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자발성과 자생력
문화의 자발성과 자생력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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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사회 화두는 지방분권과 문화수도인 것 같다. 특히 '문화수도'는 예전의 감성적이고 자족적인 '예향' 간판 대신 다분히 현실적이고 정치성을 띤 희망사항으로, 여러 논객들의 필설에 힘입어 시대의 대세인양 굳어가고 있다.

28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직접 이 지역을 방문해 두 광역단체장과 요로의 주요 인사들이 함께 한 가운데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에 대해 광주 전남 民에게 듣는 토론회를 주재하였다. 두 단체장의 발제는 지역의 미래를 새롭게 열어가고자 하는 주요 정책사업의 제시이면서 대부분 열악한 현실여건에 대한 호소와 특단의 검토 지원을 바라는 요망사항들이었다.

지역 발전전략의 명운을 건 듯한 여러 절실한 요청과 제안들에 대해 노 당선자는 포괄적이지만 매우 핵심적인 기본 입장을 밝혔다. 즉 지방분권과 지역균형 발전이 국정운영의 기조이기는 하되 스스로의 자구노력과 경쟁력 확보가 중앙정부의 지원이나 도움에 우선하며 균형이라는 명분의 나눠주기식 지원은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집중과 선택의 원리'를 적용하여 주요 분야에 대한 경쟁력 있는 도시와 프로젝트를 선택, 범국가적 차원에서 거점화하고 집중 육성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국정 최고 운영자로서 지역현안 과제에 대해 책임 있는 약속과 의지천명을 기대했던 입장에서는 구체적 답은 얻지 못하고 공을 되돌려 받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방분권 자체가 각 지역의 개별성과 자율성을 십분 살려 전체적 활력과 성장을 도모해 나가는 방식이고 보면 도움을 요청하기에 앞서 참신한 아이디어 개발과 충실한 전략 수립, 최선의 자가발전을 되려 주문한 셈이다.

광주시가 새로운 도시개발 방향으로 선택한 '문화수도'는 그 주체와 추진과정이 행정·경제수도와는 달라야 한다. 문화는 주체가 가장 중요하다. 근본적으로 문화란 구성인자들 내부로부터 만들어지고 그 공유 폭을 넓혀 가는 자생의 유기체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한 토론자가 말했던 '문화수요의 창출과 자생력 확보, 문화발전소 역할'은 새 정부를 향한 해바라기성 기대 이전에 지역 내부로부터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변화와 활동력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노 당선자가 '시민의 역량 결집과 구심력 형성'이 관건이라 강조한 것도 그런 의미였을 것이다. 하나의 문화권이면서도 최근 제살깎기식 반목과 경쟁으로 상처가 깊어 가는 광주시와 전남도에 대해 집안싸움 하면서 스스로 내야 할 답을 밖으로 드러내는 어리석음을 그만두라고 일침을 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직 간접적으로 이해를 같이할 수밖에 없는 동반자로서 큰 시각의 상호 협력을 주문한 것이다.

사실 영화제나 비엔날레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는 물론 별다른 특성 없이 중복 운영되고 있는 각 지역의 축제들에 대해 범국가적 차원의 조정 관리도 필요하지만 결국은 분명한 주체의식과 참여의지로 자생력을 갖춰 나가는 데 존립기반이 달려 있다. 그 동안 이 지역에서 애써 가꾸어 가는 귀한 국제행사에 대해 오히려 바깥에서 안타까워 할 정도로 '선수는 없고 심판만 많았다'. 자기이해관계에 의한 비난보다는 자생력과 장기적 비전을 갖는 문화 거점도시로서 자산을 가꾸는데 적극 합심하여 새로운 문화변화와 '아름답고 감동이 있는 도시'의 주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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