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여 강물이 몹시도 퍼럿슴니다
님이여 강물이 몹시도 퍼럿슴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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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시문학의 동인 김현구의 인물 찾기

"한숨에도 불녀갈듯 보-하니 떠잇는
은ㅅ빗 아지랑이 깨여흐른 머언 산ㅅ둘레
굽이굽이 노인길은 하얏케 빗남니다
님이여 강물이 몹시도 퍼럿슴니다.....
헤여진 성ㅅ돌에 떨든 해ㅅ살도 사라지고
밤비치 어슴어슴 들우에 깔니여 감니다
홋홋달른 이억골 식여줄 바람도 업는 것을
님이여 가이업는 나의마음을 아르심니까"


오는 5월, 남도의 끝자락 강진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전시회는 지역의 민간단체인 강진문예마당(대표 김현장) 역사모임이 주축이 되어 반세기 전에 남도의 자연과 인간의 감정을 진솔하게 노래한 시인의 일대기를 접할 수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시인 김현구는 1904년 강진에서 출생하여 1930년대 시문학 동인으로 {詩文學}과 {文學} 등에 몇 편의 시를 발표하였지만, 생전에 자신의 시집을 발간하지 못하여 영랑 김윤식과 용하 박용철처럼 널리 알려지지 못하였으며, 한국전쟁 중인 1950년 10월에 사망하여 그가 쓴 유작(遺作)조차 망실되었다.

그의 시집은 1970년에 임상호(현 강진신용협동조합 이사장)를 비롯한 현구기념사업회와 유족에 의하여 유고시집인 {玄鳩詩集}이 발간되어 그의 시가 처음으로 독자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1977년 김학동의 {한국현대시인연구}와 1981년 김현의 {한국현대시문학대계 7} 및 1996년 김선태의 박사학위 논문인 {金玄鳩 詩 硏究}를 통하여 그의 주옥같은 시들이 학계에서 주목을 받으며 연구되었다. 그의 시비(詩碑)는 강진군립도서관 내에 지인들에 의하여 1992년에 세워졌으며, 시비에는 1930년 5월 {시문학} 2호에 발표된 "님이여 강물이 몹시도 퍼럿슴니다(원제 참조)"를 새겨놓았다.

지금까지 시인 현구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여 그의 생애를 접근한 시각은 대동소이하다. 이는 연구자들이 접할 수 있는 자료가 한정되어 몇 사람의 증언이 마치 그의 모습으로 받아 들여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구 시인의 삶을 밝혀보려는 시도가 이번 전시회이다.

현구 유고시
우선 현구 시인과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증언을 녹취하여 전시회 기간에 자료집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그리고 시인이 근무하던 읍사무소, 그가 시상(詩想)에 잠겼다고 알려진 보은산과 구강포 등의 오래된 사진들을 수집하여 강진의 근대사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찾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시인 현구를 중심으로 시작하여 근현대사의 자료를 발굴하는 기회로 이어질 것이다.

이렇게 수집된 유물들은 이후에 건립될 문화시설에 전시물로 사용하여 강진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제공될 것이다. 이와 같이 지역사의 기본 자료는 지역주민들이, 그것을 바탕으로 연구자들이 지역사가 정리할 때 가장 바람직한 지역의 역사가 정립될 것이다.

남도는 다른 지역에 비하여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유적이 많이 보존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은 현재 도시의 화려함과 경제적인 풍요만을 쫓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허상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한계는 명확하다. 지역문화의 장점은 우리의 삶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인간의 삶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보고(寶庫)이기에 이번 전시회를 통하여 여러 지역의 문화단체들이 역사의 단편을 소중히 여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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