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에 드러난 '돈공천' '막대기공천' 내력
증언에 드러난 '돈공천' '막대기공천' 내력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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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평론가 윤재걸씨(전 민주당 수석부대변인)법정 증언>


"'당 기여도는 공천헌금액 순, 사고없는 돈 심부름'
당시 언론계와 정가에 파다한 '공공연한 비밀'"
30년 호남정치 독식한 민주당의 치부드러나나


이번 재판에서 문제가 된 기사는 지방선거열기가 뜨겁던 지난해 6월 본보에 실린 양근서 기자의 '박광태의 어부지리 정치유전' 제하의 보도.

보도는 박광태 당시 후보가 6.13지방선거 후보등록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민주당의 광주시장후보 공천권을 따냄으로써 뒤늦게 시장후보 대열에 뛰어든 그의 후보검증차원에서 기사화된 것이다.

특히 당내경선에서 후보로 선정됐던 당시 이정일 후보가 낙마하고 그 뒤를 이어 공천장을 쥐고 나타난 박후보의 행보는, 10년 전인 지난 92년 14대총선에서 그가 광주북갑 공천장을 쥐게 된 과정과의 유사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양 기자는 당시 기사에서 박 후보가 첫 정계 입문을 하던 92년 14대 총선 공천과정에 대해 "박 후보는 다른 전국구 의원의 공천헌금을 사고 없이 중앙당에 배달한 데 대한 당 기여도가 작용해, 원래 공천내정자를 제치고 공천권을 따냈다는 게 당시 정계에 파다했다"며 당시 민주당 핵심 당직자의 증언 등을 근거로 보도했다.

이 보도는 선거라는 공간에서 박후보 본인에게 작용했을 유·불리여부를 떠나 92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에서 중앙으로 선거자금을 거둬 올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을 수 있다는 당시 정계상황의 개연성까지 포괄한 것이었다. 때문에 후보의 자질문제와 함께 수십년간 호남정치를 독식하던 '민주당 돈공천'이라는 정치행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이었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측 증인으로 나선 사람은 정치 평론가이자 한국현대정치인물연구소장 윤재걸씨(55). 그는 양기자의 기사에서 박광태 시장의 14대 총선당시 정계입문과정에 대한 '공천 헌금 및 공천장 새치기'설의 취재원이기도 했다. 때문에 기사의 사실여부가 재판에 미칠 중요성을 감안, 변호인측이 그를 증인으로 신청했던 것.


75년 중앙일보를 시작으로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을 거쳐 90년 3당합당 이후 통합민주당의 수석부대변을 역임, 스스로 92년 14대 총선에서 민주당 광주 북갑에 공천신청도 했던 윤씨는, 이날 법정에서 당시 양기자의 취재에 응하면서 주고받았던 내용을 중심으로 박광태 시장의 정계입문과정을 둘러싼 당시 정계의 의혹을 증언했다.

변호사의 질의에 응답하는 형태로 진행된 변호인 심문에서 윤씨는 "92년 당시 박광태 공천자가 원래 강진·완도에 공천신청을 했었는데, 최종엔 광주 북갑에서 공천장을 받았다"며 "이를 두고 당시 당 안팎이나 당출입기자들 모두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당 수석부대변인 시절인 당시, 민주당을 출입하던 여러 기자들로부터 '박광태씨가 14대 총선 공천 심사당시 동교동계 실세중의 실세이던 권노갑씨를 직접 찾아가 자신에게 공천장을 줘야 할 것 등의 여러이야기를 했다'는 말을 들었으며 이때 문제의 돈심부름 얘기도 함께 나돌았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그는 "당시 각 기자들이 소속 언론사로 올리는 정보보고 문건에서도 확인됐다"면서 "박 공천자에 관한 이 내용은 당시 당직자나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와 관련된 인물과 관련 자료의 공개 여부에 대해 "지금은 때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세상에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돈심부름은 91년 지방자치선거가 실시될 당시부터, 정치헌금을 내고 공천받기를 희망하는 시의원 및 자치단체장 지망자를 동교동계로 소개하고 헌금을 받아 전달하며 만약 공천에서 탈락하였을 경우 정치 헌금을 되돌려 주는 역할을 하였고, 92년 14대 총선당시에는 약 30억원에 달하는 고 김옥천 의원의 정치헌금까지 전달했다는 말을 일부 당직자나 기자들로부터 들었다."

그의 증언은 당시 동교동계의 구체적인 공천헌금모금과정에 대한 이야기로도 이어졌다. 이는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이어 14대 총선에서 광주 북갑에 공천장을 냈던 스스로의 이력을 통해서도 알게된 것이라고 했다.

윤씨는 증언에서 "당시 동교동계 핵심 인물로부터 광주 북갑에는 본인, 북구 을에 이길재, 전주·완산에 장영달 등이 이미 공천자로 내정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조직강화특위에서도 8대2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후 북구 갑 공천과정에서 10억원의 정치헌금을 낼 것을 요구받았으며 '그만한 액수를 내겠다는 다른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기도 했으나 끝내이를 거절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같은 공천 헌금요구는 12월 대선을 앞둔 당시 상황에서 대선 자금을 모으기 위해 관행처럼 벌어지던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윤씨의 이같은 증언은 결국 30년 호남정치를 좌지우지해온 민주당 동교동계의 공천과정에서의 돈정치 내막이 처음으로 본격 제기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물론 그는 박시장이 출마하던 14대 총선 공천경쟁에서 스스로 공천장을 내밀었다가 낙마한 전력이 있다. 때문에 재판 중 검찰의 지적처럼 윤씨가 당시 공천권을 박시장에게 빼앗긴데 대한 반발이 증언에 영향을 미쳤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져야 한다. 여기엔 윤씨의 말처럼 아직은 시기가 아닐 수도 있고, 변호인측이 추가 증인으로 채택 할 두 당사자인 권노갑, 박광태의 출석과 증언여부에 따라 어디까지 밝혀질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때문에 윤씨는 "현금으로만 거래되고 양 당사자 사이에서만 은밀하게 오가는 정치자금 흐름의 특성상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당사자가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고소고발하여 사건화 하지 않는 이상 구체적 사실로서 정확히 입증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면서 "게다가 공소시효까지 지났기 때문에 박광태 현 광주시장에 대한 공천헌금대가설은 사법기관에 의해 구체적인 사실로 확인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박광태 시장은 오는 25일까지 일본출장 일정이 잡혀있는 관계로 이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은 확인하지 못했으며, 비서실측도 "시장님 개인의 문제이므로 귀국한 뒤 직접 문의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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