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노무현 시대, 광주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투데이오늘]노무현 시대, 광주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1.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민원[지방분권국민운동 공동집행위원. 광주대 e-비즈니스학부 교수]

우리가 사는 세상은 기득권의 사회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부패에 분노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 동네에 집을 지을라치면 환경오염이 되니 짓지 말라고 하는 환경걱정가들이 거기 많이 살아서 그렇다.

부실한 자기기업에 돈을 빌려달라고 조르면서 지역의 경제를 걱정하는 사업가들이 많아서 그렇다. 미국의 핵무기는 괜찮고 다른 나라의 핵무기 개발은 절대 안 된다고 믿는 세계평화주의자들이 많아서 그렇다. 우리는 대개 이런 기득권자들이다. 이런 기득권자들이 모여 지금의 우리사회를 만들어 놓았다.

이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기득권자들의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광주경제가 침체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기득권자들이 광주경제를 침체시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우리사회는 중앙집권적이었다. 이 구조에서 살아 온 기득권자들은 당연히 중앙집권제의 후예가 아니겠는가! 이제 노무현시대는 지방분권의 시대 혹은 그 씨앗을 뿌리는 시대다. 지금까지 우리가 중앙에 대해 거지노릇을 해왔던 참혹의 시대에서 벗어나 오두막일망정 내 집을 가진 주인으로 탈바꿈해가는 거다. 이제 분권시대의 우리들은 광주경제를 우리의 마음에 들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

어제의 경제정책은 기존업체에 대한 구조조정 없는 자금지원이었다. 앞날보다는 현재에 돈을 쏟아 넣고 그 현상을 유지하는 정책이었다. 광주주변의 전남을 고려하지 않은 광주고립 책이었다. 광주의 특색을 찾는다면서도 세계를 생각하지 못한 정책이었다.

그러므로 광주의 비전은 다음과 같이 짜여져야 한다. 다행히 광주의 특색이 반영된 경제는 아직 정착되지 않아 기득권자가 없어서 손쉽게 새 비전을 짤 수 있다. 먼저 전남의 동부 및 서부 해안지역은 해안을 돌파구로 하는 미래지향적인 확실한 비전이 있다.

이 비전에 동참하는 광주의 위치설정이 광주가 가져야 하는 비전이다. 많은 사람들이 광주가 소비도시라고 말한다. 전남의 농촌 소득이 광주에서 소비되면서 만들어진 경제이다. 그러하니 광주부흥에는 전남 농촌의 부흥이 필요하고 해안지방의 산업과 연관을 갖는 배후거점도시로서의 기능이 또한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광주가 가장 경쟁력이 있는 터전은 우리나라 밖이다. 우리나라의 다른 곳은 광주와 비슷하지만, 세계는 우리 광주와 현저히 다르지 않은가?

노 당선자는 광주를 문화도시로 만들겠다고 하였다. 광주 더러 문화예술 도시라 한다 해서 누가 시비를 걸 것 같지도 않지만, 도대체 시멘트 밖에 없는 광주의 무엇을 보러 사람들이 달려오겠기에 문화도시 연 할 수가 있겠는가? 광주 문화도시 운운할 때는 유럽의 고풍창연한 도시의 성공을 떠 올려서는 안 된다.

유럽의 흉내를 내면 그것은 쥐어짜는 문화 밖에는 만들어낼 수 없다. 또한 한국적인 것, 광주적인 것이랍시고 세계 사람들의 마음 속은 아랑곳하지 않고 만들어낸다면 그 또한 쥐어짜는 문화를 벗어날 수 없다. 우리의 것을 세계에 강요하지 말고 세계 사람들의 보편적 심성에 맞게 광주를 새롭게 넣어 포장해야 한다.

세계 사람들의 보편성에 광주의 새로움을 넣는다! 보편성! 새로움! 민중항쟁의 보편성에 광주의 5.18의 새로움을 넣는다. 세계 농촌의 보편성에 전남의 새로움을 넣는다. 전남 농산물을 디자인이나 상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전남을 아껴 두었던 땅이라면서 물건 만들어 파는 기득권자들에게 굴뚝세울 자리로 팔아버리는 데서는 전혀 세계 사람들의 보편적 심성과 우리의 새로움을 찾아볼 수없다.

시골의 동네마다 하나씩 옛집을 복원하는 일은 어떤가. 고향을 찾는 사람들, 한국에서 한국을 찾을 수 없다고 불평하는 해외 여행객들, 전원주택을 찾는 도시인들에게 휴양처가 되지 않을까. 우리들의 마음의 문화도 타율에서 자율로 전환하는 흐름을 타야한다. 무공해 농산물을 재배하고, 생산량을 수요에 맞추는 일은 정보교환과 기술지도 그리고 규율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는 불가능하기에 그렇다.

광주는 산업구조의 기득권을 버려야 산다. 사회의 필요에 부응하여 태어나는 경제의 새싹을 주목하자. 그러나 이 새싹은 옛것의 변형과 발전을 통해 움튼다. 산업구조의 기득권을 버리려면 지원의 문화를 타율에서 자율로 바꾸어야한다.

자금지원이 타율이라면 시장조사, 마케팅 지원 등의 서비스지원은 자율이다. 은행대출에서 필요한 신용평가를 은행에서 하면 타율이고 동종업계에서 하면 자율이다.

노 대통령의 시대는 자율의 시대이다. 자율의 시대에는 타율문화에서 형성된 기득권을 버려야 산다. 국가전체로는 타율문화에서 버려진 땅이 광주 전남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이제 우리의 시대가 왔다. 가자, 자율의 세계로.

/이민원(지방분권국민운동 공동집행위원. 광주대 e-비즈니스학부 교수)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