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동욱 교수의 시기상조론'에 대한 반론
[기고]'임동욱 교수의 시기상조론'에 대한 반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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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석[전남대 정치학과 교수]
시민운동세력의 정치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 2 '자치연대(가)'의 창립과 관련한 임동욱 교수의 '시민운동가 현실정치 참여 아직 이르다'라는 글에 대한 윤성석 교수의 반론문을 게재한다.

근래에 임동욱 교수님의 글 '시민운동가 현실정치 참여 아직 이르다'는 평소에 한국정치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임교수는 근래에 '뜨고 있는' 전국자치연대의 결성과 행동이 자칫하면 기대하지 않은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음을 경고하면서 보다 신중한 시민운동가의 정치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즉 한국에서는 시민운동가의 정치권 진입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임교수께서도 역량있는 소수의 시민운동가의 정치참여는 적극 권장하여도 무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플라톤의 철인왕의 특성을 겸비한 소수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에 있다.

대다수 시민운동가의 열악한 캔디더시(candidacy: 입후보자 능력)는 오히려 현재의 시민운동의 지반마저도 무너뜨릴 수 있는 부정적인 현상만 야기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역민과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며, 결과적으로 시민운동의 순수성이 훼손되게 되어 전반적인 시민운동의 약화가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그의 해법은 아주 간단명료하다.

기존의 낙천낙선운동이라는 네가티브 선거전략을 향후의 지방선거, 국회의원 및 대선으로까지 연장해야만, 이것에서 생성되는 사회정치적 시너지 효과가 향후 한국 시민운동발전의 에너지로 변환될 것이다. 이러한 평가와 제언은 현실주의적인 분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일견 설득력이 높게 보일지 모르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몇 가지 근본적인 논리적 모순을 내재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임교수의 논의는 "과연 한국과 같은 정치후진국에서의 바람직한 시민운동의 방향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임교수의 글은 위 주제에 대한 논리적 및 경험적 개연성이 대단히 빈약하게 보인다.

한국에서는 섣부른 시민사회운동의 정치화가 오히려 국민들의 반감을 사게 되고 또한 아직까지도 열악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기존의 시민운동을 지리멸렬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임교수의 현실론은, 기실 제도권 정치인들 즉 한국의 보수세력이 즐겨 사용하는 대시민사회론의 재판에 지나지 않는다. 어떻게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사회 운동가가 이처럼 기성정치인들의 논리에 의거하여 자치연대와 같은 "새로운 시민사회론"을 비판할 수 있단 말인가?

시민사회의 역할에 관해서는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현저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선진국의 시민사회운동은 주로 비정치적인 단체로 이루어져 있다. 시민운동의 목적은 각 단체의 구성원들에게 민주시민으로서의 덕성과 기술을 사회화시키고 각 단체들간의 다양한 이해와 사회인류학적인 차이점을 극복하여 종국적으로는 사회적 협동체계 구축에 둔다.

이러한 정치환경의 토양에서는 시민사회운동의 비정치성 즉 순수성이 유지 내지는 존속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후진국에서는 이것은 대단히 한가한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시민사회는 국가에 대한 견제와 비판, 즉 독재체제에 대한 대항자로서의 역할과 기능이 특히 강조된다.

따라서 임교수의 평가처럼 한국이 아직도 정치후진국의 신세를 못 면하고 있다면, 당연히 시민사회는 국가의 전횡이나 독재에 대한 비판적 역할에 제1차적 관심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정치후진국에서의 시민운동은 근본적으로 정치적 운동인 것이다.

참고로 Larry Diamond가 정리한 시민사회가 신생민주주의 국가의 민주주의 정착에 미치는 12가지 영향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정부의 전횡과 부패에 대한 감시·모니터링,그리고 권력행사에 대한 견제
(2) 정치참여를 촉진하기 위하여 정당의 역할을 대체(국민의 정치혐오감 불식)
(3) 민주주의 의식 교육의 장
(4) 다양한 이해를 집산하고 반영하는 다양한 채널의 구조화(여성,기층민중 등)
(5) 지역사회에서 고객주의(clientelism)를 시민권으로 변화시키는 민주주의 심화의 역할
(6) 정치적 갈등의 양극화 현상을 약화하거나 중재함
(7) 새로운 정치지도자의 충원과 훈련
(8) 민주주의 건설의 목표 설정: 선거부정 감시, 선거제도의 개혁, 정당체계의 민주화, 중앙정부의 분권화 및 개방화, 의회강화, 정부의 석명책임성(accountability) 강화 등
(9) 시민들에게 적절한 정보 제공(안보문제와 같이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정보)을 통한 시민 세력화
(10) 경제적 구조조정과정에서 기득권세력에 대한 견제 및 역습: 바람직한 개혁의 사회적 지지세력 구축
(11) 갈등중재와 해소의 테크닉 제공
(12) 비정치적인 집단 행동을 통한 사회적 자본 확충 물론, 정치후진국에서 시민운동의 조잡한 정치화는 민주주의 질적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느 특정한 시민단체의 무분별한 행위가 실상은 민주주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경우가 많았음을 묵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후진국에서는 국가의 권력이나 전횡에 대항할 자율적인 시민결사체가 부재할 시에는 어느 국가든지 결코 통치권의 "정당성"에 관한 문제의식을 갖지 않게 되고, 재군부화나 위임민주주의 통치의 만연 같은 민주주의 퇴보가 가능함을 절대적으로 고려해야 된다.

경험적으로 볼 때, 임교수는 근래의 전국자치연대운동의 참신성 및 역사성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으신 듯 보인다. 실제적으로 그간 한국에서는 숱하게 시민운동의 전국화가 발안되었지만, 일회적이고 산발적인 생명력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더 많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로는 근래의 자치연대운동은 첫째로, 대단위적인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추구하고 있으며 둘째로, 지역연대의 결성을 모태로 한 중앙조직의 결성 즉 "밑으로부터의 시민운동의 전국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운동과는 크나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의 사회정의의 혼란은 정치권의 도덕성 결여에 있다. 한국민주화의 궤적은 제한적 그리고 엘리트 중심적인 이행이 특징인바, 이러한 위로부터의 민주화는 기존 정치인들간의 이합집산이 주종을 이루되 정치신인들의 정치공간으로의 진입은 다분히 "선택적인 그리고 특혜적인"인 차원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자치연대의 도전은 기존 정치사회의 전면적인 개혁을 위하여 대규모적으로 기존 정치권의 물갈이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다른 여타의 정치운동과 차별성을 보여 준다. 그것도 한국 민주화의 실제적인 건축가들에 의해서 말이다. 이것은 미래 한국정치의 당위이자 희망이 아닐까? 그리고 자치연대의 소위 "분권화 운동"은 세계적인 추세의 한국적 표현이라고 보아야 한다.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에는 더 이상 폐쇄적인 중앙집권화는 설 땅이 없다. 국가경쟁력강화의 차원에서라도 개방화와 분권화가 요구된다. 지방정치의 자율성이 없으면 한국의 오랜 사회악인 중앙주의(Centralism)의 폐악을 극복하기가 불가능하다. 각 개별 지방정치의 활성화를 통하여 민주주의의 질적 고양에 이바지하겠다는 자치연대의 결성 의지는 본질적으로 글로벌 시각을 포용하고 있으며 시기적절한 국난극본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위의 활동논리와 경험적 당위성을 지닌 자치연대가 해쳐 나가야 될 장벽은 엄청나게 견고함을 우리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문제해결의 기제로서 지역주의적 보스정당체계의 해체를 위한 지방선거에의 광범위한 참여가 등장하고 있다. 모든 사회단체가 여기에 몰입하게 되면은 아마 지방정치의 과부하 현상이 야기될 것이다. 우리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된다.

임교수의 의견처럼 충분하게 철인왕의 기질과 덕성을 겸비한 시민운동가를 찾아내서 그들을 적극 지원하고 미래의 한국의 리더로 성장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 아닌지? 자치연대를 통하여 객관적으로 검증된 참신한 신인을 찾아내서 그들의 정치적 자산을 높여주는 부대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시민운동의 미학이 아닌지? 한국 민주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운동의 국가에 대한 강렬한 도전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제한적 민주화가 선물한 협소한 공간에 안주하여 지엽적인 특수한 이해에만 치중하고 정치권의 세대교체같은 메크로한 차원을 간과한다면,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윤성석[전남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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