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수다로 벗겨보는 영화 '색즉시공'
남자들의 수다로 벗겨보는 영화 '색즉시공'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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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소리>는 지난해말 영화 '밀애'를 본 여인네들의 수다를 지상중계한 바 있다. 여자 감독이 여인을 주인공으로, 여성의 '사랑'을 다룬 영화였기에 여성관객들의 이야기들 들었다고나 할까.
'색즉시공'은 여성을 위한 영화? 여자를 훔쳐보는 남자들, 그 영화로 남자를 훔쳐보는 여자관객 대성 : 영화초반부에 남자들이 수영장에서 여자들을 훔쳐보는 장면이 나와요. 훔쳐보기는 세대를 떠나서 공통인데, 감독이 그런 일상적 상황을 잘 포착한 것 같아요. 성욱 : 차를 타고 가다가 예쁜 여자가 있으면 솔직히 한번쯤 눈이 따라가요. 그것도 일종의 훔쳐보기라고 하겠죠. 대성 : 근데 훔쳐보기에 유부남과 총각간의 차이가 있는 거 알아요?. 총각들은 가면서도 돌아보는데, 유부남은 한 번 보고 말거든.(일동 웃음) 이 영화는 곳곳에 남자를 상징하는 설정들이 있어요. 군대문화를 연상시키는 집단적 모습이나 차력동아리 등이 남성 중심의 영화라는 거죠. 여대생 기숙사 얘긴 아예 안나오잖아. 태성 : 남자들의 자위행위나 발정제 먹고 병원에 가는 등 남자의 은밀한 얘기들이 나오는데,감독은 가능하면 적나라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은 남자 얘기임에도 여자 관객들로 하여금 '남자 훔쳐보기'를 제공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대성 : 맞아, 아까 우리 영화 볼 때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던데. 6대4나 7대3정도? 민용 : 난 불만이 있는데. 영화 만들 때 남자의 자위행위도 좀 더 예술적으로 보여줄 수 없는 걸까. 여자의 경우 소리내는 거나 얼굴표정들을 정말 예술적으로 찍는데, 남자가 하는 모습은 그냥 동물처럼 묘사되거든.(웃음) 화면은 재밌어도 주제는 고루하다. '육체적 사랑은 헛된 것이니, 진정한 사랑을 해야한다?' 대성 : 내가 문제하나 낼까. 길가다 술 취해 쓰러진 여자가 있다면 유부남의 반응은? 1번 집에 데려다 준다. 2번 자기 집으로 데려간다. 3번 모텔로 데려간다. 성욱 : 전 술 깰 때까지 옆에서 기다리다 집에 데려다 줄거예요. 난 그 분야에 신념이 있다니까요. 일동 : (일동)에~이. 얜 진실게임 해야돼. 민용 : 유부남은 아마 그 여자에게 욕할 걸. 저런 딸 낳을까 걱정된다고. 태성 : 결혼은 남자가 여성화되는 과정인 것 같아. 젊어서는 지나는 여성만 봐도 흥분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결혼하고 나면 저 여자가 내 부인이라면 어떨까하는 상상정도는 하지만 결국 '내 마누라하곤 틀리네' 정도로 그치지. 영화에서 성행위 장면을 보아도 '야하다'는 생각보다는 '아, 저런 방법도 있구나'며 내 경우와 비교해보는 정도랄까. 대성 : 그게 나이 먹어 간다는 증거야. (웃음) 태성 : 한국영화를 볼 때 전보다 얼마나 발전했나를 많이 보죠. 초반 도입부나 속도감 있는 화면처리, 특히 베드씬을 잡는 카메라기술은 정말 많이 발전했더군요. 성욱 : 전 항상 영화를 볼 때 감독이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을까에 주목해요. 늘 바보같이 사랑한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남자 주인공을 통해 "정말 좋아하면 진심을 보여봐". 그말 하려는 것 아니었나 싶네요. 이걸 위해 나머지 이야기들이 설정됐을 텐데, 그것들은 영화를 재밌게 하기 위해 과도한 설정이었던 것 같구요. 광재 : '색즉시공'이라는 제목 자체가 그거 아닌가요. '색'은 육체적 사랑이고 그것은 헛된 것이다. 뭐, 이런 고전적 주제인 것 같아요. 민용: 작품은 감독이 자기 맘대로 만드는 것이지. 근데 영화도 어차피 돈벌자는 것이잖아. 꼭 공익광고처럼 주제를 그렇게 해야할 필요가 있었을까. 코미디 영화에서 사회성이나 도덕성을 인입시키려고 하면 좀 거북스럽더라. 민용 : 근데 나, 이것 꼭 물어보고 싶더라. 넌 영화에서처럼 잠자리에서도 항상 진지하냐? 태성 : (웃으며) 늘 그렇진 않지. 광재 : 영화를 보니깐 이런 얘기도 나오네. 보통 술 먹어도 그런 얘기는 잘 안하는데. 대성 : 영화 덕에 이런 때 얘기 좀 해보자구. 내가 지켜봤는데, 이 영화에서 애무는 별로 안하데? 태성 : 그야, 대학생들이 원래 성질 급하잖아.(웃음) 대성 : 나이트에서 논 뒤에 각기 짝지어 자러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남자는 술취한 여자랑 호텔가면 여자가 당연히 성관계에 동의한다고 생각하나. 민용 : 이그, 그러니까 형이 장가를 못갔지, 농담이야. 성욱 : 영화에서 혼전성관계가 무척 개방돼 있었어요. 남자 주인공만 소극적이라 말도 못하는 촌놈으로 나왔지요. 민용 : 임창정도 여건만 되면 했을 걸. 대성 : 정말 이 영화로만 보면 이 세상에 처녀는 없는 것 같아. 일단 20대가 성에 무척 개방적이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민용 : 근데 '성이 개방적이다'는 말은 '성관계'의 개방을 의미하는 게 아니야. '성 이야기'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지. 성관계는 조선시대 사람들도 다 했던 것 아닌가. 그런데 '혼전순결'만을 기준으로 개방여부를 묻는다는 건 문제가 있지. 영화에선 그걸 봐야하지 않을까. 태성 :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남자들의 은밀하지만 중요한 부분인 성의 이야기를 대낮에 까발렸다는 점에서 상 줄만 하겠네요. 근데 우리 현실은 아직도 성에 관한 이야기가 엄격한 도덕률에 많이 눌려있지요. 왜곡된 유교와 군대문화 잔재가 아직도 많이 남았나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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