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태 광주시장과 박태영 전남도지사의 경제 제일주의 지방자치 철학이 노무현의 민주적 의사결정과 자주적인 지역사회 구심력형성에 의한 지방발전 모델에 한방 먹었다."


지난달 28일 인수위의 광주전남 지역순회토론회를 지켜본 일부 시민들이 내놓은 평가다. 이날 두 단체장은 광주시와 전남도의 핵심과제를 나열하고 이에 대한 전폭적인 당선자의 지원을 요청했다. 발제의 시작과 끝은 '잘사는 광주와 전남'이었다.


물론 두 단체장이 내걸고 있는 경제에 대해 광주전남 지역민 어느 누구도 반대를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접근하는 방식에서는 노 당선자와 두 단체장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드러났다. 지방분권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과 철학의 차이로까지 느껴진 것.


이날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역 토론회가 사실 광주시나 전남도의 여러 가지 건의와 요구들을 담는 것은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토론회의 당초 취지와는 크게 벗어나는 것이 아닐 것이었다. 그래서 토론회의 제목이 주는 원래의 목적에서 성격이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토론회 주최측인 인수위측의 미흡한 역량에서 기인한 바 크다 할 것이다. 여기에 토론자나 참석자, 양 시.도 관계자의 대응능력의 부족도 한 몫 했다.


박광태 시장은 광주를 '첨단산업도시와 문화수도'로 발전 시키기 위해 광산업 디자인 산업 첨단 부품소재 산업과 문화 인재양성 기반 구축 문화산업 육성 등을 열거했다. 광주경제의 현실에 대해서는 60년대 이후 불균형 성장정책으로 전국의 최하위권을 강조했다.


박태영 전남도지사도 "투자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 동북아 관광중심지 육성, 농어업의 경쟁력 및 마케팅 강화 동북아 물류 교육거점 구축을 통해 전국 평균만큼 잘살아 보는 것"이라고 '잘사는 전남'을 거듭 밝혔다.


이러한 양 지역의 핵심발전전략에 대해 광주 전남 지역민들은 수시로 들어왔으며 이에 대한 성장 가능성에 대해 많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는 역량과 자원에 대해서는 양 단체장은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에 모든 것을 기대고 있는 듯하다. 오죽하면 지난해 말 광주시청 주변에서는 박 시장을 가리켜 '예산의 귀재'라고 까지 추켜세워졌을까?

'경제 제일' 두 단체장 노 당선자에 한수 배워
"지역적 의사결정구조가 있어야 발전 가능"
"광주·전남 갈등 지역사회 스스로 풀어야"


두 단체장의 예산타령에 노 당선자는 "목적성 예산지원에서 포괄적 풀 예산으로 전환을 통해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칙적인 발언만 있었을 뿐 특정 현안에 대한 지원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두 단체장은 이날 토론회의 핵심의제였던 지방분권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지방분권을 위한 지역의 합의와 의사결정 시스템, 시민사회와 지방정부, 각계각층과의 새로운 관계 형성 등은 들을 수가 없었다.


이에 반해 노 당선자의 주문은 구체적이었다. 광주전남의 갈등을 두고도 "지역협의체를 통해 지역에서 스스로 해결을 해야 한다", "민주 인권도시는 그 도시에서 스스로 다듬어야 참된 역사성을 가질 수 있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도시역량을 형성하는 구심력에 있다" 등으로 두 단체장과 참석자들에게 강조 한 것.


자주적인 지방자치에 대해 노 당선자는 "광주·전남은 어느 지역도 갖지 못하는 '도시적 결속력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가설적 구상임을 전제로 지방정부와 지방대학 지방언론이 힘을 모아 시민들과 공유 할수 있는 지식의 중심, 창조적 상상력을 만들어 내는 중심인 '기획센터'가 만들어 질 필요가 있다"고 까지 구체적으로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두 단체장이 발제에서 밝힌 경제중심의 발전 전략을 어떻게 이뤄 나갈 것인가를 두고 단순한 중앙정부의 예산과 제도지원이 아닌 지역에서 자주적으로 핵심역량을 모으고 이를 민주적인 의사형성으로 집중 시켜 나가야 한다는 새로운 지방분권의 틀을 선보인 것이다.


그러나 두 단체장이 지난 7월 취임이후 이러한 지역의 핵심역량 구축과 시민사회와 새로운 의사형성구조라는 지방자치발전의 모델을 선보인 적인 한번도 없었다.


따라서 이날 두 단체장은 예산타령 일색의 발제에 대해 노 당선자로부터 우회적인 비판과 함께 훈수를 받은 셈이다. '두려움과 설레임이 있는 도시이자 미래의 기대가 있는 광주·전남'에서 두 단체장의 지역발전 구상은 여전히 구태의연한 과거형을 답습하고 있음이 드러난 토론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