀가 탈없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공부도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현실적인 고민은 따로 있다. "아이의 담임교사를 개인적으로 만나야 되는지.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엇보다 만날 때 조그만 성의표시라도 해야 하지 않는지. 선물로 해야 할까, 봉투를 만들어야 되나. 요즘엔 교사들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 촌지관행이 없어졌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일까. 그래도 한번 찾아보고 만에 하나 혹시 있을지 모를 우리 아이에 대한 불이익을 사전에 막아주는 것이 나은 것 아닐까." 참교육 학부모회 광주지부 이미경 사무국장은 "학교에서 돈봉투 없애기 운동이 벌어진 이후 촌지에 대한 관행이 많이 바뀌었고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신입생 학부모들은 처음 겪는 일이라 촌지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답답해하지만 정확한 입장을 갖고 학부모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한다. 촌지문제에 대응하는 방법들 이사무국장은 "학부모와 교사의 첫 만남이 중요하다"며 "처음부터 촌지를 매개로 맺어진다면 이같은 관계를 끊기가 무척 힘들다"고 말했다. 처음에 호의(?)를 보이고 나서 다음에 만날 때 같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오히려 교사를 만나기도 꺼려지게 된다는 것. 교사도 학부모와의 첫 만남에서 봉투가 오가게 되면 난감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받아들이자니 마음에 거슬리고 거절하자니 서운해 할 것 같아' 어정쩡한 입장에 처해지기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일부 교사들 가운데 학기초에 아예 학생들의 집으로 안내문을 보내 정중하게 촌지거절의 이유를 밝혀 학부모들을 안심시키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일부 학부모들 가운데 이런 경우조차 거꾸로 해석하지만 않으면 교사와 학부모 모두 당당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사무국장은 '성의로 건네는 적은 액수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의'와 '촌지'를 정확히 구분해주는 기준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실제 진실로 호의를 표시하고 싶은 학부모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할 것인가에 대한 답도 없다. 참교육 학부모회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의도로 적은 액수를 건네더라도 이런 사례들이 쌓이면 관행이 됩니다. 관행화되면 이를 깨뜨리기가 더욱 힘들어지죠. 우리나라 최고의 법은'관행'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렇다. 관행이 법보다 앞서는 사회에 너무 길들여진 것 탓이다. 어쨌든 관행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분위기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 참교육 학부모회 등 학부모 단체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거론됐다. 학부모회의 또다른 회원은 "교사들도 참교육 학부모회 회원들에게는 뭔가 바랄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있다"며 "그렇다고 교사와 학부모 관계가 서먹해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서로 편하게 대할 수 있다는 점을 많이 느껴왔다"고 말했다. 또 학교운영위원회 등에 적극 참여, 바람직한 교육풍토를 만들어가는 것도 참교육학부모회의 한가지 권고다. 이처럼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최근들어 촌지문제가 사회문제로 비화되는 사건 등은 발생하지 않는 추세다. 신입생 학부모들은 막연히 예전의 관례에 비추어 고민하고 있지만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은 다양하게 모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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