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론]광주전남은 과연 준비된 지역인가?
[문화칼론]광주전남은 과연 준비된 지역인가?
  • 김하림
  • 승인 2003.0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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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개최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광주전남 토론회에서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저도 양심이 있습니다."는 말로 토론회의 마지막을 장식했고, 참가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는 부정부당한 권력에 항거하다가 감옥에 갇힌 이들을 '양심수'라 불렀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진전된 이후 점차 '양심수'라는 단어는 그 쓰임이 희미해져 갔고, 사회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양심선언'도 이제는 사라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노 당선자는 왜 '양심'이라는 말을 꺼냈고, 그 단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90% 이상을 지지한 호남민중에 대한 부담감, 아니면 작년 4월 광주경선에서 자신을 1위로 선출하여 '노풍'의 계기이자 진원지 역할을 한 지역에 대한 책무감, 아니면 민주화운동에 투신하면서 알게 된 80년 광주에 대한 소명감 등에서 나오는 '양심'일 수도 있다.

또 아니면 변화와 진보를 추구하는 사회적 흐름을 이끌고자 하는 지도의식에서, 한국을 이끄는 최고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전체적 시각에서 우러나는 '양심'일 수도 있다.

'양심이 있습니다'는 말이 나오기 전에 토론회 자리에서 행해졌던 말들은 사실 '토론'이라기보다는 '건의'였다. 광주시는 지역내 실질 총생산이 전국 16개 광역시와 도 중에서 15위임을, 전남도는 재정자립도가 전국 16위로 최하위임을 토로했다.

그리고 광주와 전남 모두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제시하면서 중앙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특별한 '법'을 제정하여 낙후에서 벗어나 '잘사는 고장'을 만드는데 도움을 달라고 건의했다. 이러한 건의성 발언은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이나 도지사뿐만 아니라, 토론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노 당선자는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당선자는 '지역의 대학이 지역 현실에 맞으면서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지역의 언론이 이를 지역 담론으로 확산하면서 지역민들의 합의와 열정을 이끌어 내고, 이를 지역행정이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지역의 내적 논의구조와 발전패러다임을 강조했다. 더불어 '중앙은 이를 평가하고 지원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광주와 전남의 여러 갈등에 대해서도 '이해 당사자의 대화와 상호설득'이 우선되고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 그런 대표적인 예이고, '지방대학의 획기적 지원'이라는 언급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예전 권위주의 체제에서 대통령의 '초도순시'에 각 지방은 이러저러한 '건의'를 하고 권력자는 '시혜'를 베푸는 식의 행정을 노 당선자는 거부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시나 도의 여러 가지 건의와 지원요구는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이지만, 사실 토론회의 논점은 아니었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어떤 고민과 나름대로의 대책을 논의하고자 시도된 토론회가 그 성격이 변질된 것이다. 이는 토론자나 참석자의 책임이기도 하고, 시도 행정담당자의 '개발위주의 구시대적' 사고의 책임이기도 하고, 토론회 주최측의 미숙이기도 하다.

지역의 '이해'관계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선착순 달리기에서 광주전남이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그 피해를 '보상'하라는 요구도 정당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보상'을 바탕으로 동등한 경쟁을 하기에는 한국과 세계가 이미 변해버렸고 사회발전의 패러다임도 변해가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는 '뒤로 돌아 앞으로 가'라는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는 '지역적 실천과 세계적 시각'을 갖는 '상상력'이 중요하다. 그럴 때 우리는 '이해관계'와 '피해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양심은 사물의 선악을 구분하여 악을 피하고 선을 취하려고 하는 도덕적 판단이며 특히 자기 행위에 대하여 품는 선악의 윤리의식이다. 노당선자는 '이해'를 논의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구시대의 '악'을 버리고 새로운 '선'을 자신의 정신적 고향인 광주전남에 바랬던 것은 아닐까? 이에 광주전남이 응답하지 않거나 못한다면 노당선자의 양심(良心)은 양심(兩心)이 될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누구의 책임일까?

김하림[광주전남문화연대 대표, 조선대 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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