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기는 지방지 구독률
바닥기는 지방지 구독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지에 아랫목 내주고 자투리 윗목두고 자리다툼// 중앙지8 : 지방지 2 '도토리 키재기'// 추락 근본 원인은 경영마인드 부재// 열악한 근로환경 최저생계비도 체불// '8대 2의 사회'. 과연 그랬다. 광주지역의 일간신문 구독률 뚜껑을 열어본 결과 광주지방신문은 바닥을 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지 8할, 지방지 2할'이라는 자조적인 가늠수치가 손으로 얼굴을 가릴 사이도 없이 그대로 구독률로 투영되고 있었다. 16면~24면짜리 지방신문이 고작 지방판 1면 정도인 중앙지에 안방 아랫목을 내준 채 윗목을 놔두고 자리다툼을 하고 있는 형국. 바로 지방지 10여개가 도토리 키재기를 하며 '콩나물 시루'가 되버린 광주지역 언론의 참담한 현주소다. <절대 강자가 없다> 한국광고주협회가 이번에 조사한 자료에서 타지역을 한 번 훓어보자. 이 가운데 광주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것이 지역별 가구구독률이다. 광주에서 나아가 호남의 맹주를 자처하는 광주일보의 구독률 순위는 경향신문, 매일경제와 함께 공동 5위. 그나마 나머지 지방신문은 거론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반면 부산과 대구는 광주와 정반대다. 부산은 부산일보가 15.9%로 부동의 1위를 굳히고 있고 국제신문이 11.9%로 뒤를 잇고 있다. 나머지 조선일보(8.8%), 중앙일보(7.0%), 동아일보(3.2%)등 메이저 3사와는 큰 격차다. 대구의 경우도 매일신문이 18.5%로 2위인 조선일보(12.1%)를 따돌리고 있고,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영남일보(10.7%)가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양 지역 모두 지방지의 구독률이 중앙지를 압도하고 있다. 공통점은 건실한 신문사 2~3개가 양대축을 이루며 지역 독자층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 10여개가 난립해 있는 광주지역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와같은 현실 때문에 일부 언론관계자들은 광주지역언론의 침체이유를 '절대 강자 부재론'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부산일보나 국제신문, 매일신문과 같이 중앙지에 맞서 지방지 독자층을 두텁게 형성해 낼 수 있는 구심력을 가진 신문이 광주에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통을 자랑(?)하는 광주일보에 '맏형 책임론'이 제기되는 까닭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1도 1사 호시절'만 누릴줄 알았지 스스로 걸맞은 규모를 갖추지 않음으로써 결국 중소 토착 자본가에 의한 신문사의 난립만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경영의 부재> 광주지방신문의 추락은 경영의 부재로 인해 더욱 가속화된다. 후발 신문사들은 제쳐두고라도 나름대로 기업규모를 갖춘 선발 신문사들의 경우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누적적자를 안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1999년말 기준으로 광주매일은 부채총계가 181억여원, 자본총계는 (-)25억9천만원으로 부채비율이 700%를 넘는다. 광주일보는 부채총계 288억여원, 자본총계 44억원으로 부채비율이 650%대에 이르고 있다. 참고로 금융당국 등이 기업안전성의 위험치로 잡는 부채비율이 통상 200%이다. 전남일보도 부채가 자본을 잠식하기는 매한가지. 이같은 경영악화는 물론 흑자를 내기 힘든 신문사 경영구조와 광고시장의 위축 등 외부적인 요인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영마인드 부재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호남신문의 예에서 볼 수 있듯 기업논리에 따른 사장의 잦은 교체, 전무하다시피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의 개발 등 적자경영을 타개해 나가려는 노력의 흔적을 찾기 힘든게 광주지방신문사 경영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몇몇 신문사는 몇만부에 불과한 신문을 찍기 위해 100억원대에 달하는 대형윤전기를 들여놓고는 결국 막대한 금융비용을 대쇄장사로 충당하고 있기도 하다. <열악한 근로환경-기자사기·기사질 저하 악순환> "저임금·체불고통 못살겠다" 최근 광주·전남기자협회가 발행한 협회보는 1면 톱으로 회원사 기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다루고 있다. 그만큼 임금을 비롯한 제 근로조건이 악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특히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낮은 임금조차도 상습적으로 체불되고 있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기자들은 인내의 한계를 실험 당하고 있다. 광주매일 노동조합은 지난 2일 전체 조합원 57명 가운데 46명의 서명을 받아 광주지방노동청에 고경주 사장을 임금체불로 고소했다. 체불임금은 지난해 12월 상여금, 1999년도 2000년도 연월차수당, 지난 1~2월 상여금 등 개인당 본봉의 450% 정도. 광주매일 기자들은 고소장에서 "지난해부터 회사의 경영과 외부 경제여건을 감안, 인내를 갖고 회사의 성의있는 해결 을 기다려 왔으나 체불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최종적으로 약속한 2월말 체불해소가 지켜지지 않아 고발한다"고 밝혔다. 전남일보 노동조합도 체불액이 200%선에 이르자 지난달 25일 연명을 받아 진정서를 작성해 놓은 상태. 김중태 노조위원장은 "회사측에 4일까지 지급계획을 밝혀줄 것을 요구해 놨다"며 "진정서제출 여부는 추후에 결정할 작정이다"고 말했다. 전남일보는 부장급 이상 간부들의 2월 급여를 제때 주지 못하다가 3일후에야 지급하기도 했다. 이밖에 광주일보는 2일 현재 1월과 2월에 각각 지급하기로 한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최문순 언노련위원장은 이같은 상황을 전해 듣고 이 주안에 광주지방 신문사의 저임금 및 체불임금 등에 관한 실태조사차 광주에 내려올 계획이다. 게다가 잇따른 연합뉴스의 전재계약 해지는 구조조정으로 가뜩이나 어깨가 무거운 기자들의 노동강도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기자협회 가입기준 7개 신문사 가운데 3개 신문사가 사실상 경영난 때문에 연합뉴스공급계약을 끊었다. 광주매일의 한 기자는 "저임금에 잦은 체불, 과중한 업무부담 때문에 사기는 물론 건강까지 해치고 있다"며 "이로인해 취재력이 현저하 게 떨어지고 심지어는 취재정보를 공유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열악한 근로환경이 기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다시 이것은 기자들의 취재의욕을 상실케함으로써 기사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