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의 유쾌한 문화를 꿈꾼다
장흥의 유쾌한 문화를 꿈꾼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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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강진의 벗들(강진문예마당 식구들)이 장흥으로 건너와 소주 몇 잔 마시며 얘기를 나눴습니다. 자치단체의 경직된 문화행정을 비판하면서도 변화하는 지역문화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 생산적인 대화가 많이 오고갔습니다.

무엇보다 이 변화를 지역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긍정적인 흐름으로 만들어 가는 데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문화활동이 관건임을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더 나아가 해남-강진-장흥-보성-고흥을 잇는 남도문화벨트를 형성하여 지역을 넘나드는 활동으로 남도의 특별한 정서와 삶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서로들 고무찬양했습니다.

그래서 올 가을무렵에는 각 지역의 문화단체들이 장흥에서 모두 모여 한판 문화잔치를 펼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이러한 창조적인 에너지의 표출에는 지역의 소박하지만 열정적인 문화예술가들과 동아리의 활동이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상업주의에서 원천적으로 차단된 은밀함이 지금까지는 자족적인 개인주의로 머물러 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이 이제 지역문화를 살찌우는 힘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지역의 생활세계를 온몸으로 통과해온 삶이!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게된 것입니다.

장흥에는 여러 문화예술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직장인밴드동아리<달빛>, 그림그리는 아줌마모임<팝콘스케치>, 시쓰는 아줌마모임<연문회>, 풍물패<신모듬회>, 미술인모임<구메구메>, 극단<비둘기>, <야사모>(야생화를 사랑하는 모임), 그리고 전통적인 문화단체<장흥문화원> 등. 지금까지 이 모임들은 전시나 공연을 통해 지역민들과 활발한 소통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각 단체별로 그들만의 특별한 문화공간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물론 각 단체의 관심과 지원 속에서 말입니다.

©마동욱

그런데 여기서 이 자발적인 에너지가 결합하여 장흥의 거리와 장소을 창의적이고 즐거운 문화공간으로 구성하는 어떤 꿈을 꿔 봅니다. 먼저 각 모임의 개성있는 기운을 공유하는 유쾌한 문화프로그램을 갖는 것입니다. 이 월에는 아이들을 포함한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영화를 한 편 보는 것입니다.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 다음에는 지역 출신 작가를 한 분 초청하는 겁니다.

작가 얘기만 들으면 재미없으니 작품을 읽고 와서 작가와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역문화예술인들의 폭넓은 교양을 발휘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한 편씩 낭송하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봅니다.삼 월에는 세계음악여행을 떠나 봅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정을 걸어온 남미나 아시아, 그리고 유럽 변방의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색다를 경험일 터입니다. 그러다가 심심하면 지역 통키타 가수의 생음악도 한 번 듣지요.

그러다 보면 사 월이 옵니다. 사 월 벚꽃 피는 예양공원을 중심으로 모든 모임들이 참여하는 거리문화제를 여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먼저는 각 문화모임들이 자신의 개성과 문제의식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창조하는 일입니다. 행사 기간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장소를 동교다리에서 예양공원 까지로 할것인지 아니면 더 확장하거나 축소 할것인지 결정해야 겠지요. 그러려면 장흥읍내의 건축과 거리, 장소에 대한 공부가 필요할 것입니다. 어른들을 만나고 자료를 수집하는 한편 직접 거리를 걸으며 장소를 방문하는 일이 될것입니다.

그리하여 담벼락과 나무와 거리와 조화를 이룬 미술작품, 장흥지역에서 자생하는 꽃과 이름모를 풀이 있는 공간, 노래와 시와 풍물과 연극이 있는 신명나는 공간, 밤이면 별빛이 쏟아지는 탁 트인 곳에서 간직될 영화의 추억.무엇보다 사람들이 와서 참여하고 노래하고 즐기며 자신의 삶을 확장할 수 있다면.꿈 만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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