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아줌마 여기서 집까지 택시값이 1500원이예요." "그럼 가마당 2000원 줄께, 그거 누가 사가지도 않아." 오랫동안 망설이던 끝에 결국 손에 4,000원을 쥐었다. 가지고 가려면 택시를 타야 하고, 차비나 건지자는 생각으로 그렇게 상인에게 넘기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떼었다.
그리고 재작년 여름, 나는 그때의 오기가 발동한 양 내 농산물에 대해 더 이상 기죽고 싶지 않았다. 땀띠라는 이름표를 등에다 달고 따낸 붉디 붉은 고추. 300근은 너끈히 될 붉은 고추를 화창한 날씨 덕에 모두 태양에 말렸다.
어느날 그런 나의 의기충천을 눈치 챘는지 고개 넘어 산다는 노인 한분이 젊은 아줌마 몇분과 오셨다. "이집에 올해 태양초가 많을 거라고 해서 이 집으로 사러 왔어, 우리친척들인데 고추를 사간다고 해서 데리고 온거야. 여즉 내가 농사지어 줬는데 이젠 늙어서 더 이상은 못해. 올해는 사먹으라고 했어." 그런데 웬걸! 아줌마 한분이 "이거 태양초 아니구먼." 하시는게 아닌가!
도대체 뭘 보고 단정을 하는것인지. 가격을 후려치겠다는 속셈인가? 나는 두말도 않고 "아줌마 그럼 딴데가서 사세요. 팔 생각없어요." 고추는 이미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늙은 노인은 아쉬운 듯 주절주절 말끝을 흐렸지만 이미 난 그들에게 고추를 팔아야 겠다는 생각을 당당하게(?) 접은 후였다.
오늘 못팔면 내일은 더 못 팔게 되는 이놈의 농산물, 더군다나 수입농산물은 똥줄이 타라고들이밀어닥치고...., 저장시설까지 갖춰 시세를 맞추기에는 배보다 배꼽이 커질 농촌 실정이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손해 보는 줄 알면서도 유통업자에게 넘기거나 헐값에 팔 수밖에 없기에 농민들의 휜 허리는 매번 더 굽어지고 검은 얼굴은 더더욱 까맣게 타들어간다.
새대통령이 탄생했으니 또한번 희망을 걸어볼까? 예나 지금이나 오늘 못팔면 내버릴 저 농민의 피와 땀 때문에 아련해진 가슴은 새정부에 거는 기대조차 의심쩍어 한다. 농사지으며 사는 내 인생중에 농산물 제 값 받고 파는 날, 덩실덩실 춤마당을 벌일터인데... 무지렁이 미련한 꿈하나 또다시 접어 새해 쓰린 가슴속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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