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다 관광상품이 똑같다면?
지역마다 관광상품이 똑같다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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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관광개발의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수없이 많은 계획들이 수립되고 또 추진되고 있다. 광주전남은 광주시를 하나로 보더라도 23개 시군이 존재하고 있는데 저마다 그럴듯한 장단기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제는 누구도 우리지역이 관광을 활성화하자는데 반대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정부에서도 우리 지역을 문화관광지역으로 선정하여 활성화시키고자 하고 있다. 관광이 궁극적으로는 복지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을 굳이 역설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경제적으로 지역사회를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군별 개발계획을 수립하면서 상호간의 조정이나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사업들이 상호 중복 추진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같은 종류의 사업을 여러 곳에서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자제 실시이후 단위 지자제마다 자구책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독립적인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독립된 지자체에서 꼭 필요하여서 스스로 사업을 펼치겠다는 데야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마는 문제는 개발의 중복성이 심각하다는데 있다. 과거에는 중앙정부에서 기본지침을 수립하고 그 지침에 따라 지역 계획이 수립되었다. 그런데 이 방식이 가지고 있는 획일성으로 인하여 다양한 의견이 받아들여지기가 어렵고 지역사회의 의견이 존중되기보다는 몇몇 입안자에 의해 부적절하게 선이 그어지는 부작용들을 안고 있었다.

이제는 지자제가 실시되면서 보다 자유롭게 그동안의 숙원사업들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자율성이 부여되었으나 국가 전체의 입장에서 본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안게 된 것이다. 과거의 방식은 획일성과 편중성을, 현재의 방식은 중복성과 방향성을 문제로 안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문제는 지역이기주의와 제도의 구조적 결함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자기지역의 발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여 어느 정도 이기주의적 성향을 띠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최소한 이를 보완해서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주고 중복을 피하도록 해주는 보다 확실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어야 할 것이다.

관광개발은 일반적으로 별로 큰돈이 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관광개발의 초기 단계에는 대규모의 투자가 따른다. 다만 그것이 공공투자이기 때문에 민간에서 이를 인지하기가 어렵고 이시기를 지나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대규모의 투자가 거의 필요치 않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뿐이다.

지자체 관광개발 계획 중복성
혈세 낭비, 무책임 아닌 죄악
지역특색 중심으로 방향 결정


사실 지자체가 관광개발을 추구하는 가장 큰 목적은 경제적인데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투자대비 성과를 확실하게 계산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어떤 사업은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기도 하고 또 어떤 사업은 공익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분명하게 할 건 해야 할 것이다.

시군 단위로 동일한 사업들이 중복되어 펼쳐진다면 한정된 시장을 여러 사업주체가 나누어 가져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것은 각 주체의 수입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고 각 주체가 엄청난 금액의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지역의 이미지가 통합되고 특화되어야 할 것인데 반대로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게 된다. 이것은 비단 우리지역만의 문제로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요즘 들어 너무 작은 단위로 지자체를 구분한 게 아니냐는 일부의 목소리가 오히려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하지만 행정의 단위를 재조정하는 것보다는 다른 방법들을 통하여 보완해 나가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언제나 여러 가지가 있기 마련이고 가장 좋은 해결책은 가장 단순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우선 각 지역이 자발적으로 지역의 특색을 확실히 잡아내어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맞게 특성화된 사업을 위주로 집중 진행해야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상하위 행정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계획수립의 시기를 적절히 조절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 지역 사업을 통합해서 적절한 방향을 부여하고 중복성을 피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자율성도 중요하지만 주어진 기회를 방만하게 활용하여 주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무지와 무책임함을 넘어서 죄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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