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뒤집어본 가십- 바른생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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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3.01.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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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렁쇠'(전남일보), '동네방네'(광주타임스), '우체통'(무등일보), '만년필'(호남신문), '딱딱이'(광주매일), '쌍나팔'(광주일보), '나들목'(호남매일)….

일간지를 넘기다보면 사회면 끝단에서 발견되는 이른바 '가십란'들이다. '가십'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에 대한 흥미본위의 뜬소문'(두산대백과)이라고 하는데, 일간신문에서는 대개 사회적 의미를 가지기보다는 그냥 버리긴 아깝고, 재미도 있는 '사소한' 사건들을 다룬다.

특히 이 지역 일간지 사회면에 등장하는 이같은 가십란은 원고지 1.5매 정도분량으로 대개 경찰 조사과정에서 나타난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

노상방뇨를 하다 걸린 시민이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다거나, 다방에 차 한잔을 시켰다가 빙판길을 이유로 거절당하자 업소를 찾아가 행패부리다 경찰서행을 했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대표적 사례.

일간지 사회면 가십성 기사들
경찰은 '도덕군자'로 묘사
무비판적 글쓰기 관행 아닌지 점검 필요


이 가십란엔 대개 3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사건의 당사자인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경찰 등이며 이들의 행위와 반응은 세 문장으로 압축된 구조를 정형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속엔 몇 가지 문제의식 여지를 안고 있다.
우선, 대개의 가십성 기사가 그렇듯 이런 형태의 기사는 결국 사건을 희화시킴으로써 논리적 판단이나 문제의 본질에서 동떨어질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23일자 한 조간신문 사회면 가십란. 만취상태에서 운전하던 30대가 오토바이를 들이받고 달아난 뒤, 피해자와 합의하러 병원에 찾아갔다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는 뺑소니 사건의 가해자가 경찰에 붙잡힌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때문에 이를 액면그대로 읽으면 '어차피 뺑소니라 도망치는 것으로 끝날 수 있는데, 괜히 돌아와 걸려들었다', '참 어리석다'는 논리적 해석으로 비칠 수 있다. 이는 결국 사건을 호도 할 수도 있음이다.

이런 종류의 가십성 기사가 가진 또 하나의 문제는 마지막 문장에서 등장하는 경찰이다. 적어도 이 가십 속에 등장하는 경찰은 대단히 도덕적이다. 사건에 대한 사족(蛇足)을 달면서 항상 훈계조의 발언을 남기는 경찰은, 때론 훈장님, 때론 옳고그름을 결정짓는 판사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한껏 위상이 높아진 이 경찰은 발언 마지막에 "혀를 끌끌", "호통", "눈초리", "일침" 등으로 마무리 짓는다. 한국의 경찰이 그 정도로 도덕의 표상이고 윤리의 정수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문장 마지막에 경찰이 등장하는 등 정형화된 문장구조 형식도 뒤집어 보자. 사족일지라도 마지막에 꼭 경찰이 등장해야 하는지, 또한 경찰의 한마디를 따옴표로 동원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경찰이 진정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인지. 이러한 의문을 달고 다니는 이같은 종류의 가십은, 결국 신문사나 기자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단순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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